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도 틀린 헌법, 개헌의 방향은?

국가 기본의 재구축을 위하여 <28>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

문제는 권력의 형태가 아니라 시민 권리

개헌을 둘러싸고 그렇지 않아도 말 많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연일 경쟁적으로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개헌론은 모두 권력의 기술로서의 헌법만을 강조하고 자유와 시민 권리의 기술로서의 헌법이라는 측면은 경시하고 있다. 시중의 개헌론은 대통령 5년 단임 등 대부분 정부 형태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 물론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 독식의 구조 그리고 임기 말의 심각한 레임덕 등의 문제점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기실 민주공화국에서 정부 형태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는 국민 주권을 실질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국민 주권의 원칙을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가 이 땅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이제 개헌이 필요하다면 무엇보다도 시민 기본권의 대폭 확충 및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먼저 생명권은 유럽연합의 2004년 기본권헌장 제2조에 명시되어 있다. 국가로부터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적 권리로서의 사회권(droits sociaux) 역시 오늘날 국제적으로 사회권의 기본권성과 규범성을 인정하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잇달아 터지고 있는 안전사고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권의 보장은 특별하게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은 자유 또는 권리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안전까지 포함하는 형태의 기본권 규정이 필요하다. 이밖에 소비자의 권리 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 그리고 개인정보보호권도 기본권으로 격상시켜 규정되어야 한다. 
 
위헌결정이 내린 규정도 버젓이 유지돼

흔히 헌법이라고 하면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프랑스는 2008년 현재 총 24차례의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주지하는 바처럼, 우리의 현행 헌법은 군부정권이 6월 항쟁에 밀리면서 이른바 ‘1노 3김’의 정치적 흥정 끝에 결과된 ‘임시적’ 헌법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위헌결정이 내려진 조항이 지금까지 헌법규정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심지어 맞춤법이 틀린 문장도 있다.    
 
현행 헌법 제29조 제2항의 군인 및 군무원에 대한 이중배상금지 조항은 이미 1971년 위헌결정이 내려졌지만 지금까지 이를 수정하지 않은 채 현행 헌법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위헌결정이 내려진 조항이 지금 헌법규범으로 작동하고 있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글 맞춤법이 틀린 헌법 규정

한편 현행 헌법 규정 중 한글 맞춤법에 위배되는 조항도 버젓이 존재한다. 헌법 제130조 제2항(이하 모두 헌법 조항이다)의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에서 “국민투표에 붙여”라는 표현은 “국민투표에 부쳐”로 써야 맞다. 제53조 4항의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도 “재의에 부치고”가 맞고, 제72조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도 “부치고”로 고쳐야 타당하다. 

헌법은 국가의 토대를 이루는 기본법이며 국민 생활의 근간이 되는 일종의 교과서로서 헌법 규정의 맞춤법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법조인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은 모두 판사나 검사 출신 혹은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을 지닌 인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한국 외에 존재하지 않는 기형적 형태이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현직 법조인의 승진구조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마땅히 인권운동가를 포함하여 학계 등 전문가들이 다수 포괄되어 다원화되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대통령 직속으로 묶여 있는 감사원 역시 정상적인 위상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직접민주주의와 지방분권
 
개헌론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핵심적 요소는 바로 국민발안, 국민투표 그리고 국민소환 등 대통령을 위시한 행정부와 의회 권한을 통제하기 위하여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확충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정치 불신은 국민소환제에 대한 압도적 찬성 여론에서도 확인된다.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권력분립과 대의민주라는 형식적 틀을 지니고는 있지만 실제로 권력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없고 대의가 불가능한 현재의 통치 및 대의정치 구조를 국민 주권주의라는 대전제 하에 실질적으로 놓이게 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실현하는 굳건한 디딤돌을 구축해낼 수 있다. 
 
스위스의 경우 연방헌법 개정은 국회가 아닌 유권자 10만 명 이상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고 국민투표에 의하여 결정한다. 그러므로 국민발안의 대상은 헌법 개정 사안을 비롯하여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입법을 하지 않거나 유리한 입법을 하는 경우의 입법발안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다. 
 
특히 프랑스 헌법 제1조제1항 “프랑스는 지방분권으로 이루어진다.”는 규정처럼 공화국의 지방적 성격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도 있다.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은 기실 지역 민주주의의 연방으로의 확대 과정이었다.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의 지향은 바야흐로 세계적인 추세이다. 
 
만약 직접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의 효과적인 결합 및 시행을 통하여 우리의 지방자치가 ‘정치꾼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지방자치의 부정적 행태를 크게 극복하고 진정한 지방자치를 확립하게 될 수 있다면, 지역 민주주의의 확립을 토대로 하여 전국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효과적인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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