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기초연금, 복지부의 거짓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부의 허구적 논리를 반박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배제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앞에서 노인들이 차라리 자신의 목을 치라며 '도끼 상소'를 올렸다.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이번 달 25일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지만 다음 달 20일 생계급여에서 20만 원이 삭감당할 예정이다. 근래 당사자 어르신들을 만났는데, 다수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준다고 말하지 말지"라며 좌절과 탄식을 쏟아내신다. 다음 달 감액된 생계급여 금액을 확인하고 놀라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너무 무겁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전하, 줬다 뺏는 기초연금 아니 되옵니다")

복지부, 기초생활 노인도 20만 원 받는다고 버젓이 홍보하고선…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태도가 무척이나 완고하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배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설명 자료까지 기자단에게 배포하며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강행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절박하게 호소하고 다수 언론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요지부동이다.

작년 말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자도 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었다. 작년 12월 27일 보도자료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도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경우 지원대상이 되며, 기초연금의 경우 2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 출처 : 보건복지부 보도 설명 자료.

기초연금법도 기초생활 노인에게 감액하지 않고 20만 원 지급한다고 명시

이는 기초연금법 5조 6항을 보아도 그렇다. 이 항목은 기초연금 수급권자 중 감액 조치를 당하지 않는 사람을 명시한 곳이다. 기초연금 수급권자 중 온전히 20만 원(기준연금액)을 지급하는 대상으로 장애인연금 수급권자, 기초생활수급권자 등이 나열돼 있다.

이러한 조항의 취지에 따르면 당연히 기초생활 노인들은 기초연금 20만 원 복지를 얻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 기초연금과는 이웃 부서인 기초생활보장과가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만큼 삭감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기초연금법>

제5조(기초연금액의 산정) ⑥ 기초연금 수급권자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액은 기준연금액(필자 주: 20만 원)으로 한다.
2. 제3항 각 호 또는 제5항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국민연금법」 제56조제1항에 따라 국민연금 지급이 정지된 노령연금 수급권자 및 분할연금 수급권자
나. 「장애인연금법」 제4조에 따른 수급권자
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조에 따른 수급권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생계급여 수급자를 의미 <필자>)


기초연금법이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자료를 접한 사람이면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 혜택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기초연금법이 기초생활 노인에게는 감액하지 않고 20만 원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는데, 곧바로 생계급여에서 20만 원이 삭감당할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정부 역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동일한 금액을 삭감할 계획이면서 어떻게 이러한 보도자료를 낼 수 있는가?


그렇다면 보건복지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무엇일까?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일까? 보건복지부가 내세우는 다섯 가지 논리의 허구성을 반박한다. 40만 빈곤 노인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다. 보건복지부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한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논점 1: 기초생활보장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인정하면 중복 복지라고?
→ 번지수를 잘못 찾은 주장이다. 70% 노인의 현금 소득 증가가 본질이다.

보건복지부가 내세우는 가장 핵심 논리는 기초생활보장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이중으로 지급받는다는 것이다. 현행 생계급여가 최저생계비와 노인별 소득인정액의 차이를 메워주는 보충급여 제도이므로, 기초생활보장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은 생계급여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는 논쟁의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지금 제기된 빈곤 노인 기초연금 논란의 본질은 보충급여 원칙에 있지 않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기초연금 공약이 부상하고 보편주의 원리에 따라 모두에게 20만 원을 지급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심각한 공약 후퇴를 거쳤지만, 7월부터 하위 70% 노인의 현금 소득이 기초연금 인상으로 일제히 10만 원씩 늘어났다.

그런데 유독 가장 가난한 노인들만 여기서 배제된다. 이게 지금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 방안대로 시행되면 대부분 노인의 현금 소득이 증가하는데 기초생활 노인만 그 자리에 머물어 노인 내부 격차는 심화된다. 정부가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내세웠던 노인 빈곤율 완화와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정부에게 기초연금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가? 노인의 생활 보장인가? 제도의 형식 논리인가?

정부가 중복 지급 운운하지만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되는 복지는 지금도 존재한다. 이미 어린이집 아동에 대한 보육료 지원, 집에서 돌보는 아동을 위한 양육수당(월 10만~20만 원)도 생계급여와 별도로 제공되고 있다. 이번에 노인의 소득일 일제히 증가하는 준보편적 기초연금 복지가 확대되었다면, 기초생활수급자든, 일반 노인이든 함께 누리는 게 당연하다.

현행 기초생활보장 소득인정액 제도가 과거 기초노령연금을 소득으로 간주하고 있다면, 이번 기초연금 도입을 계기로 노인의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되는 일이다. 애초 정책 목표만 충실히 준수한다면 쉽게 해결되는 일인데도, 보건복지부는 중복급여 논리만 반복해서 말한다. 전형적인 관료주의 탁상공론이다.

논점 2: 차상위계층 노인과 소득이 역전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정부 방침대로 강행하면 오히려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별도로 받으면 차상위계층 노인보다 소득총액이 많아져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어이가 없는 논리이다. 기초생활보장제 소득인정액 제도의 원리를 뻔히 알면서도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궤변이다.

