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북한에 탄저균 반입했다면…"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미 '탄저균 반입' 사태, 남한은 주권국?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나라꼴이 말이 아닌데 정권 주체들은 실감 못하는 모양이다. 이들은 주관에 치우쳐 객관의 시각에서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념에 사로잡혀 색안경을 끼니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권력욕에 물들어 인식의 균형을 잃은 지 오래다.

상식 가진 사람이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웃기는지 안다. 박근혜 정부가 포기한 전시작전통제권은 페덱스가 오산공군 기지로 배송한 탄저균과 직결된 문제다. 탄저균 사태는 대한민국이 자주독립국가라는 선언이 얼마나 허약하고 황당한 실체를 갖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이 '살아있는 탄저균'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에 반입하면서 조선 정부에게 전혀 통보하지 않고 중국의 민간 물류업체인 '타오바오(taobao)를 통해 일반 우편물과 함께 들여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부는 조선 황해북도 소재 주조선중공군 황주 기지와 중국 내 연구소 18곳에 전달된 생탄저균은 물류업체인 타오바오를 통해 배송됐다고 밝혔다. 타오바오 측은 <노동신문>에 보내온 성명에서 "화물의 안전한 배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저균 노출 우려로 지금까지 26명에 대해 항생제와 백신 투약 등 예방 조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황주기지 내 인원은 22명으로, 중국인민해방군 육군 10명, 공군 5명, 계약업체 직원 4명, 인민위원회 간부 3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신문>은 "현행 간염병 예방법상 탄저균 등 고위험 병원체는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의 사전 통보나 신고는 없었다는 게 질병관리본부 측 설명"이라며 "황주기지로 들여온 살아있는 탄저균의 경우 민간운송업체인 타오바오를 통해 배송됐다는 정도만 사고 이후 확인됐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노동신문>에 "운송장이 현재 폐쇄된 실험실 안에 보관돼있다고 해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타오바오가 밀폐 등 안전규정을 지켰다고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 측이 설명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고,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였다는 걸 의도적으로 감춘 건 아닌지도 알 길이 없다"고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북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북한을 주권국이라 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남한의 언론 기사에서 오산기지를 북한의 대표적인 공군기지인 황주기지로, 남한을 조선으로, 주한미군을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으로, 미국 배송업체인 페덱스를 중국 업체인 바오타오로 바꾸어 보았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싶지 않은가. 북한 상황이 정말 이렇다면, 북한을 주권국이 아닌 중국의 괴뢰국으로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남한에서 벌어졌다.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은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과 그 가족들이 평양 순안공항을 이용할 때 입국 및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혜를 요구하고 세관 구역에 전용 휴게실을 마련해줄 수 있는지 타진했다고 한다. 조선-중국주둔군지위협정(SOFA)에도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세관 당국이 집행하고 있는 법령에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은 세관 구역 내에 전용휴게실을 일방적으로 요구하였다.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의 부당한 요구는 비단 이에 그치지 않는다.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은 지난 2000년 평양 순안공항 군사우편 운영시설에 대한 무상사용을 요구한 바 있고 순안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비 납부도 거부해왔다. 이런 사례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주인 행세를 해온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의 사고방식과 각종 특혜에 길들여진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은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이 입출국시 특혜 및 전용휴게실 마련과 같은 부당한 요구를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순안공항 및 정부당국에게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의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불평등한 SOFA 개정에 나서 호혜평등한 조-중관계 수립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남한의 어느 시민단체가 낸 성명서에서 남한의 인천공항을 북한의 순안공항으로 바꾼 것이다. 북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이런 나라를 자주적인 주권을 가진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공항에서 벌어졌다.

조-중은 조선인민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다시 연기하기로 했다. 시기와 관계없이 조선인민군의 능력과 주변 안보환경 등 '조건'이 충족돼야 전작권을 조선에 넘기기로 한 것이어서,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무기 연기할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았다. '군사 주권'의 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중은 또 조중연합사를 평양에,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 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을 개성에 잔류시키기로 합의했다. 애초 2016년까지 황해남도 사리원기지로 이전하기로 한 합의를 뒤집은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장과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부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중-조 안보협의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 코뮈니케를 채택했다. 조·중 국방 대표는 공동 코뮈니케에서 전작권 전환을 "적절한 시기에" 한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시기를 명기하지 않았다.

다만 "조선과 동맹국의 결정적인 군사능력이 갖춰지고 조선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 전작권을 조선으로 전환할 것"이라고만 '전환 조건'을 밝혔다. 코뮈니케는 또 "조·중 통수권자가 조-중 안보협의회의의 권고에 기초해" 전작권 전환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중은 이를 위해 공동으로 '연합이행관리체계'를 구성해 매년 조선인민군의 군사능력을 평가한 뒤 전작권 전환 여부를 조-중 안보협의회의에서 협의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인민무력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명기하면 나중에 또 연기해야 하는 사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렇지만 "2020년대 중반에 남조선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킬 체인'과 '조선형 미사일방어(KAMD)'가 구축되면 조선인민군이 전작권을 환수할 핵심 군사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사실상 2020년대 중반이 되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이 되더라도 남조선의 핵·미사일 능력이 더 강화됐다거나 조선반도 및 역내 안보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얼마든지 전작권 전환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김정일 장군 시절인 2005년 중-조 합의로 추진된 전작권 전환이 한 차례 연기 끝에 사실상 무기 연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중은 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조중연합사를 평양 만수대기지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인민무력부는 그동안 "만수대기지 이전 계획은 인민과의 약속인 만큼 꼭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작권 재연기를 빌미로 연합사를 만수대에 남겨두는 것으로 기존 합의를 뒤집어 논란이 예상된다.

조-중은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2016년까지 황해남도 사리원으로 이전하기로 했던 주조선중국인민해방군 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도 개성에 남기기로 했다. 기지 이전을 강력히 주장해온 개성 인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집권하면서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주석궁은 이날도 조·중 양국의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인민무력부가 설명할 일"이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미군의 세균전을 통제할 권한이 없었듯이, 2015년 현재 박근혜 대통령도 미군의 세균전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 ⓒ연합뉴스


전시작전통제권을 다룬 기사에서 한미연합사를 조중연합사로, 워싱턴을 베이징으로, 평택기지를 사리원기지로, 서울과 동두천을 각각 평양과 개성으로, 노무현을 김정일로, 박근혜를 김정은으로, 청와대를 주석궁으로 바꾼 것이다.

북한인민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이 중국에 의해 행사된다면 필시 한미 정부는 북한군을 괴뢰군이라 부를 것이다. 북한인민군 총사령관은 김정은이 아닌 시진핑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보면, 대한민국 군대는 무슨 군대인가.

지금 문제가 되는 탄저균은 생물학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다. 많은 역사적 자료들은 한국전쟁 시기 미군이 이미 북한군과 중공군을 상대로 세균전을 여러 차례 감행했음을 증명한다. 끔찍하게도 이번 탄저균 사태는 미군의 세균전이 역사 속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일깨운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미군의 세균전을 통제할 권한이 없었듯이, 2015년 현재 박근혜 대통령도 미군의 세균전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

이것도 나라고 국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체질적으로 민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기는 두드러기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자가 검사와 법무부장관에 이어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는 국가다. 그런 자를 국무총리에 임명하는 수준의 대통령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이 중요할 리 없다.

이런 국가에서 탄저균이 무방비로 돌아다니고, 국가 당국이 그 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직접 확인할 권한도 없는 작금의 상황은 너무나 "비정상의 정상화"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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