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인가?

[평창이 '봉'인가? ②] 올림픽 식수 부족해 600억 댐 건설?

메가 스포츠 행사는 줄줄이 적자를 봤다. 전라남도는 F1(포뮬러원)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개최하고 5000억 원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시는 1조 원 빚더미에 앉고, 장애인 복지 예산 등을 삭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 두 행사보다 규모가 크다. 2014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18.7%로 전국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강원도 재정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이미 알펜시아 리조트에 1조 원을 쓰고, 하루 이자만 약 1억 원 씩을 부담하고 있다. 강원도 부채는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2018년에는 2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을 기준으로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강원도민(155만8000명)이 2조 원을 갚으려면 한 명당 평균 156만 원을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동계올림픽을 치른 대가로 강원도민은 가구당 518만 원의 빚을 져야 한다.

국비 부담도 늘고 있다. 올림픽 특별법에 따르면, 신규 경기장 공사비의 75%는 정부가 부담한다. 정부가 애초 발표한 평창 동계올림픽 예산은 8조8000억 원이었으나, 지금은 13조 원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2018년에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2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 알펜시아 경기장. ⓒ녹색연합

인구 4000명 지역에 6시간짜리 개·폐막식장 짓고 철거

사회간접자본 투입 비용, 지역 균형 발전 비용 등을 고려하면, 올림픽 개최 비용은 일종의 투자일 수도 있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당위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예산 낭비'는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는 개·폐막식장이 꼽힌다. 강원도는 단 6시간짜리 개폐막식 행사를 위해 인구 4000명인 대관령 횡계리에 4만석 규모의 개·폐막식장을 지을 예정이다. 여기에 약 1000억 원이 들어간다. 대회가 끝나면 1만5000석만 남기고 나머지 시설은 철거된다. 철거비가 또 든다.

지었다가 부수는 시설도 있다. 환경파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가리왕산 활강스키장은 단 3일간의 경기를 위해 1100억 원을 들여 지었다가 경기가 끝난 뒤 1000억 원을 들여 복원할 예정이다.

▲ 벌목되기 전 가리왕산의 모습. 희귀생물 자생지인 가리왕산은 산림청이 지정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민간은 물론이고 국책사업으로도 개발이 불가능한 보호구역이었으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벌목되고 있다. ⓒ사진그룹 청사진, 박용훈, 이재구


아이스하키 경기장도 올림픽 기간 동안 1000억 원을 들여 강릉에 지었다가, 경기가 끝나면 다시 해체해 원주로 이전한다. 여기에도 2000억 원이 더 든다. 애초에 원주에 짓는다면 아낄 수 있는 돈이다.

강원도가 추가 비용이 드는 복잡한 방식을 택한 이유는 김진선 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의 공약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삼수에 도전했던 김 전 위원장은 "경기장들을 평창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짓겠다"고 공약했다.

'평창올림픽 분산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인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사후 활용 방안도 없고, 짓고 나서 어차피 부술 건물을 신축하느니 차라리 강원도 안에 있는 기존 시설이라도 이용하자고 제안했지만, 강원도와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아직도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법적인 올림픽 특별법…올림픽 식수 부족해서 600억 댐 건설?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도 대거 올림픽 예산으로 편입됐는데, 황당한 사업도 있다.

강원도는 17일의 동계올림픽 기간에 마실 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관령 횡계리에 200만 톤 규모의 '식수 급여용 댐'을 짓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총 600억 원이 들어가는데, 이 가운데 60%는 국비 부담이다. 이 사업은 경제 타당성이 떨어져 무산된 바 있지만, 댐을 올림픽 특별 시설로 지정하면서 통과됐다.

경제 타당성이 떨어져 무산된 바 있는 고속도로와 철도 사업도 '올림픽 예산'에 편입돼 추진되고 있다. 원주~강릉 철도와 동홍천~양양 구간 동서고속도로에만 각각 3조9000억 원, 2조4000억 원씩 6조 원 이상이 책정됐다.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업이 통과될 수 있는 이유는 지역 정치인들이 평소 지역 숙원사업을 올림픽 예산에 끼워 넣기 때문이다.

▲ 2014 소치 올림픽 폐막식에서 이석래 전 평창군수가 올림픽기를 넘겨 받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법상 500억 이상 규모의 국비가 3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올림픽 특별법(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은 "올림픽 관련 시설 사업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올림픽 관련 사업들이 경제적 타당성 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면제받을 수 있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 5월 발간한 '국제스포츠행사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 "원주~강릉 철도 사업은 비용 대비 편익이 0.287로 경제적 타당성이 낮고 동계올림픽과의 연관성도 낮다"면서 "국제 스포츠 행사가 타당성이 열악한 SOC 사업 추진 계기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 '빚잔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이 끝나면 해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림픽 폐막식 전날인 2월 24일에 임기를 마친다. 정부 관료,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그 빚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용철 교수는 "강원도민의 지역적 박탈감을 해소해야 하고, 정말 필요한 국책사업이라면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민과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이라면, 불필요한 사업을 하자는 요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4대강 사업을 넘어설 가공할 만한 국민 빚잔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예산 낭비를 막을 기회가 계속 있었는데도 위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책임자들을 고발하고, 이후 선거 때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장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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