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메르스 추경, 효과는 불투명 부작용은 심각"

"정부, 정보 공개해야…금리 올리고 가계부채 줄여야"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쓴소리를 내놨다. 특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하자는 정부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이 전 최고위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혔지만, 집권 후 멀어진 인물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1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추경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분들은 두 가지 목적을 섞어서 이야기하시는 것 같다"며 "우선 메르스 대책용 예산이 필요하니까 추경을 하자(는 것과), 메르스 때문에 식당도,여행도 안 가고 모든 게 얼어붙어 경기침체가 올 것 같으니 경기 부양용 추경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라고 구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메르스 대책용 추경을 이야기하자면, 이런 경우는 예비비를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2015년 한 해만 해도 3조64억 원이나 이미 배정돼 있다. 먼저 이걸 쓰고, 그래도 모자라면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어 '경기 부양용 추경'에 대해 "효과는 굉장히 불투명한 반면에 부작용은 굉장히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더 추이를 보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추경 편성시 예상되는 부작용으로 "국가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얼마 전 금리 인하를 했는데, 2008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7~8년 동안 계속 인하만 해 왔다"고 지적하며 "사실 금리인하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리 인하를 하면서 가계 부채는 어마어마하게 쌓이지 않았느냐"며 "그런 상황에서 추경을 하면 국가 부채마저 더 쌓이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가부채가 GDP 39%까지 왔다"고 우려했다.

전반적으로 '확장' 기조인 최경환 경제팀을 겨냥해 그는 "경제가 안 좋을 때 버틸 수 있는 최후의 안전판이 재정건전성인데, 이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부양책을 쓰지만 사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때부터 지금까지 8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경기부양책만 써 왔지만 이제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고언을 했다.

그는 "이번에 오죽하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압박에 내몰려서 하면서 '효과를 내려면 정부가 구조개혁을 해야 하고, 가계부채 대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겠느냐. 이건 금리 인하가 거의 약발이 없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금리를 안 올릴 수 없다"며 "금리가 올라 버리면 낮은 금리라고 생각하고 돈을 빌린 분들, 빚을 내서 집이라도 사자고 하신 분들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다. 생활비가 너무 빠듯해서 '이자가 이렇게 싼데 돈 좀 빌려서 생활비라도 충당하자' 했던 서민들이 이자를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보았듯 금융기관이 무너지게 되면 거기에 돈을 저축했던 수많은 서민들 가슴에 멍이 들고 땅을 치는 일이 생긴다. 보통 재앙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계 부채, 늘리지 말아야 한다"며 "추경에 대해서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메르스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은 맞는데, 메르스는 메르스로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왜 메르스 때문에 경제가 얼어붙느냐?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경제가 얼어붙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모르는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서 불필요하게 경제가 과도하게 얼어붙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때보다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며 "세월호 때는 '나는 배를 안 타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지만 (그래도) 다들 마음이 아파서 함께 슬퍼하느라고 여행도 놀이도 자제한 것인데, 이번에는 내가 메르스에 걸려서 내 생명이 위험할까봐 다들 밖에도 안 나가고 집 안에만 계시는 것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 때 미국은 어떻게 했느냐? 환자들의 주소도 알리고, 동선도 다 공개했다. 어떤 식당에 갔는지, 어떤 볼링장에 갔는지까지 다 공개하고, 환자가 간 식당에 다 가서 방역당국이 철저하게 소독하고, 그 소독이 제대로 되었는지 검사하고, 안전하다고 공개하고,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뉴욕 시장이 가서 미트볼 한 접시를 싹 비우고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런 것을 정부가 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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