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작가', 홍대서 캐리커처 그려주는 이유

[인터뷰] ''을들의 국민투표소' 차린 신주욱 작가

"5분도 안 걸려요. 그대로 있으면 돼요. 실물보다 예쁘게 그려줘요?"

베이지색 종이 위에 굵은 매직펜이 몇 번 왔다 갔다 하자 어느덧 예쁜 얼굴이 그려졌다. 의심의 눈초리로 그림 그리는 손을 지켜보던 20대 여성은 완성된 자신의 그림을 보고는 감탄했다.

"와, 정말 잘 그린다."

신주욱(36) 작가가 12일 오후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행인들에게 무료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신 작가는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는 그림으로 잘 알려진 화가다. 그가 이 자리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신 작가. ⓒ프레시안(허환주)

"미래가 불투명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죠"

'국민투표 제안위원회'가 주최하는 '박근혜 노동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를 묻는 국민투표 퍼포먼스가 10월 12일부터 11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서울 홍대를 비롯해 일산, 제주 등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국민투표소가 설치됐다. 신 작가는 국민투표 참여를 독려하고자 이날 홍대 정문에서 캐리커처를 그렸다.

앞으로 광화문 동화면세점(하이디스 농성장), 장애인 농성장이 있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강남역 앞 노점상, 기아차 국가인권위원회 앞 고공농성장,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단식농성 중인 새누리당 당사 앞 등에 '국민투표'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신주욱
이날 신 작가에게 캐리커처를 받은 20대 여성은 "주변 친구나 동생들에게 부당해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늘 억울해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해줘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는 신 작가가 이번 국민투표 행사에 참여한 이유와 동일했다.
"주변 아는 동생들도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어요. 가뜩이나 젊은이들이 살기 어려운 마당에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답답할 따름이에요.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구조를 만들고 있어요. 이런 식이면 앞으로 미래는 불투명해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은 거죠."

신 작가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이번에 진행되는 노동개악안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화가 났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먼 미래도 아닌 바로 앞의 미래조차 참담하게 변할 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이 실현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신 작가는 이전에는 '노동개악안'과 같은 사회 이슈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계기가 된 것은 세월호 참사였다. 그는 참사가 일어나기 1년 전에 세월호를 탔다. 제주도 전시회를 준비할 때였다. 이후 참사 소식을 접한 뒤, 이런 일들이 남의 일로만 넘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그린 이유다.

이후 한국사회의 밑바닥을 보게 됐단다. 신 작가가 사는 곳은 홍익대 인근이다. 이곳은 먹고 마시는 문화가 대부분이다. 신 작가는 "홍대 문화만 접한 나로서는 모두가 그런 삶을 사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해고자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고, 취업구직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자기만 몰랐던 사실을 뒤늦게 안 뒤로는 그 사람들을 위로하고 독려하고 싶었단다. 신 작가는 "말보다 어떨 때는 그림 한 장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위로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자신의 사회참여 방식을 설명했다. 신 작가가 그린 그림이 이번에 설치되는 모든 국민투표소에 설치된다.

국민투표 제안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 즉 우리 삶과 직결된 결정과 정책들이 우리와 무관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실현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에 대한 답을 국민에게 묻기 위해 '국민투표’ 행사를 진행한다"며 "전국에 1만 개의 투표소를 설치해 2000만 노동자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신주욱 작가.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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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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