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천정배 신당, 전격 '통합' 발표

인재영입 등 더민주에 뒤지던 安신당, 반전 계기?

이른바 '안철수 신당'으로 불리던 국민의당(준)과 '천정배 신당'이라는 국민회의(준) 양자의 통합이 전격 성사됐다. 그간 인재영입 경쟁, 총선 지지율 등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기세에 가려졌던 '안철수 신당'에게 반격의 기회가 될까 주목된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 윤여준·한상진 공동위원장과 김한길 상임부위원장 및 안철수 의원, 국민회의 창당준비위 천정배 위원장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양측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5개 항으로 된 통합 선언문에서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한다"고 합의하고 "헌법적 가치와 민주개혁적 비전을 '국민의당'의 정강정책에 명확히 담기로 한다"고 밝혔다.

통합 선언문의 '가치와 비전을 국민의당의 정강정책에 담겠다'는 부분은 안철수-천정배 통합 신당 명칭을 '국민의당'으로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의 인지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은 "진행속도가 빠른 쪽으로 정리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국민의 당이란 틀로 가기로 했다"고 했다. 천 의원이 '통합 국민의당'에서 어떤 직함을 맡게 될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이들은 밝혔다. 김한길 의원은 "통합 논의를 함께 시작하면서, 지분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는 것으로 하자는 것을 처음부터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통합 경과에 대해 "(나와) 천 의원과 오랫동안 상당히 여러 번 만남을 가지고 여러 얘기를 함께 나눠 왔고, 그 얘기들 가운데 핵심적 부분을 안철수 의원과 함께 세 명이 앉아 말을 나눴다. 거기(3자 회동)에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는 부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원식 대변인은 "어제(24일) 세 분이 만나서 대략적인 틀에 합의하고, 천 의원과 김 의원 2명이 더 깊숙히 디테일한 문구 작성을 하고, 이 2명은 오늘 아침에도 만나 합의문을 (만들고) 개략적으로 합의했다. 이후 오늘 10시 15분 안 의원이 다시 와서 (합의문을) 검토하고, 별 일(이견) 없이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통합 기자회견은 10시 30분에 있었다.

천 의원도 "제가 광주에서 어제 오후에 상경했다"며 "어제 오후부터 오늘 발표 때까지 논의하고, 오늘 아침에 최종적으로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게 되서 통합을 선언하게 된 것"이라고 숨가빴던 논의 과정을 전했다. 장진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저희 쪽에서도 급작스럽게 진행이 됐다"며 "천정배 창준위원장은 오늘 (9시로 예정됐던) 창준위 운영위원회 회의에 50분 늦게 오셨고, 그간 진행된 사정을 운영위에 알려 줬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통합 진행에 대해 운영위가 천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했음을 재확인하고 발표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안철수 신당), 국민회의(천정배 신당) 양자 간의 전격 통합 발표가 25일 오전 이뤄졌다. 왼쪽부터 안철수 의원, 한상진 국민의당 창준위 공동위원장, 천정배 의원(국민회의 창준위원장), 윤여준 국민의당 창준위 공동위원장, 김한길 의원(국민의당 창준위 상임부위원장). ⓒ연합뉴스

전격적 통합 발표, 의미는?

안철수 신당 측에서 보면, 최근 인재영입 경쟁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앞서 나가는 가운데 안 의원 측근 그룹과 탈당파 현역의원들 간의 알력 다툼, 지난 2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관련 기사 : 국민의당 지지율 13%…거품 빠지나?)까지 여러 악재가 겹치던 상황이었다.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이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까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더민주 측 역시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 내지 연대를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입장에서 보면 '천정배를 안철수에게 뺏긴' 모양새가 된다. 더민주와의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천 의원은 모두 "통합 발표문 5번째 항목을 보라"고 답했다. 5항은 "합리적인 중도 개혁 인사의 참여 및 신당 추진 인사들과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최원식 대변인은 "야권 연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천 의원은 "야권이 정권교체를 통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서는 야권 주도세력이 교체돼야 한다는 신념을 늘 피력해 왔고, 구체적으로는 그 동안 야당을 지배해 왔던 패권주의 해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보면 그런 패권주의 해체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고 했다. 이는 더민주의 '김종인 선대위'가 여전히 문재인 대표와 '친노' 주류 그룹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진단으로 읽힌다.

다만 천정배 신당 측에서 보면, 그간 '뉴DJ(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호남의 새로운 정치 지도자)' 발굴을 주장하며 호남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물갈이를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광주·전남 현역의원들과의 동행이 썩 내키지 않는 일일 수 있다.

천 의원은 이에 대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오늘 발표문 4항을 잘 봐달라"고 했다. 4항은 바로 기사 첫머리에 나온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천 의원은 "특히 호남에서의 공천은 좀더 새로운 인재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공정한 절차를 가져야 한다는 데 상호 간 의견이 일치했다"고 언급했다.

장진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그간 나왔던 '천정배-정동영-박주선 3자 통합설'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닌 보도"라며 "저희는 3자 연대는 추진 안 했다"고 했다. 장 대변인은 더민주와의 통합설 역시 "대변인 입장에서 곤혹스러웠다. 실질적 논의가 있엇던 게 아닌데 그런 보도가 많았다"고 했다.

※다음은 국민의당-국민회의 통합 선언문.

국민회의(가칭)측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과 국민의당(가칭) 윤여준-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양측을 통합하기로 합의하면서 아래와 같이 밝힌다.

1. 우리는 이번 통합의 결과가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여야 하며, 정치인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한다.

2. 우리는 현 정권의 경제실패와 민생파탄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 헌법적 가치와 민주개혁적 비전을 「국민의당」의 정강정책에 명확히 담기로 한다.

3. 우리는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적 당 운영을 위해 선진적 제도를 마련하기로 한다.

4. 우리는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한다.

5. 우리는 합리적인 중도개혁 인사의 참여 및 신당추진 인사들과의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

2016. 1. 25

국민회의(가칭) 천정배 창당준비위원장

국민의당(가칭) 윤여준·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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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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