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서민 증세'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제히 세수 증대가 아닌 국민건강 증진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담배는 가장 대표적인 건강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다.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4대 중증 질환 등 탄탄한 의료보장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연과 같은 질병 예방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도 올해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서 각국의 담배세 50% 인상을 촉구하면서 모든 국가가 담배세를 50% 인상하면 3년 내에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11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담배값 인상은 특히 청소년들과 저소득층에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경환 부총리도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번 담뱃값 인상은 세수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로 유지해서는 안 되겠다는 정책의 표시"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담뱃값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싸다"며 "10년 전에 500원 올리고 10년째 그대로 가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담뱃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우리 남성 흡연율이 44%로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청소년들이 담배에 중독되면 끊기 힘든데 청소년 흡연율이 OECD 평균 성인 흡연율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국민 건강 문제에 빨간 불이 켜진다"고 했다.
주민세 인상에 대해선 지방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최 부총리는 "지자체가 복지 증가 등으로 재원 상태가 말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자체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중앙정부가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정책"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2년간 주민세를 못 올렸다"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소득역진성이 있는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을 일제히 올려 '서민 증세'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과 부총리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담뱃값 500원 인상에조차 반대하던 박 대통령의 태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담에서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가격 인상에)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반대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2004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선 담뱃값을 인상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표결에서 기권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당시 반대표를 던졌다.
이처럼 국민 건강을 방패삼아 '서민 증세' 논란을 회피한 최 부총리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경제가 빨리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증세를 하게 되면 경제를 위축시키는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담뱃값 인상 발언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대선 땐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하더니 이젠 복지 없는 증세다. 꼼수로 서민들의 세 부담을 늘리는 건 안 된다"며 "증세는 복지확대와 소득불평등의 완화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에 "세수 부족분 8~9조를 서민 주머니 털어서 충당하려는 서민에게만 세금폭탄 퍼붓는 정부! 서민증세가 아니라 부자감세 철회부터 시작해야 국민 지지를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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