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대로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경우, 세입 증가분의 73% 이상이 중앙정부로 귀속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담뱃세 인상은 중앙정부의 적자 재정을 메우려는 '꼼수'란 비판에 한층 더 힘이 실리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10일, 정부 공식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담뱃세 세부항목 예상 변화액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현재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담배소비세는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육세는 지방교육청에, 그리고 건강증진부담금과 부가가치세는 일단 중앙정부 재원으로 귀속된다.
담배 소비량이 총 43억4100만 갑이었던 2012년을 기준으로 하면, 중앙정부로 귀속된 세금은 총 2조5525억 원이다. 소비량에 정해진 담뱃세 세율을 곱해 계산한 결과다. 그 외 지방으로 가는 담배소비세는 2조7826억 원, 지방교육세는 1조3935억 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추계에 따라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해 소비량이 28억6500만 갑으로 34%가량이 줄어들면, 담뱃세는 총 9조5061억 원이 되어 2012년 담뱃세 총액(6조7826억 원)보다 2조7775억 원이 늘어난다.
이를 세부 항목으로 쪼개어 보면, 이번에 신설되는 중앙정부 귀속의 개별 소비세가 1조7018억 원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다. 여기서 개별소비세란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에 특정 세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보석·골프용품·경마장·카지노 등에 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낭비와 사치생활을 억제하잔 차원의 간접세로 보면 된다.
이 외 건강증진부담금은 8728억 원, 부가가치세는 2247억 원 증가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한편, 담배소비세는 '체면 치레' 수준인 1025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방교육세는 거꾸로 1243억 원이 즐어들 것으로 보인다.
담뱃세 종류 | 한 갑당 세금(원) | 담뱃세 총액(억원) |
현행 | 정부안 | 증감 | 현행 | 정부안 | 증감 | 비중(%) |
담배소비세 | 641 | 1,007 | 366 | 27,826 | 28,851 | 1,025 | 3.7 |
지방교육세 | 321 | 443 | 122 | 13,935 | 12,692 | -1,243 | -4.5 |
건강부담금 | 354 | 841 | 487 | 15,367 | 24,095 | 8,728 | 31.4 |
개별소비세 | - | 594 | 594 | - | 17,018 | 17,018 | 61.3 |
부가가치세 | 234 | 433 | 199 | 10,158 | 12,405 | 2,247 | 8.1 |
합계 | 1,550 | 3,318 | 1,768 | 67,286 | 95,061 | 27,775 | 100 |
* 담뱃세 총액은 현행 세율과 정부 인상안에서의 세율에 2012년 기준 담배판매량 43.41억갑과 정부 발표에 따라 줄어든 소비량인 28.65억갑을 곱해서 산출한 금액.
▼ 담뱃세의 지자체, 교육청, 중앙정부 배분 현황 (단위 : 억 원, %)
구분 | 담뱃세종류 | 현행 담뱃세 | 정부 인상안 | 증가액 | 증가비중 |
담뱃세 | 교부세 (교부금) | 배분 총액(a) | 담뱃세 | 교부세 (교부금) | 배분 총액(b) |
지자체 | 담배 소비세 | 27,826 | 1,954 | 29,780 (44.3) | 28,851 | 5,661 | 34,512 (36.3) | 4,732 | 17.0 |
시도 교육청 | 지방 교육세 | 13,935 | 2,059 | 15,994 (23.8) | 12,692 | 5,964 | 18,656 (19.6) | 2,662 | 9.6 |
중앙정부 | 건강 부담금 | 15,367 | - | 15,367 (22.8) | 24,095 | - | 24,095 (25.3) | 8,728 | 31.4 |
개별 소비세 | - | - | - | 17,018 | -6,724 | 10,294 (10.8) | 10,294 | 37.1 |
부가 가치세 | 10,158 | -4,013 | 6,145 (9.1) | 12,405 | -4,901 | 7,504 (7.9) | 1,359 | 4.9 |
합계 | 67,286 | 0 | 67,286 (100) | 95,061 | 0 | 95,061 (100) | 27,775 | 100 |
박 의원은 "정부는 늘어나는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의 40% 정도는 지자체와 교육청으로 이전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 지방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해명하지만, 교부세와 교부금을 반영하더라도 담뱃세 인상액이 중앙정부로 더 많이 귀속된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규정에 따라 담뱃세 인상에 따른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 증가액의 19.24%와 20.27%를 각각 지자체와 교육청에 배분하더라도, 지자체에는 담배소비세 1025억 원과 교부세 3707억 원을 합한 4732억 원이, 지방교육청엔 지방교육세 -1243억 원과 교부금 3905억 원을 합한 2662억 원이 배분된다. 그리고 나머지 2조381억 원은 중앙정부로 간다.
이는 담뱃세 인상액 중 73.4%가 중앙정부로 귀속되고 지자체와 교육청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각각 17%, 9.5%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결과적으로는 현재 지방 78%·중앙 22%인 담뱃세 배분 비율이, 지방 56%·중앙 44% 비율로 바뀌는 셈이다.
박 의원은 "이런 분석 결과에도 정부가 이번 담뱃세 인상이 세수 보전용이 아니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며 "담뱃세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정부가 개별소비세 신설 방안을 우선 철회하고 인상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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