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극우 성향 전한길 씨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 깊숙이 들어오는 모양새다.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등 전 씨 언행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일부 당권 주자들은 전 씨와 밀착하며 강성 지지층 표심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장동혁 의원은 28일 BBS 라디오에서 전 씨 입당 논란에 관해 "전 씨는 그동안 당을 위해 싸워왔다. 우리 당을 적극 지지하며 함께 싸우는 분"이라며 "조금 생각이 다르다고 '오지 마세요, 나가세요, 앞으로 얼씬도 하지 마세요'하는 것이 과연 당이 제대로 뭉쳐 싸우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당원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 누군가 문제를 지적하면 그 부분에서 우리는 스스로 누워버린다"며 "도망가 버린다"고 당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장 의원은 오는 31일 전 씨를 비롯해 고성국·성창경·강용석 등 극우 유튜버들이 진행하는 토론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네 명이 당 대표 후보를 불러 검증하겠다는 차원이니 거절할 이유는 없을 거 같다"며 출연 배경을 설명했지만, 전 씨에 대한 당내 징계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권 주자가 섭외에 호응한 모습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장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전 씨와 견해를 일치한다는 점에서, 방송에서 나오는 발언의 수위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전 씨와의 공동 출연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방송에서 나올 돌출 발언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탄핵 반대파' 당권 주자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같은 방송 출연을 제의받아 출연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파'를 표방하는 전당대회 주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과 전 씨가 한 방송에 출연하는 데 대해 "계엄에 대해서조차 그분(전 씨)은 (위법성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거기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는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장 의원은 이미 거기(전 씨에) 안기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을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 전 대통령 경선 승리에 '신천지의 역할이 있었다'고 언급해 "혁신 전당대회"를 내세운 국민의힘에 악재가 겹치는 분위기다. 최수진 당 수석대변인은 "신천지가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단지 이만희 그분의 말에 의존한 것"이라고 수습했다.
전당대회가 '퇴행 양상'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전당대회 이전 혁신안 완수를 다짐한 '윤희숙 혁신위원회'는 당내 관심 사안에서 멀어지고 있다. '쇄신파' 당권 주자들은 하나둘 자체 혁신안 발표에 나섰다.
대표적인 탄핵 찬성파로 꼽히는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단 세력과의 단절"을 비롯해 "단일화 번복으로 당내 극심한 분열과 혼란을 초래한" 김문수 후보의 거취 결정을 요구하는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을 근본부터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단절도 촉구했다.
주진우 의원은 "의사 결정 구조부터 완전히 투명하게 바꾸는 시스템 쇄신을 강력히 시행하겠다"며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의무화해 계파·패거리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공약했다. "중진 의원들이 미리 결론을 정하고, 몇몇 의원이 발언한 후 대충 박수로 추인하는 방식"으로 당내 주요 의사가 결정되는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날 당권 출마를 공식화 한 양향자 전 의원은 "소수 기득권이 아닌 당원의 정당으로 바꾸겠다. 불합리한 의사결정 시스템과 불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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