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섬 비난에 편승한 한국…이어도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G2 시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으로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중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중국의 열병식에서부터 미-중, 한-중 정상회담, 그리고 북한의 열병식에 이어 이번 주에는 한-중-일 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5~16일)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8~19일), 아세안+3 정상회의(21~22일)도 열린다.

이러한 일련의 중요 사건들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는 역시 G2시대의 도래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가 당연하다고 인식했던 것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우방국이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헌법 조문을 당연시하고 있고, 설령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수적인 사회분위기 탓에 쉽게 입 밖에 내놓지 못한다. 내놓는 순간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불순분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헌법 조문을 근거로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대한민국의 북쪽 지역을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G2시대가 이러한 대한민국 헌법에 '감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그것도 우방이라고 하는 미국과 일본에서 말이다. 지난달 20일 한-일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 한민구 장관은 "북한도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의 영토인 만큼, 일본 자위대가 북한에 진입하려면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대신은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고 말하며,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동의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 데에는 G2시대의 두 주인공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찌감치 미국 지지를 선택하며, 미국의 배후 아래 보통국가화를 속속 진행하고 있는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신(新)가이드라인 체결과 안보 관련 법제 통과 등 군사력 확대도 그중 하나다. 북한에 대한 선제 무력공격을 가능하게 한 것도 이에 근거하고 있는데, G2시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군사력 확대가 대한민국의 헌법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 2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도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출과 관련해 "한-미 동맹과 한-일 동맹은 국제법에 기반하고 한 것", "국제법 안에는 각 나라 주권에 대한 존중이 포함돼 있다"고 말하며 일본의 생각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국제법상 북한이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입 과정에서 반드시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맹국인 미국 또한 대한민국의 헌법이 정한 영토 범위에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인공섬 건립 비난 못하는 진짜 이유는

얼마 전 열린 한-중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한-중 해양경계 획정 회담을 되도록 빨리 개시하자"고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처음에는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의 인공섬 12해리 내에 미국 구축함이 진입한 것은 국제법에 부합해 (일본은) 즉각 지지를 표명했다"며 "열려 있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바다를 지키기 위해 한국이나 미국과 연대하고 싶다"고 발언한 내용도 일본 언론을 통해서 뒤늦게 알려졌다. 왜 우리 정부는 이런 내용들을 감추고 싶어 했을까?

여기에는 이어도 문제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재촉대로 한-중 간에 해양경제 획정 회담을 서두르게 되면, 자연히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蘇巖礁)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이어도는 우리의 고유한 해양 영토이고, 그 위에 세워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자랑스럽고 적법한 시설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어도 주변에 출현하는 중국의 해양감시선과 항공기에 대해 힘이 커진 중국이 우리의 영토를 침탈하려는 야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 이어도 상공에서 본 국립해양조사원의 해양과학기지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아직 서해와 남해에서 해양경계선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제법상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 귀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국제법을 강조하며 중국의 인공섬 건립과 그 위에 인공시설물을 구축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의 이어도 인식에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왜냐하면, 중국과 동남아 국가 사이에서 관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암초 위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인공 시설물을 짓는 행위에 대해 우리가 미-일과 함께 중국을 비난하면, 똑같은 이치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도 비난의 화살이 꽂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군함이 중국의 인공섬 부근을 통과하는 것에 대해 지지를 보내게 된다면, 역시 마찬가지로 중국 해양감시선이 이어도 부근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인식의 변화가 시대의 변화를 가져오고, 시대의 변화 또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게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법칙이다. G2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사회는 또다시 인식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유쾌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말이다.

(허재철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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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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