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 데 30분만 있다가 다시 전화해 주시겠어요?"
13일 오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주간지 기자에게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란 마감에 '치이는' 날에 불과했다. 하필 이날 프레시안 협동조합 조합원인 김은지 <시사IN> 기자에게 '이 주의 조합원' 인터뷰를 하겠다고 전화를 건 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김은지 기자는 2009년에 <시사IN>에 입사했다. 입사 7년차 기자다. 입사 초에는 정치부에 있었다. 1년쯤 정치부 기자 생활을 했을까. 사회부로 넘어와서 지금도 사회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사회부 초기 맡은 취재가 '한명숙 재판'이었다. 사회부 팀장이 "니가 정치부 했으니 맡아"라고 해서 덜컥 맡았다. 이명박 정부 때 한명숙 재판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기소할 때만 해도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는 게 거의 확실시됐다. 하지만 막상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사실은 180도 뒤집혔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증인 진술 강요 등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결국 재판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한명숙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10년 한명숙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었다.
김은지 기자는 그때 재판을 A부터 Z까지 취재하면서 검찰이 어떻게 사건을 정권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단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명박 정권 때, 검찰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 재판 과정에서 뒤집어지는 것을 다수 목격했다. 김 기자가 법원 취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최근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재판을 취재했다. 그나마 원세훈 전 원장은 2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무죄를 판결받았다. 김 기자는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너무 허탈했다. 나는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알려지자 그것을 지능적으로 덮으려고 했던 사람이 김용판 전 청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무죄를 받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책까지 출판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면서 달라진 점은 없을까. 김 기자는 무엇보다 검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무감각증'을 지적했다. 김 기자는 "공안검사들은 MB 때나 박근혜 때나 정권 입맛에 맞춰 사건을 만든다"며 "그나마 MB 때는 이러한 검찰을 두고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라도 있었는데 지금 정부에서는 그런 비판에도 무감각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김 기자는 "최근 논란이 된 '정윤회 문건'의 경우, 검찰이 문건 진위 관련해서 풍문을 과장해 짜깁기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부 편을 들은 것"이라며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런 점에서 김 기자는 <프레시안>과 같은 매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유다. 김 기자는 "프레시안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프레시안 같은 매체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조합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프레시안>에 아쉬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홈페이지에서 기사 검색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 김 기자는 "프레시안에는 좋은 기사가 많은데, 다시 그 기사를 보려고 검색하면 잘 검색이 안 된다"며 "검색기를 개발하는 게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라고 애정 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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