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막내 기자'.
<프레시안> 편집국 소개란에 나와 있는 그의 자기소개 문구다. 특이한 이름 탓인지 입사 초반 편집국 내에서 이따금 '어리버리 어리'로 불리기도 했지만, 현장에 나가면 그 '어리버리함'은 사라지고 눈빛부터 달라진다. 연차가 쌓일수록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선배 기자들에게 펀치를 날리듯, 무슨 일만 터지면 가장 먼저 자원해 현장으로 달려가는 현장형 사회부 기자다.
4월 넷째 주 '이 주의 조합원'에서 소개할 이는 편집국 기획취재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조합원 서어리(29) 기자다.
프레시안 : 자기소개 좀 해 달라.
서어리 : 내 입으로 얘기하기 민망한데…. 간단히 소개하면, 2012년 8월에 입사해 정치부에 있다가, 2014년 여름 이후로 계속 사회부(이슈팀-기획취재팀)에서 일했다. 지난해엔 국정원 간첩 조작과 관련한 이슈를 주로 취재했고, 요즘엔 거의 세월호 참사 관련한 기사를 쓰고 있다.
특별취재팀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기획 <고잔동에서 온 편지>를 거의 한 달째 진행 중이다. 지난주에는 진도에 다녀오고, 매주 주말 집회도 챙기고…요즘 쓰는 기사의 90%가 세월호 관련 기사인 것 같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에서 세월호 참사 취재를 가장 많이 한 기자다. 몇 달간 안산으로 출근하다시피 이 일에 매달렸는데, 어땠나.
서어리 : 힘들다. 정신적으로. 힘들다가도 무뎌지고, 무뎌질만 하면 다시 힘들고…. 예전에 <금요일에 돌아오렴> 서평 쓸 때는 꿈에 아이들이 나왔었다. 그래봐야 기사를 쓰는 입장이니까, 사실 힘들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솔직히 세월호 참사 관련한 기사를 이젠 그만 쓰고 싶다. 그런데 그만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1년 전에, '1년 뒤에도 세월호 기사를 쓰고 있으려나'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걸 보면…앞으로도 계속 이 참사 이야기를 많이 쓸 것 같다. 몇 년짜리 기사일까 가늠이 안 된다. 정부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또 최근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다면.
서어리 : 취재는 아니고, 토요일(25일)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 결혼식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친구 결혼 때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어제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결혼 날짜가 4월 25일인데, 유우성 씨가 남한에 온 지 11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고, 동시에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정말 드라마 같지 않나.
지나고 하는 얘기지만, 그 사건을 취재하면서도 처음엔 간첩이 아닐까 의심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취재했고,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지난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감격했다. 워낙 무죄 받기 쉽지 않은 죄목 아니었나.
그런 고초를 당하는 모습을 옆에서 봐서 그런지, 어제 결혼식에서 뭐랄까…내 아들 장가 보내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웃음) 아직 대법 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아내 분과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요즘 모바일 광고가 많아서 기사 읽기가 힘들다는 조합원 및 독자들의 지적이 많다. 직원 조합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서어리 : 지난주에 쓴 집회 기사가 페이스북에서 많이 공유되고 나름 선방했는데, 댓글 중에 '이렇게 광고 많으면 안 보고 페이지 닫아버린다'는 얘기를 보고 '심쿵'(심장이 쿵쾅쿵쾅)했다. 솔직히 취재기자 입장에선 아쉽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는데, 기사가 구린 게 아니라 광고 때문에 읽기 싫다고 하니 허탈하기도 하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지만, 아직 프레시안이 경영상으로 완전히 광고에서 독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열심히 조합을 알리고, 새롭게 조합원들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단원고 아이들의 기사는 광고 없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합원들 의견이 있어, <고잔동에서 온 편지> 기획은 광고 없는 특별판 페이지로 운영하고 있다. 많이 성원해 달라. (☞세월호 참사 1주기 특별기획 '고잔동에서 온 편지' 바로 가기)
프레시안 :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
서어리 : 관심사…는 2년 전부터 '엑소(EXO)'밖에 없다. (웃음) 그래서 프레시안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내가 엑소를 좋아한다고 해서 엑소 음악만 듣는 줄 안다. 나름대로 음악 다양하게 듣는다. 요샌 좋은 노래 발견하고 찾아듣는 낙이 새로 생겼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서어리 : 사실 협동조합이 어떤 것인지 아직 잘 모른다. '주식회사 프레시안' 시절 입사하기도 했고…. 그런 나에게 협동조합이란, 일단 식구들이 많이 생긴 그런 느낌이다. 지금까지는 직계 가족(직원 조합원)끼리만 살았는데, 이젠 육촌팔촌에 사돈도 다 같이 모여 살게 된 느낌이다. 집안이 북적북적해진 느낌이라 좋다.
기왕 집 앞마당도 열어놓고, 사랑방도 열어놨으면…이제 거기서 뛰어놀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함께 놀고, 함께 친해졌으면 좋겠다.
다음 달에 몇몇 소비자 조합원들의 주도 하에 조합원 엠티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 말 전북 임실로 호남 조합원들 만나러 간 것처럼, 이번에도 많이 만나고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때 너무 재밌어서, 이번에 또 갈 생각이다. 이 협동조합이 무엇을 할지, 어떤 사업을 할지는…좀 더 천천히 차근차근 생각하고, 일단 자주 만나고 놀았으면 좋겠다. 저는 솔로라 할 것도 별로 없다. (웃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