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가 만들어낸 대학의 일그러진 현실

[상지대 민주화 일기 ⑬] 상지대 : 하나의 교육 기관, 두 개의 대학

△상지대는 분규 중이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 △상지대는 대학 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았다. 복귀한 김문기가 받은 초라한 성적표다. △상지대에는 교육과 연구, 학문이 없어져버렸다. △상지대의 모든 사람들은 우울하다. 아주 심하게 우울하다. 웃지도 않고 웃을 일도 없다.

지금의 상지대 상황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상지대 사태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확한 용어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무척 고민했다.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위 네 가지 서술로 정리해보았다. 내가 문학도라면 더욱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을 테지만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보충해보았다. 지금 상지대에는 무엇이 있을까?

△상지대는 김문기의 복수심으로 가득차 있다.
△상지대는 갈등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
△상지대는 원망과 좌절로 가득차 있다.
△상지대는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차 있다.

상지대의 하늘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이기적인 복수심이나 지극히 반교육적인 허위와 기만은 오로지 김문기만의 것이다. 반면 교수와 학생들은 갈등과 분노, 원망과 좌절로 고통받고 있다. 정상적인 대학의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면 복수심에 밀리고 기만에 치여 없어져버린 것은 무엇일까?

△상지대에는 배움이 없다.
△상지대에는 영혼이 없다.
△상지대에는 진실이 없다.
△상지대에는 목표가 없다.
△상지대에는 희망이 없다.

그 결과 상지대는 사학 비리가 판치고, 가짜가 횡행하고, 징계와 탄압이 난무하고, 불의와 거짓이 득세하는 황폐한 교정이 되어버렸다. 고등 교육 기관의 교정에 학문과 연구가 없고 배움과 진실이 없는 반면 온갖 사이비가 난무하는 상황으로 타락해버린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상지대의 현실이다. 그 중심이 김문기가 있고 사학비리가 있다.

▲ 지난 15일 열린 상지대학교 학생 총회. ⓒ상지대학교비상대책위원회

하루도 쉴 날 없는 싸움터

상지대는 단 하루도 쉴 날이 없는 싸움터요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대학 운영권을 틀어쥔 한 줌의 사학 비리 세력과 이에 분노하고 저항하면서도 나날이 좌절하는 다수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싸움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상지대는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교육의 무덤이요 학문의 폐허로 전락해버렸다. 다른 대학은 몰라도 적어도 상지대는 지금 죽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교육부는 구경꾼처럼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다.

상지대는 교육 기관이다. 그러나 상지대에는 두 개의 대학이 존재한다. 학문과 교육을 지향하는 대학과 부동산인양 소유를 추구하는 대학,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대학과 과거로 회귀하려는 대학, 진실에 입각해서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과 진실을 은폐하면서 허위를 유포하는 대학, 협동과 단결을 추구하는 대학과 분열과 갈등을 촉발하는 대학으로 나뉜다. 하나의 교육 기관, 두 개의 대학이 상지대가 처한 현실이다. 이 두 개의 대학이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 곳에서 우리는 매우 피곤하다. 한숨이 난다. 앞날이 까마득하다. 차라리 꿈이라면 좋으련만 깨어보면 현실이다.

상지대 교정 한가운데는 본관을 중심으로 대학원관, 민주관, 동악관이 모여 있다. 민주관은 학생회관이고 동악관은 강의동이다. 본관의 1층과 2층에는 총장실, 부총장실, 설립자실(가짜 설립자가 있는 곳), 기획처장실, 교무처장실이 있는데 점령군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징계와 탄압을 모의하는 음습한 공간이다. 대학원관 4층에는 교수협의회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30년간 대학 민주화의 중심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민주관에는 총학생회 사무실이 있다. 학생 활동의 중심이지만 학교에서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고 사무실 전기를 끊어버려 암흑천지가 되어버렸다. 민주관 앞에는 학생들의 오랜 투쟁 공간인 해방뜰이 자리잡고 있다. 동악관은 상지대에서 강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상지대의 교육 중심이자 교수와 학생들의 활동의 중심지이다. 여기에 교수농성천막과 학생농성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오전 8시 30분, 교수들이 김문기 퇴진 피켓을 들고 대학 정문에서 김문기 퇴진을 외치는 정문 시위를 시작한다. 같은 시간에 학생들은 동악관 앞에서 등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전개한다. 교수천막과 학생천막에는 농성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든다. 점심시간이 되면 다시 동악관 앞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징계에 반대하는 홍보 활동을 하면서 징계 철회 서명 작업을 시작한다. 학생들은 오후에도 다시 한 번 홍보 활동을 한다. 오후 여기저기서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각 학과가 모임을 하거나 회의를 하거나 대책을 협의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고 어둠이 몰려들면 동악관 앞 두 개의 천막만이 남아 인적이 끊어진 학교를 지킨다. 다음 날이 밝아올 때까지. 상지대의 하루일과는 이렇게 시작되고 이렇게 끝난다.

그러나 이 일상은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1년 사이에 김문기와 그 하수인들은 교수와 학생들이 설치한 농성천막 12동을 무자비하게 훼손해버렸다. 교수와 학생들이 항의하든 말든, 경찰이 옆에 있든 없든, 남학생이 있든 여학생이 있든 사정없이 천막을 철거하고 부순다. 재개발 현장에서 용역깡패들이 했던 일을 학교에서 버젓이 자행한다. 이 과정에서 뜯겨나간 현수막도 수백 장에 이른다. 아래 표를 보면 교내 폭력이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을 때는 한 달에 서너 차례씩 폭력을 행사했다. 이것을 정상적인 대학 풍경이라 할 수 있을까?


