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사능 수산물, 한국 정부가 빗장 풀 셈인가?

[송기호의 인권 경제] 日 수산물 방사능 검역 분쟁, 포기할 셈인가?

한국은 2013년 9월 일본 후쿠시마 주위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방출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일본산 수산물 임시 특별 조치'라고 부른다. 왜 정부 스스로 '임시 조치'라고 부를까?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생 검역 협정 5조 7항의 잠정 조치 조항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잠정적으로 검역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조건이 있다. 합리적인 기간 안에 이 조치를 재검토(review)해야만 한다. 게다가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안은 6개월 안에 재검토하라고 못 박았다. (7.14조 긴급 조치 조항)

그래서 한국은 작년 9월에 '일본 방사능 안전 관리 민간 전문가 위원회'(위원장 이재기 교수)를 만들고,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모두 세 차례 후쿠시마 등에서 일본 방사능 검역 실태 현지 조사를 했다.

한국의 재검토 결과는 무엇인가? 지금 국민과 세계가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과장이 아니다. 일본이 올해 5월 WTO 분쟁 처리 기관에 한국의 임시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라고 제소 절차를 시작하였고,(사건번호 DS 495), 미국, 대만(타이완), 중국, 유럽연합, 러시아, 인도 등 세계 주요 9개 나라가 분쟁 참가를 신청했다.

놀랍게도 한국은 재검토 결과인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까지 해야 했다.

이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요청에 따라 일본 해양 심층수와 해저토 시료 채취를 포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에 제출된 이재기 위원장의 증인 진술서 내용) 그렇지만 올해 1월 7일에 열린 제 5차 전문가 위원회 회의록에는 "해수 및 해저 퇴적물 시료 채취에 대해서는 현지 조사와 별도로 계속 추진이 필요함"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핵심 쟁점인 방사능 오염수 계속 방출에 대해서도 위 제 5차 회의에서부터 2월 25일의 제 8차 회의에 이르도록 계속해서 '방사능 오염수 지속 방출 문제'가 재검토 위원회 회의록에 포함되었다가 3월 18일의 9차 회의부터 6월 5일의 마지막 13차 회의에 이르도록 제외되었다. (회의록 내용)

더욱 심각한 것은 재검토 위원회 활동마저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중단 이유는? 일본이 WTO에 제소했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다.

도대체 어떠한 상황인가? 일본이 제소한 핵심 사유가 투명성 조항 위반과 한국이 합리적 기간 안에 재검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2015. 6.1.자 WTO 제출 문서)

그런데 이런 이유로 제소를 당한 한국이 재검토 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재검토 위원회 활동조차 중단했다.

정부가 별도의 검토 조직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면, 재검토 결과를 담은 보고서 하나 없이 한국은 국제 분쟁에서 일본과 싸워야 한다. 만일 그렇다면 패소를 작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면 안 된다. 국제법에 따라 재검토위원회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일본 해양 심층수와 해저토 시료를 채취하고, 방사능 오염수 지속 방출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서 한국 조치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국민이 믿을 만한 재검토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WTO 체제에 한국의 법치주의가 국민에게 봉사할 최소한의 역할이다.

▲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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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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