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누리과정.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누리과정이란 만3~5살 어린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며 교육과 보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뜻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과정 관리를 통합해 영유아에게 차별 없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2012년 3월, 5살 누리과정이 처음 시행됐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본격 시작된 2013년 3월부터 3~4살까지 확대·시행됐다. 해당 연령대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매달 20만 원씩 지원된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힘겨루기로 논란이 되고 있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나 몰라' 대응으로 일관한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2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보육대란 긴급진단 좌담회를 열고 누리과정이 파행되는 책임이 누구에 있는지를 따져보았다.
"누리과정 입법,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누리과정의 입법이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2011년 만 5세 무상교육, 보육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는 입법을 하여 2012년부터 시행한 데 이어 2012년 누리과정 무상교육 입법 당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율 인상 없이 단지 내국세 규모가 연 평균 3조 원, 8.7% 증가를 전제로 동 증가된 재원으로 이를 충당한다며 누리과정 예산을 책정했다"며 "지금의 문제는 이렇게 누리과정 무상교육·보육 소요 추가재정에 대응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율 인상조치를 수반하지 않고 입법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2011년 누리과정 계획 수립 시 향후 내국세의 안정적인 증가 등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연평균 8.2% 증가해 2015년에는 49조395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정작 2015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13년도 세수결손에 따른 정산분(2.7조 원)까지 반영, 전년대비 3.6% 감소한 39조4056억 원에 불과했다. 예상보다 10조 원의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이 위원장은 "게다가 지방교육재정의 90.9%(48.4조 원)는 교직원인건비, 학교신증설비, 학교운영비, 지방채상환 등 경직성 경비로 추정되며, 가용재원은 9.1%(4.8조 원)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액은 가용재원의 41.5%(2조 원) 규모로 이는 결국,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 없는 상태에서 지출 예산 편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교부금율 인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입법부 작위에 의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며 "이로 인해 누리과정 무상보육을 제공받지 못하는 유아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책임이 사라지기 어렵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누리과정이 파행으로 치닫는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3~5세 아동에 대한 사회적 돌봄 체계는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한 보육체계와 유치원을 중심으로 한 유아교육 체계로 이분화 돼 있다"면서 "3~5세 아동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차원의 통합적 운영을 위해 유아 보육·교육 과정을 '국가 표준교육과정'으로 일원화하고 2012년에 만 5세 아동에 도입, 2013년 3~5세 아동으로 확대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교육과정으로는 신체활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아동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육·교육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에 적용되는 프로그램이므로 아동이나 부모 입장에서 보육과 교육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며 "결국, 박근혜 정부가 기존에 주장하던 중앙정부 책임의 무상보육이 누리과정 도입과 더불어 갑자기 교육 영역이 되면서 중앙정부의 책임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번 사태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누리과정, 국가가 우선 해결해야"
정창훈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의 문제를 두고 재원 총량의 부족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정 교수는 "늘어나는 세원은 없고 지켜야 하는 공약은 많으니 발생하는 문제"라며 "돈은 정해져 있는데 이 돈을 다른 곳에 쓰면 또 다른 곳에는 쓰지 못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결국, 교육청은 빚을 내서 사업을 하는 구조가 됐다"며 "2016년 지방교육재정을 전망했을 때, 작년에 비해 예산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지방채를 발행함으로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36.6% 정도 된다. 만약 40%를 넘게 되면 교육청은 심각한 단계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교육은 공공성 영역으로 원칙적으로 국가사무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누리과정을 국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앞으로 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도 함께 위기를 해결 해야한다"고 정부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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