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정 교과서, 국민들 '뇌 세척' 하겠다는 것"

"중도는 보수가 만든 프레임"…"대선, 생각 없다면 거짓말"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해 "국민들 '뇌 세척'을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원하는 내용만 국민들 뇌에 입력해 자신이 원하는 신민(臣民)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14일 저녁 <프레시안>과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가 공동 주관한 '정치통(通)' 공개 방송에서, 교과서 국정화 이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 상상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왜 국민들이 말을 안 듣지? 아버지 때는 말 잘 들었는데'라는 생각을 하지 않나 싶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시장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자신도 대학 진학 전까지 '폭동'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개인 경험을 언급하며 "제가 사실 '일베'였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일베 짓'을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특정 목적을 가진 정보를 계속 주입하면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사상적 노예가 된다. (이는) 제가 왜곡된 언론 때문에 직접 겪었던 일"이라고 했다.

그는 1945년 한국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불러야 한다는 우파 진영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구는 건국에 기여한 공로가 없고 이승만은 건국의 아버지다, 일제 때 독립·항일운동한 사람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게 '건국절' 마인드"라며 "진짜 나쁜 자들이다"라고 비난했다.

"중도는 없다…보수가 만든 프레임"

이 시장은 소속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 방향을 놓고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도강화론'에 대해 "기존 프레임에 당하고 있다"며 "중도는 없다. 중간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가 만든 프레임이 '보수-중도-진보'"라며 "보수에게는 중도로 가라고 하지 않으면서 진보는 중도로 가라고 한다. 이건 언론이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권 지지와 여권 지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며 "중요한 건 지지층이 희망을 갖고 투표에 격렬하게 참여하느냐 하는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언론에서) '중도로 가라'고 하니, 핵심 지지층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과 행동을 자꾸 한다"며 "'중간'을 먹어 보겠다고 하는 건데, 그거 안 먹어진다. 자기 지지층만 이탈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언론은 '보수 편'이 아니라 보수 그 자체"라며 "자기 이익에 반하는 애기는 절대 국민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새정치연합의 집권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들며 "당은 국민 속에서 국민 의견을 듣고 국민과 교감해야 하는데, 보수 언론이 (야당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다"고 이유를 대기도 했다.

단 그는 당 내의 친노·비노 계파 갈등이나 차기 총선 의제 등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변방 사또인데, 한양 도성 안 구중궁궐에서 대신들이 하는 얘기를 어찌 아느냐"고 웃으며 "잘 모르고, 내 역할이 아니니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가운데)이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카페 에무'에서 열린 '정치통' 공개방송에서 진행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시장 왼쪽은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 오른쪽은 SNS 전문가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정치인이 대선 생각 없다 하면 거짓말…여론조사 다 본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시장은 향후 대권 도전 의도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했다. 그는 '차기 대선 주자로 나올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자기가 의도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영향력이 더 큰 영역을 찾으려고 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문제는) 가능하냐는 것"이라며 "가능성이 없는데 그런 얘기를 하면 속된 말로 '또라이'가 되지만, 그렇다고 '아니다'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일부 여론조사(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제가 3~4% 나온다지만 지금 그런 얘기를 하면 우습다"고 했다.

이재명 : 하고 싶은 일, 성남시장 하면서도 많이 한다. 힘들긴 하지만 현재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미리 얘기해 봐야 발목이나 잡히지….

김종배 :
한마디로 진인사대천명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지만, 그 뒤에 천명이 온다면 거부하지 않겠다?

이재명 :
네. 뭘 피합니까? 할 때 되고 하면 하는 거지.

김종배 : 여론조사 기관이 하는 차기 주자 여론조사 다 챙겨서 확인하나?

이재명 : 아, 하죠. 해서 어떤 걸 하면 지지율 올릴까 이런 것도 고민하죠.

김종배 : 너무 솔직한데? (웃음)

특유의 직설적이고 좌충우돌하는 화법으로 '이슈 메이커'라는 말을 듣는 이 시장은 '정치적 캐릭터가 뚜렷해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지적에 대해 "저는 준준결승 하는 사람이라 결승 생각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지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이 시장의 화법은, 예를 들면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여론 지형에 대해 말하던 중 "쓰레기 집단이 보수를 자칭하고, 상식을 회복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진보, 심지어 빨갱이로 몰아간다"고 하는 식이다. 그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 못 하면 정치 안 한다고 (마음을) 정리했다"며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는 게 목표가 아니고 세상을 똑바로 가게 하자는 게 제 목표다. 큰 권력 차지 못하면 어떠냐"고 말했다.

이 시장에게 정치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내 마음대로 한 번 해보려고 (정치) 한다. (청중 웃음) 제가 생각하는 세상은 기회·소득·자원을 공정하게 나눠 공평한 기회를 누리는 사회다. 그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최소 조건인 '인간다운 삶'을, 복지를 통해 누리게 하겠다는 게 내 꿈이다.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들이 부당한 짓을 하는 것을 보면 배알이 꼴려서 못본다. (웃음) 그러니 나쁜 짓 못하게 막고. 그렇게 마음대로 하는 재미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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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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