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동시 사형제 폐지가 통일이다"

[송기호의 인권 경제] "처형의 공포 있는 한, 통일도 없다"

세월의 무게가 무겁다. 30년 전에 군대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들의 아들들이 입대를 했거나 제대를 했으니 말이다. 1980년대에 군대를 제대하는 총각들끼리 자신의 아들 세대까지는 설마 징병제가 계속되지는 않겠지 위안 삼았으니 순박했던 것인가?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다리를 잃고 손목을 잃고, 죽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토록 강고한 남북 분단이 원망스럽고 한탄스럽다. 이러다가 우리의 아들들의 그 아들들도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을 겨누지 않을까 비관한다.

왜 이토록 분단이 강고한 것일까? 남과 북의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오랫동안 분단 질서를 수용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나는 식민지 시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 전쟁에 이르기까지 남과 북에서 권력 또는 그 방조 속에 자행된 무수한 죽임에서 아직 우리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이 독일과 다른 점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민족 내부의 대립 속에서 죽고 또 죽었다는 사실이다. 민족이 민족을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죽였다. 남과 북의 정치 체제는 이 죽음의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이렇게 강고한 남북 분단이 아직도 유지되는 것은 단순히 민족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너무도 몸서리치는 집단적 기억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학살과 처형의 공포가 지속되는 한 남북 분단을 해소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남과 북에서는 그 누구도 국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소극적 상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남과 북이 동시에 사형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한국 법치주의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법치주의란 무엇인가? 법이 단지 통치의 도구가 아니라, 법을 통하여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국가 권력에 의한 죽음을 막는 것은 남북 분단에서의 법치주의의 본질이다.

한국은 형법 41조에 형벌의 종류로 사형을 인정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사형 규정을 없애야 한다. 특히 지금 정부나 앞으로의 정부에서 사형을 집행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도 형법에서 법에서 따로 정한 죄가 아니면 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 법정주의를 규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북한 형법 27조의 사형 형벌 규정과 63조의 조국 반역죄에서의 사형을 폐지해야 한다. '배반', '변절'과 같은 두루뭉술한 행위로 그 정상이 특히 무겁다 하여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북한 형법 6조의 죄형 법정주의와도 맞지 않는다.


적어도 국가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남과 북에서 만들고 싶다. 법률가로서, 그런 상태가 더 나은 모양의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통일이라는 구실로 또 다시 민족이 민족을 죽인다면 나는 통일에 반대할 것이다. 통일을 위한다며 민족을 죽인다면 그것은 통일이 아니다. 헌법에 '평화적 통일'이라는 낱말을 세 번이나 쓴 까닭을 알아야 한다.

▲ 한국 전쟁 당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저질러졌던 전라남도 화순군의 한 마을. 화해와 상생, 평화를 주제로 한 벽화가 마을 곳곳에 그려져 있다. 남북 분단이 아직도 강고하게 유지되는 것은 민족 내부의 너무도 몸서리치는 집단적 기억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학살과 처형의 공포가 지속되는 한, 남북 분단을 해소할 수 없다. ⓒ커버리지(정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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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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