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씨 딸 "얼른 일어나 내 눈물 물어내"

페이스북에 아버지 쾌유 기원하는 글 올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에 경찰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 상태에 놓인 농민 백남기(69) 씨의 막내딸 백민주화(29) 씨가 자신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네덜란드에서 거주 중인 민주화 씨는 지난 16일과 18일 두 편의 편지글을 통해 아버지의 쾌유를 빌었다.

민주화 씨는 20일 귀국 예정이다. 민주화 씨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갈 것임을 예고하면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아버지가 죽음과 싸워 이겨내달라고 당부했다.

민중 총궐기대회때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씨는 뇌수술을 받았으나 뇌가 부어올라 두개골을 닫지 못한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언에 따르면 백남기 씨는 병원에 실려왔을 때 오른쪽 뇌에 피가 가득 찬 뇌출혈 상태로, 피를 빼내고 뇌압을 낮추는 수술을 진행했지만, 뇌가 부어올라 두개골은 닫지 못했다. 두피만 봉합한 채 수술을 끝낸 것. 수술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백 씨의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다음은 민주화 씨가 페이스북에 쓴 글.

▲ 백민주화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함께 올린 백남기 씨와 손자의 사진. ⓒ백민주화

마지막 편지.

아빠. 이제 이틀 남았어.

아빠가 건강할 땐 맨날 보고싶진 않았거든? 근데 지금은 한 시간에 한 번씩 보고싶다. 원래 막내 딸들이 이렇게 못났지. 에휴.

오늘은 좀 덜 울었어. 아빠 똑 닮아서 넙대대 하자나. 거기에 떠블호빵마냥 부었었거든? 아빠가 나 못 알아 볼까봐 오늘은 참았지 좀.

그거 기억나? 애기 때부터 우리한테 이유없이 징징 대지말라구 호랑이 눈 뜨고 어허!! 했었잖아ㅎ

그래 놓구선 막내 딸 다 크니 전화하면 아빠가 먼저 훌쩍거려서 언니가 우리 둘이 똑같이 울보라고 놀리잖아 지금도.ㅋ

얼른 일어나서 내가 며칠간 쏟은 눈물 물어내 아빠. 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반칙이지 반칙.

지오한테 할아버지 일어나세요! 이거 열 번 연습시켰는데 완전 잘해. 아빠 손자라 똑 부러져 아주 그냥. 지오가 할아버지랑 장구치고 춤출 거라는데 안 일어날 수 없을 걸. 세상 전부를 줘도 안 바꿀 딸이라고 이십 년 넘게 말하더니 그 말 이제 손자한테 밖에 안 하잖아!!!!ㅎ

도착하자마자 달려갈게. 거칠지만 따뜻한 손 하나는 딸이 하나는 손자가 꼬옥 잡아줄게.

춥고 많이 아팠지? 아빠 심장에 기대서 무섭고 차가운 기계들 말고 우리 체온 전달해 줄게.

오늘도 하루도 평온하길...사랑해요.

*응원해주시는 한분 한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민주화 씨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나는 삼십 년간 진행 중인 아빠 딸이니 내가 잘 알아.

아빠는 세상의 영웅이고픈 사람이 아니야.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지.

근데 아빠.. 왜 저렇게 다쳐서 차갑게 누워있어? 시민이자 농민으로서 해야할 일을 한 건데 왜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피까지 흘리며 누워있어? 뭘 잘못한 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누가 그랬어?

수많은 사진들 다 뚫고 들어가서 안아주고 싶고 피도 내 손으로 닦아주고싶어 미치겠어...

핸드폰 액정 속에 있는 아빠 얼굴 비비며 훌쩍이며 한국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가 십년같아. 기도 소리 들려? 절대 놓으면 안 돼. 정말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고 있어.

아빠 이제 진짜 영웅이 될 때야. 지오랑 장구치며 춤추고 잡기놀이 하던 우리 가족의 영웅. 눈 번쩍 떠서 다시 제자리로 꼭 돌아와줘. 꼭.

사랑하고 많이 보고싶어.

ㅡ막내딸 지오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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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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