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 오른' 서울대병원, 그래도 아프면 오세요!

[기자의 눈] 서울대병원 파업에 주목하는 이유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지난 23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병원이 추진하는 '전 직원 성과급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파업을 앞두고 간호사들을 만나러 갔다. 그들이 성과급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환자를 돈으로 보게 되잖아요." (☞관련 기사 : "서울대병원이 임종 앞둔 환자 CT까지 찍다니…")

간호사들은 서울대병원이 국립대 병원 최초로 10년 전 '의사 성과급제'를 도입한 뒤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예전보다 불필요한 검사가 늘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동시에 환자 6명이 누워있는데, 컨베이어벨트 탄 것처럼 다 내시경 검사받으러 가요."

서울대병원의 '성과 쥐어짜기'에 학을 뗐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그래서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나요?"

공공 병원조차 과잉 검사를 한다면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은 뜻밖이었다.

"서울대병원으로 오세요. 공공 병원이라 그래도 민간보다 나아요."

▲ 노동조합 파업 전야제가 열린 지난 22일 서울대병원 로비에 붙은 포스터. ⓒ프레시안(김윤나영)

"서울대병원으로 오세요. 그래도 나아요"

그 대답을 듣고 새삼스럽게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우리나라 병원이 정상이 아닐 수도 있는데,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 직원들은 '30초 진료'도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서울대병원이 소위 다른 '빅5' 병원들보다 특별히 과잉 검사를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른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정도로 검사가 늘었을 때, 서울대병원 직원들은 '이건 아닌데…' 속으로 생각할 정도의 민감함은 있다는 것이다.

그 양심적인 직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병원에 성과급을 도입하면 환자 쥐어짜서 돈 벌어오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 측은 "정부의 '공공 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정부 차원의 요구사항이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받기에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국립대 병원에 방만 경영이 있다면 정부 책임도 크다. 실제로 교육부는 그간 서울대병원이 수천억 원씩 들여 새 건물을 짓고, 호텔을 매입하는 일 등을 눈감아줬다. 국립대 병원이 추진하는 사업을 마음껏 하게 승인해줬다. 그러다가 갑자기 세수가 부족하니 '방만 경영'을 탓한다. 병원으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서울대병원이 먼저 하면, 다른 국립대 병원도 따라 한다?

그런데도 서울대병원 파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서울대병원이 '공공 병원 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10여 년 전 선도적으로 '의사 성과급제'를 도입한 첫 국립대 병원이다. 서울대병원이 '의사 성과급제'를 도입하자, 그간 눈치만 보던 국립대 병원이 하나둘씩 의사 성과급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은 또 국립대 병원 최초로 SK텔레콤과 함께 영리 회사인 '헬스커넥트'를 출범시켰다. 정부가 의료법인에 '영리 자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려던 즈음에, '원격 진료'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영리 회사를 만든 것이다.

이번엔 전 직원 성과급제다. 역시 국립대 병원 최초다. 다른 국립대 병원 경영진은 서울대병원 눈치만 보고 있다. 정부의 '방만 경영 정상화' 정책 방향을 핑계 삼아 서울대병원으로서는 성과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서울대병원이 '선제적'으로 시행하면, 다른 국립대 병원들이 따라갈 확률이 높다.

한국 의료는 갈림길에 서 있다. 공공성을 강화할 것인가, 상업성을 강화할 것인가. 정부는 '상업화'로 가자고 한다. 의료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고, 공공 병원도 돈을 벌라고 한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공공성'을 강화하자고 한다. 병원 노동자로서 진료 현장에서 양심적으로 환자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서울대병원 파업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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