천막이나 현수막을 단순히 훼손하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적인 폭력도 행사한다. 폭행당한 학생이 병원에 입원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김문기에게는 별반 이상한 일도 아니다. 1986년에는 학생들이 학내 비리에 항의한다고 학생 150명을 간첩으로 만들어버린 용공 조작 사건을 일으킨 대학이다. 그 전 해인 1985년에는 김문기 이사장실에서 인사 문제로 농성하던 전문대 교수 3명을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 제압한 후 여주와 이천, 장호원 등으로 분리 감금하여 파면한 대학이다. 추운 겨울에 교수를 물에 빠진 생쥐처럼 취급한 것이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거나 탄압하는 것도 다반사이다. 고등교육법과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대학자치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김문기는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자치 단체의 활동을 일상적으로 탄압한다. 교수와 직원들의 급여에서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대학발전기금 이체를 끊어버리는 것은 물론 교수협의회의 회비 이체도 거부한다. 총학생회의 예산을 지급해주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전기까지 끊어버리는 대학이다. 상지대 교비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마련된 것이고 그 일부가 학생활동비인데 교비의 주인인 학생들의 활동비까지 막아버리는 후안무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왜 이렇게 되었을까? 김문기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교육부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교육부가 한 일이 아니라면 이런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교육부에 물어보고 싶다. 이런 일이 하루가 멀다 않고 빈번하게 자행되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온하다면 그것이 교육부인가?

얼마나 많은 교수, 학생, 직원을 징계해야 속이 풀릴까

그 사이에 교수 4명이 파면되고 1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다시 교수 7명이 중징계 회부되었다. 징계 사유도 없는데도 일단 징계부터 한다. 가장 먼저 징계 파면당한 나는 교원소청위에서 징계가 취소되었는데도 복직 처리를 할 생각도 않는다. 학생 대표 7명이 중징계 회부되어 그 중 4명이 무기정학을 받았다. 학생대표 4명의 무기정학 처분은 법원에서 취소되었다. 이들 4명중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등 2명은 다시 중징계 회부되었다. 징계 중인 학생을 왜 다시 징계하느냐고 항의했더니 학교가 재판에서 패소한 직후 징계를 종료했단다. 징계를 종료했는데도 당사자인 학생에게는 알려주지도 않은 것이다. 직원 2명이 해임되고 다시 3명이 해임되었으며 2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더 많은 직원들이 징계 대기 중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교수, 학생, 직원을 징계해야 속이 풀릴까?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중인 교수, 학생, 직원의 신상은 본인의 명예와 관련된 것이므로 여기에 올리지 않는다.

그 사이에 또 수십 건의 고소 고발이 있었다. 물론 김문기의 하수인들이 구성원을 상대로 고소고발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무조건 고소고발부터 하고 본다. 나는 도대체 몇 건이나 고소 고발되었는지 파악조차 못할 지경이다. 수없이 경찰과 검찰을 들락거리고 법정에 나가야 한다. 폭행과 폭언 등 폭력행위가 다반사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보안대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직원들을 대거 채용했고 친인척과 측근들로 족벌체제를 구축해서 징계와 탄압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족벌 체제를 구축하고 보안대를 고용해서 김문기를 방어하려고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가위질하듯 삭감했다. 학생들을 위한 15개 이상의 사업에서 6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전액 삭감되었다. 삭감된 돈이 학생들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을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엉뚱한 짓을 하는데 대학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돌아갈 장학금도 30%나 삭감되었다. 특히 근로 장학금, 포인트 장학금, 학업 봉사 장학금은 전면 중지되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 휴학하는 학생이 속출하고 휴학하지 않는 학생들도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학업을 이어가는데 이렇게 교내 장학금을 삭감해버리면 어떻게 하나? 결국 학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이 무더기로 늘어나고 있다.


김문기 구재단과 그 반교육적 족벌 체제의 전횡과 탄압으로 인해서 상지대 교수와 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얼마나 더 말해야 할까? 상지대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상황을 얼마나 더 자세하게 설명해야 이해가 될까? 상지대가 얼마나 더 참혹하게 망가져야 교육부가 실상을 느끼게 될까? 아니면 누군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교육부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도대체 김문기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도 방자하게 구는 것이며 교육부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도 미적거리며 수수방관하는 것일까?

결국, 학생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무기한 수업 거부를 결의했다. 대학에서 수업은 학생들의 마지막 권리인데 그 권리까지 포기하면서 대학의 정상화를 요구한 것이다. 학생들은 △보직 교수 총사퇴, △이사 전원 사퇴, △구성원 징계 철회, △대학평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상지학원 재감사와 임시이사 파견 등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다섯 가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김문기 족벌 체제 해체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상지대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돌고 돌았지만 상황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김문기는 위장 해임되었다. 김문기는 또 다시 국정 감사 청문회에 위장 불출석했다. 김성남은 청문회에서 위증의 죄를 범했다. 김문기의 거수기 이사회는 무능력하고 김문기의 하수인 보직들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이다. 구성원에 대한 대량 징계로 학교는 극도로 황폐화되었다. 학생들은 대학의 존망에 위협을 느끼며 무기한 수업 거부를 결의했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상지대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교육부의 처신을 질타했다. 상지대에 대한 재감사와 임시이사 파견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황우여 장관은 10월 8일 종합감사 이전까지 대책을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므로 공은 다시 교육부로 넘어갔다. 교육부가 상황에 맞는 결정을 하기 바란다. 상지대를 안정시킬 대책을 제시하고 즉각 실천하기 바란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이것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충분히 교육부를 지켜보았다. 그러니 교육부가 결정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우리 대학은 우리의 힘으로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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