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박근혜, "뻔뻔해도 유분수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7월이면 기초연금이 도입된 지 1년이다. 기초연금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무엇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때문이다.

지난 1년째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매달 25일 기초연금 20만 원 입금을 통장에서 확인하고 다음 달 20일 기초생활 생계 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공제당하고 있다. 그 수가 무려 40만 명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인 70%가 대부분 기초연금만큼 현금 소득이 늘었는데, 유독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만 여기서 배제되고 있다.

노인들, 이제는 한숨만…

처음엔 이분들은 '어찌 그럴 수 있느냐'며 분통해 하셨는데, 이제는 오직 한숨만 쉬신다. 정부로부터 생계 급여를 받는 주제에 무슨 말을 또 하냐며 자신을 탓하신다.

하지만 정작 부끄러워할 사람들은 이분들이 아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고도 방치하는 우리 모두가 책임자이다.

작년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아무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아니 모르거나 안중에 없었다. 정부는 이를 알리지 않았고, 국회와 복지 시민단체들은 오로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문제에만 정신이 쏠려 있었다.

정부, 법으로 기초연금 보장하고 시행령으로 박탈

우선 박근혜 정부의 뻔뻔함이 도를 넘는다. 기초연금법에선 20만 원을 보장해 놓고, 다른 법 시행령에서 이를 뒤엎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기초 연금은 국민 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금액이 삭감되는 구조를 지닌다. 그럼에도 결코 삭감되어선 안 되는 대상이 기초연금법에 명시돼 있다. 바로 장애인연금 수령자, 기초생활수급 노인 등이다. 보건복지부도 기초연금법 통과를 주문하면서 보도 자료를 통해 이를 홍보하기도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도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경우 지원 대상이 되며, 기초연금의 경우 2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기초연금법안 제5조 제6항)" (보건복지부 보도 설명 자료, 2013년 12월 27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기초연금법 제정 이후 관련 법률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정비해야 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보면, 소득 인정액 범위에 기초연금이 들어가 있다.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이 금액이 생계 급여에서 공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단어가 소득 인정액 범위에서 삭제돼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3조(소득의 범위) ① 법 제2조제9호에서 "실제 소득"이란 다음 각 호의 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
1. 근로 소득... 2. 사업 소득.... 3. 재산 소득.... 4. 이전 소득
다.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별정우체국법」...

그런데 정부는 이를 그대로 놔두었다. 이는 시행령이 상위 법 조항을 무력화하는 불합리한 경우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보건복지부의 설명과도 어긋난다.

작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노인복지관을 방문해 '개선하겠다' 약속하고 올해 2월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가 남윤인순 의원 질문에 "보완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단지 말뿐이다.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국회, 법안들 낮잠만 재워


둘째,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회의 의지, 능력이 너무 빈약하다.

복지 확대에 소극적인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활동은 실망만을 안겨준다. 작년 기초연금법 제정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로지 다가오는 지방 선거에서 악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정치 공학 문법에만 매달렸다.

서둘러 통과시키다 보니 기초연금법에 기초연금액 조정 원리가 소득 연동에서 물가 연동으로 대체되었음에도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사실 황당한 법안 심의이다(당장 기존처럼 소득 연동이었으면 올해 4월부터 기초연금이 3.2% 올라 20만6400원이었어야 했건만, 물가와 연동되는 바람에 1.3%만 인상돼 20만2600원에 그쳤다.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것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역시 그렇다. 기초연금법 심의과정에서 이 문제는 아예 제기조차 되지 않았다. 기초연금법 제정 이후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이를 시정하려는 활동도 미미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으나, 보건복지위원회는 이 법안들을 계속 낮잠만 재우고 있다.

복지·시민단체, 더 분발해야

셋째, 내가 활동하는 단체를 포함해 복지·시민단체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작년 5월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 언론사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에 물었다. "혹시 기초연금이 도입돼도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맞는지요?" 아차 싶었다. 후속 조치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손보지 않으면 그러할 위험이 컸다.

서둘러 문의했건만 보건복지부는 시행령을 바꿀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존 기초노령연금에서도 이 문제가 존재했으므로 국회가 기초연금법 제정 과정에서 반드시 정부에게 '시행령 개정' 약속을 받았어야 했는데 이를 놓친 것이다.

일부 복지학자들은 기초연금을 소득 인정액에서 빼면 기초생활보장제의 '보충성 원리'가 무너진다고 우려한다. 설령 이러한 논리에 따른다면,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인 가구 유형 최저 생계비의 재설계를 포함해 전체 최저 생계비 체계를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한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면 과도적이라도 기초연금을 소득 인정액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복지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요청된다.

시행령의 '기초연금' 4글자만 삭제하면 돼

작년 6월 노년유니온,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20개 단체들이 '빈곤 노인 기초연금 보장 연대'를 구성했다. 청와대 앞에서 '도끼 상소'를 올리고, '대통령직도 줬다 뺏을까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불효정당 새누리당'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을 폈으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역시 40만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에게 송구하다. 미리 챙기지 못하고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야 움직였다. 그만큼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 다짐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서 '기초연금' 네 자를 삭제하라!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세요.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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