빈곤 노인들의 요구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기초연금 항목을 제외하라는 것이다.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계층을 포함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별도 소득으로 인정하라는 제안이다. 이렇게 되면 하위 70% 노인의 현금 소득이 일제히 함께 증가한다. 기초생활 노인, 차상위계층 노인 모두 기초연금을 받는다. 지금 지위에 어떠한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형평성 문제는 정부 방침대로 기초연금이 시행될 경우 초래된다. 차상위계층 이상 노인은 기초연금 인상 혜택을 누리지만 기초생활보장 노인만 여기서 배제되기에 노인 내부 격차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방침대로 기초연금이 강행되면 현행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 중 일부가 수급 자격을 박탈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지금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기초연금이 20만 원으로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 10만 원 오르면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를 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는 2년간 의료급여 적용을 유예하는 조치로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당사자 노인의 입장에선 노인 복지의 획기적 확대로 여겨지는 기초연금 인상이 이루어졌는데, 혜택은 전혀 없이 오히려 수급자에서 탈락당하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복지를 살피는 부처인지 의심스럽다.

▲ 청와대에 도끼 상소 올리는 빈곤 노인들. ⓒ프레시안(김윤나영)

논점 3: 외국도 기초연금 공제하니 우리나라도 그래야 한다고?
우리나라의 빈약한 기초생활보장 현실에선 기초연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게 훨씬 설득력 있다.

정부는 선진국에서도 기초연금과 같은 연금복지는 공공부조의 소득인정액에 포함해 생계급여에서 공제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에서 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 소득을 소득인정액에 포함하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다. 선진국 복지에서 본받을 만한 건 무시하다 왜 이것만은 정부가 꼭 따라가려는지.

정부의 주장이 근거를 가지려면 우리나라고 기초생활보장제가 선진국처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어야 한다. 2000년에 도입된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아직도 빈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족한 생활비를 채워준다는 의미에서 보충 급여라고 하지만, 최저생계비 수준이 너무 낮다. 게다가 재산의 소득환산액, 추정 소득, 부양 간주 소득 등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소득을 근거로 수급 자격을 배제하거나 생계급여를 낮추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빈곤층들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에 있고, 수급자일지라도 현행 생계급여로는 최저생활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왜 대한민국 노인들이 생계급여를 받으면서도 폐지를 주우러 나서야 하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는가?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그 목표를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처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약한 곳에선 기초연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게 훨씬 설득력 있다.

논점 4: 맞춤형 급여체계, 부양의무자 완화로 기초수급자 권리 보장하겠다고?
별개의 사안이다. 동문서답하지 마라.

정부는 지금 국회에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 과정에서 여러 보완책을 마련할 것처럼 이야기하다. 동문서답으로,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꼼수이다. (☞ 관련 기사 : 복지부 장관 "병원 규제 풀면 의료비 줄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기초생활보장 노인의 기초연금 권리 보장은 전혀 별개의 사안임을 분명히 확인하자. 정부 개정안이 통과돼도 기초생활보장 노인들의 기초연금 배제 문제는 계속 남는다. 사실 빈곤 노인 기초연금 문제는 법 개정 사항도 아니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국회 논의와 무관하게 시행령을 개정하면 되는 일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3조(소득의 범위) ① 법 제2조제9호에서 "실제소득"이란 다음 각 호의 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말한다.<개정 2012.4.17, 2012.12.21>
1. 근로소득
2. 사업소득
3. 재산소득
4. 기타소득
다. 「국민연금법」, 「기초노령연금법」(이하 생략)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금품은 소득으로 보지 아니한다.
1. 퇴직금, 현상금, 보상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금품
2. 보육·교육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성질의 서비스 이용을 전제로 받는 보육료, 학자금,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금품
- 설명: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범위에 포함되어 그 금액만큼 생계급여에서 삭감되고, 보육료와 양육수당은 소득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삭감 대상이 아님. <필자>
기초생활보장 시행령 제3조 '소득의 범위' ②항에 기초연금을 예외로 한다고 문구 하나만 추가하면 된다. 이미 보육 등의 소득은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양육수당을 받아도 이것 때문에 생계급여가 깎이지는 않는다. 이처럼 기초연금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의 '소득의 범위'에서 제외되도록 시행령을 고치면 된다. 국회 논의 운운할 이유가 없다.

덧붙이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논의 역시 중대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행 통합급여체계를 개별급여체계로 전환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게 정부안의 내용이다. 통합급여체계를 개혁하자는 데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지닌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기초생활보장제가 지닌 핵심 문제는 낮은 최저생계비와 가공의 소득을 만들어내는 소득인정액 제도이다. 이로 인해 비수급 빈곤층이 방치되고 생계급여도 낮다. 부양의무자 역시 정부안은 기준소득을 조금 완화하는 데 그쳐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대폭 축소하고 부양의무자 제도는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하건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정부안에 담겨 있지도 않다.

논점 5: 예산이 많이 든다고?
→ 고령화 시대 감당해야 할 재정 책임이다.

정부는 기초생활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별도로 지급하면 연 8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엄살을 부린다. 한해 35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가 할 말인지 의심스럽다.

기초생활보장 노인에게 기초연금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는 데 8000억 원이 드는 게 사실이다. 기초연금은 2015년 필요 재정이 10.3조 원에 달하는 대형 복지이다. 그만큼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복지이다. 8000억 원은 절대액에서 작지 않지만, 비중으로 보면 전체 기초연금 예산의 8%에 불과하다. 기초연금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노인 복지이다. 이에 기초연금제도의 필요재정 규모를 11조 원으로 늘려 책정해야 한다. 정부가 당연한 의무는 방기하고 가장 가난한 노인들을 예산 절약의 대상으로 삼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재정이 많이 드는 기초연금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연히 예산을 마련하는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복지 재정 확충 작업을 소홀히 하고선, 이제 와서 가장 가난한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보장하면 예산이 많이 든다는 타령을 하고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가장 가난한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재정은 조달할 수 있다. 걸림돌은 오직 정부의 의지 부족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