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3국 외교장관이 3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3국은 이번 만남을 통해 가장 빠르고 편한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과거사 문제 등에서 여전한 갈등을 보여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를 열었다. 3국은 회의 이후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3국 외교장관들은 이번 외교장관 회의의 성과를 토대로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3국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의' 때 3국 정상회의의 개최를 희망한다고 밝힌 이후 본격적인 협의가 진행됐다. 이후 이번 회의를 통해 3국은 정상회담 개최를 '편리하고 가장 빠른 시기에' 하겠다는 것까지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놓고 여전히 갈등을 보이면서 3국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은 이전부터 3국 정상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중국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전된 자세 없이는 회담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는데, 이번 회의에서도 양측의 입장이 기존과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회의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입장 차는 그대로 드러났다. 왕이 외교부장은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辟未來, 역사를 직시해야 미래를 열 수 있다)가 "역사와 관련된 문제를 대응하고 처리하는 올바른 태도"라며 과거사 문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왕 부장은 "최근 몇 년간 중일, 한일 관계가 역사 인식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간다는 것이 3국의 공동 인식이고 이것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기시다 외상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합의했다"면서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3국 합의를 '조기 개최'로 규정하며 정상회담 합의를 강조했다. 기시다 외상은 "한중 양국과 협력해 정상회의 개최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일 양국이 여전히 과거사 문제와 정상회담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회의가 향후 3국 협력을 포함한 정상회담 개최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게 됐다. 3년 만의 만남으로 대화의 단초는 마련했지만 당장의 관계 복원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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