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여론조사가 정국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본인의 부인으로 일단 진정되는 형국이지만, 일단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놀라운(?) 경쟁력으로 인해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자의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차기 대선주자 조사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떤 바람직한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의미도 없고 한국정치에 바람직하지도 않다.
반 총장 1위, 의미 없다
우선 어느 대선주자도 내놓고 장사할 수 없는 시점이다. 도의적으로 맞지 않는다. 대권을 꿈꾸는 당사자들은 내심이야 어떻던, 여든 야든 임기 초반의 대통령을 두고 차기 대선의 꿈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아직 멀쩡한 부모(좋은 부모건, 나쁜 부모건)를 두고 유산 탐내는 모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임기 초반부터 차기대선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또한 현 시점의 대선주자 조사는 차기 리더십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차기 리더에 대한 유권자들의 태도는 (1) 현 정부에 대한 평가 (2)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가 구체화되면서 형성된다. 현직자가 잘하면 현직자의 리더십 유형을, 못하면 그와 대비되는 리더십에 대한 기대로 구체화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강한 이념성과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불만이 경제실적과 CEO 리더십을 요구하게 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주정치와 기득권 이미지가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진행형이라 차기 리더십의 방향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유권자들은 임기 중후반 지나서야 차기 정부의 과제나 비전, 차기 리더십에 대해 실질적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현 시점에서의 대선주자 조사 결과는 2017년 코리안시리즈 우승팀 예상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차기를 준비하는 주자 누구도 차기 정부의 비전과 정책에 대해 얘기할 수 없고 하지도 않는 시점에서 차기 대선주자 조사는 말 그대로 현실 정치지도자에 대한 평가가 아닌 유권자의 정치적 불신을 표출하는 아바타 경쟁에 불과하다. 필자가 배운 한 여론조사의 제1의 금기는 유권자들의 정보가 부족하거나 태도가 형성되지 않은 이슈에 대해 묻는 것이다.
반기문 여론조사의 심각성
반기문 총장을 포함한 차기대선주자 조사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괴리를 강화시킬 소지가 크다. 유권자들은 대통령과 여당에게 불안한 대한민국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대책,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국민통합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갈 책임 있는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과 대책마련, 공무원 연금개혁 등 무게가 적지 않은 과제를 앞에 두고 반기문 총장에 대한 여론을 계기로 집권여당 내에서 친이견제론이나 차기 대안론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부터 지지율 급락으로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가 시작된 것은 다름 아닌 집권초부터 시작된 집권층 내부의 권력싸움이었다. 참여정부는 1년 차에서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가 있었고,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취임 초 총선을 앞두고 친이-친박의 대결로 친박연대가 탄생했다. 명분이 뭐였든 국민들 눈에는 집권 초부터 권력 싸움에 몰두하는 모습 이상이 아니었다. 정권 초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는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세월호 사건과 지방선거 이후 우왕좌왕하고 있는 야당에는 처절한 자기 성찰과 자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기 지도자들을 키우고, 대안세력으로서의 신뢰 회복도 가능할 것이다. 언론에서 반기문 조사가 갖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견제 효과에 주목하자 야당에서는 뒤질새라 반기문 총장을 야당후보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위 야권발 문재인 견제론인 셈이다. 필자가 보기에 반기문 조사의 최대의 피해자는 박원순 시장이다. 세력을 가진 다른 후보와 달리 박 시장의 최대 무기는 여론 경쟁력인데 반 총장의 부상으로 박 시장의 강점은 일거에 무력화된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아쉬운 야당에서 반기문 현상 띄우기에 부응하는 것은 자기 자식 키우기는 뒷전으로 미루고 양자 들이자는 부모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자기 성찰과 개혁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결국 야당 전체에 대한 냉소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반 총장 스스로 대통령 출마 의사도 없고 UN사무총장직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속될 경우 반기문 총장의 오판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기문 총장은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거나 가능성이 없다고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UN총장으로서 풀어야할 문제들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 2016년 말 임기 마치고 상처 없이 2017년 대권에 무혈 입성하는 시나리오까지 그리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비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정말 대한민국을 책임질 의향이 있다면 UN 사무총장을 사퇴하고 돌아와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들에 맞서 국민들과 준비를 시작했으면 한다. 그 동안 역대 대선에서 소위 간보기에 지친 국민들이다. 나아가 산적한 세계문제를 놔두고 자기 대통령 준비에 여념 없었다는 세계인들의 비아냥도 우려된다. 더 이상의 논란은 한국정치와 셰계 무대에서의 국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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