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출, 남한 정부가 자초했다

[정욱식 칼럼] '제발' 기본으로 돌아가라

'북한은 누구 땅일까?' 대한민국 헌법상으로는 우리 땅이다. 그러나 북한도 엄연히 유엔에 가입되어 있는 독립적인 주권국가이다. 국내법과 국제법 사이의 모순이다. 그리고 이 기묘한 동거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것도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둘러싸고 말이다.

지난 20일 한일 국방 장관 회담. 한민구 장관은 "북한도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의 영토인 만큼, 일본 자위대가 북한에 진입하려면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고 응수했다.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동의를 받을 이유는 없다는 의미이다.

이 지점에서 기막힌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의 입장에 따르면 일본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국가가 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 나라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우경화와 군사대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비난하는 것으로 족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상당 부분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왼쪽)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 ⓒ연합뉴스

대북강경책의 후폭풍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는 예전에도 나왔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1999년에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천용택 국방 장관은 "우리로서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억제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미-일 3개국의 정책조율 없는 선제공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도 선제공격 계획이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대신 김대중 정부는 북-일 대화를 적극 권유했다.

그러나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두 정부는 북-일 대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의 핵과 로켓 문제에 가장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또한 흡수통일에 집착해왔다. 그 결과는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속화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한반도 진출을 노릴 정도로 경거망동을 일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잇따라 전시 작전권 환수를 연기한 것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이 전작권을 갖더라도 일본 자위대의 개입은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작권을 보유한 미국이 한국에게 자위대의 개입을 요구할 때, 과연 어떤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분초를 다투는 전시 상황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한국이 미국과 옥신각신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일본 자위대가 자국민 구출을 이유로 들어오려고 할 때, 한국이 이를 거부하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더구나 미국은 갈수록 대규모 병력 투입을 꺼려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기꺼이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부담을 나누려는 미국과 그 부담을 재무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일본이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과연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개입을 막을 수 있을까?

남북한은 '특수관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입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우리가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1991년에 체결되어 이듬해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며 계승·발전되었다.

이러한 합의는 국내법과 국제법의 모순과 긴장 속에서 우리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다. 이들 합의에 따라 평화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로 가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고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가 끼어들 여지도 없어지게 된다. 설사 북한에서 급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은 북한과의 합의를 근거로 일본 등 외세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한 대전제는 한국 정부가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및 10.4 선언과 같은 남북한 최고 당국의 합의를 준수하면서 북한의 민심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각조차 하기 힘든 문제였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한-일 국방장관회담의 의제가 될 정도로 현실적인 문제가 되어 버렸다. 브레이크가 풀린 일본의 우경화와 기본을 잃은 한국의 대외정책이 조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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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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