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트럼프, 이란 합의 "끝난 것 같다"…유가 하락에 자신감 얻었나

CNN "유가 급락, 트럼프에 예상치 못한 협상력"…미, 이란 석유 수출 제재 임시 면제도 철회

호르무즈 해협 상선 피격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공방을 재개하고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복구하며 휴전이 다시 위태로워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가 "끝난 것 같다"고 발언해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휴전 합의 뒤 유가가 전쟁 전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며 트럼프 정부에 영향력을 부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선 세 척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이란 목표물 80개 이상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공습 대상엔 60척 이상의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선, 방공 체계,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미사일 역량이 포함됐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격이 최근 해협에서 마셜제도 선적 '알레카야호', 사우디아라비아 선적 '웨디얀호', 라이베리아 선적 '사이프스 프로스페리티호'가 피격된 데 대한 대응으로 이란의 선박 공격은 "명백하고 위험한 휴전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국영 프레스TV를 보면 이란혁명수비대는 7일 성명을 내 미군 공격 대응으로 바레인 및 쿠웨이트의 미군 시설 85곳을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바레인 미군 제5함대 기지,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미 공군기지가 보복 공격 대상이 됐고 작전 과정에서 미군 MQ-9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했다. 혁명수비대는 이 공격이 초기 보복이라고 강조해 추가 공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혁명수비대는 미군이 이날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 인근 호르무즈간주와 마흐샤르를 공격한 건 "휴전을 공개적으로 위반"하고 "이슬라마바드 합의를 짓밟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방으로 양쪽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을 두고 공격을 주고 받아 휴전이 위태로워졌던 2주 전 상황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지난달 말에도 호르무즈 해협 상선 피격 계기로 미·이란은 며칠간 공습을 주고 받았다. 당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며 국제해사기구(IMO)와 오만이 제시한 대체 항로에 강력 반발했다. 종전 양해각서(MOU)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련 두루뭉술한 서술이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BBC 방송, <AP> 통신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취재진에 지난달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가 "끝난 것 같다"고 말해 불안감을 키웠다. 그는 "더 이상 그들과 협상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쓰레기"라며 "그들과 상대하는 건 시간 낭비다. 그들은 거짓말쟁이들"이라고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협상단이 "대화를 할 순 있지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날 공습에 앞서 이란에 합의 동기를 부여했던 원유 수출 제재 면제 또한 철회했다. 7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휴전 합의 일환으로 지난달 21일 60일 기한으로 발급했던 이란산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허가를 취소해 제재를 복구했다. 기존 거래는 미 동부일광절약시간(EDT) 기준 17일 오전 12시1분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

군사 및 경제 양면에서 미국의 강경 조치가 이어지며 향후 협상 전망이 어두워졌다. 원유 수출 제재 면제 조기 확보는 이란이 지난달 미국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에서 얻은 대표적 경제적 성과로 여겨졌다. 올 초 환율 등 경제 문제로 대규모 시위를 겪은 이란 정권은 동결자금 해제를 포함해 종전 협상에서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입장에선 이란 석유 수출 제재 면제가 최종 합의를 이끌기 위한 '맛보기'식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임시 면제로 흘러 들어온 돈을 기반으로 이란 내 협상파가 핵협정에 반대하는 군 지도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길 바라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에 강경책을 취할 여유를 준 배경엔 급격한 유가 하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무료 통항을 60일 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등 이란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은 양해각서 체결 뒤 유가 하락, 주가 상승 등 시장지표 호조로 합의를 정당화하려 애썼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는 휴전 뒤 빠르게 하락해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에 더해 전쟁 기간 세계가 석유 공급 부족에 적응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뒤 오히려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까지 나온다. CNN을 보면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 나타샤 카네바는 최근 몇 달간 전세계가 제한된 연료로 살아가는 방식을 배웠다며 "원유 공급 급증 적어도 당분간은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장과 충돌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17일 보고서에서 2027년 원유 수요는 하루 200만배럴 가량 증가하고 공급은 하루 800만배럴 증가하는 공급 과잉을 예측했다.

CNN은 유가 급락이 "예상치 못한 협상력"을 부여해 "미국 협상단이 이란에 유리하게 치우쳤을 가능성이 있는 합의에 성급하게 서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완화했고 트럼프 행정부에 절실히 필요했던 시간을 벌어줬다"고 평가했다. 휴전 합의 전 트럼프 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몇 달 앞두고 휘발유값 상승 등으로 유권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었다.

호르무즈 유조선 공격 및 미·이란 재충돌로 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탔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9월 인도분 선물은 7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2.17달러(3.01%) 상승한 배럴당 74.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8일에도 상승세를 지속해 영국일광절약시간대(BST) 오전 8시10분 기준 전날보다 2.26달러(3.09%) 오른 배럴당 76.42달러에 거래 중이다. 장중 한때 배럴당 76.7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번 미·이란 충돌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 장례 주간에 이란인들의 반미 감정이 치솟은 가운데 발생했다. 하메네이는 전쟁 첫날인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으로 숨졌다. 9일까지 일주일간 이란 수도 테헤란, 중부 종교도시 곰, 이라크 시아파 성지 나자프, 카르발라 등에서 추모 행사가 열린다. 이란이 이례적으로 외국 언론에 장례식 취재를 허용한 가운데 다수 외신은 추모식에 모인 많은 이란인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보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미국의 7일 이란 공습이 하메네이 장례 행사에 "그림자를 드리우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