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담뱃값 인상 논란…세수확보 vs 국민건강

복지부 "국민 건강 위해 4500원으로 담배값 인상 필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담뱃값 인상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현재 담뱃값이 3300원은 돼야 2004년 인상 당시 수준"이라며 "흡연율을 낮추려면 가격정책이 최선이기 때문에 담뱃값을 4500원 정도로 올려야한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담배가격을 4500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취임 초 담뱃값을 70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부 "흡연율 낮추기 위해 담뱃값 인상 필요"

 

문 장관은 "복지부 입장에서는 최소한 2000원 올려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평균가격인 7000원까지는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인상으로 인한 수입은 금연정책에 다시 투자하도록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금연클리닉 치료를 받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장관은 "세금은 우리 소관이 아니지만 건강증진부담금은 우리 소관"이라며 "관련해서 타 부처와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뱃값 인상은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조율이 있어야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선 큰 폭의 담뱃값 인상과 같은 강력한 금연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의 주장이다.

 

금연협회는 담뱃값 인상안을 환영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서홍관)는 3일 "담뱃값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이라는 점은 세계보건기구(WHO) 및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세계 모든 금연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라며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나라 담뱃값은 지난 10년간 동결되어 그동안의 물가인상률을 감안할 때 오히려 담뱃값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금연정책은 브라질, 우루과이, 태국, 말레이시아 보다 못한 정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성인 남성 흡연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고, 젊은 여성과 청소년 흡연율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OECD국가 중 최하위로, 노르웨이 담뱃값(1만5000원)의 6분의 1 수준이며, OECD 국가의 평균 담뱃값 6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납세자연맹 "세금 거두기 힘드니 담뱃값 인상한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 증진 차원”이라는 주장은 다소 궁색해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복지부가 돌연 담뱃값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은 따로 있어 보인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 들어 기초연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정책으로 국가 재정이 구멍 날 위기에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도입된 기초연금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비용은 올해만 1조8000억 원에 달한다. 내년에는 2조6000억 원, 2017년까지 10조1000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상황이 어려워 세수 확보도 어렵다. 씀씀이는 커졌는데 통장 잔액은 바닥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안은 손쉬운 세수 확보안이 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13년 펴낸 ‘담뱃값 인상에 따른 재정영향 분석’을 보면 담뱃값을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할 경우 5조456억 원의 세금을 더 걷는 효과가 있다. 담뱃값을 올릴 경우 담배 소비량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향후 5년간 담배 관련 제세부담금은 연평균 4조6438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납세자연맹은 문 장관의 담뱃값 인상 발언 이후 성명서를 내고 “담뱃값이 오르면 소득 대비 담배지출액이 늘어난 저소득층의 빈곤이 가중돼 스트레스가 늘고 이 때문에 흡연을 더 하게 된다”며 “결국 저소득층일수록 더 가난해지고 건강도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연맹은 “정부가 지난 2004년 담뱃값 인상 때도 더 걷은 세금으로 금연사업을 더 벌이겠다고 했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1%만 금연사업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맹은 “정부는 복지예산이 늘고 세금은 걷히지 않아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조세저항이 심한 직접세를 더 걷기엔 정치적 부담이 커지니까 술이나 담배 등에 붙는 속칭 ‘죄악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며 “담뱃세 인상은 국가가 세금을 걷을 때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평과세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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