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는 살인자! 담배 벌금 100만원으로 올리자!"

[안종주의 '위험사회'] 간접흡연으로 이웃이 죽는다

서울시가 12월 1일부터 남산공원, 여의도공원 등 서울 시내 주요 공원 20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게 벌금 10만 원씩을 물리기 시작했다. 또 같은 날 서울 시내 중앙차로에 설치된 버스 정류장 314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 대해 흡연하지 말도록 계도하기 시작했다. 2012년 2월부터는 이곳에서 흡연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역시 벌금 10만 원씩 물린다.

부산에서도 강력한 금연 조례를 제정해 12월부터 공원 등 공공장소와 버스 정류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 대해 벌금 2만 원을 물리기로 하고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도시와 2대 도시가 이처럼 흡연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행동에 나선 것은 간접흡연 피해를 막아보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공간을 늘려 흡연율을 떨어뜨려 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사실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방자치단체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국회 등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함부로 피우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강력한 각종 입법을 하고 그 법에 따른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국가의 책무 중 하나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염병예방법(최근에는 감염병이라는 용어를 대신 쓰기로 했으나 일반 대중은 아직 전염병에 더 익숙한 것 같아 함께 쓰겠다)을 만들어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때론 격리 등의 인신 구속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흡연이나 간접흡연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체, 즉 병인체만 달랐지 전염병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감염병이 병원성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 의해 전파된다면 각종 호흡기 질환과 폐암 등 각종 암은 흡연과 간접흡연에 의해 생긴다. 그리고 병원성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보균자가 전염병을 퍼뜨리듯이 흡연자도 간접흡연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암과 호흡기 질환을 퍼뜨린다.

2003년과 2009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에 걸려 숨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전 세계적으로 사스는 1000명이 채 못 되고 신종플루도 2만 명이 넘지 않는다. 간접흡연 피해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촌에서 해마다 60만 명이 간접흡연 피해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연간 사망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인구 6200만 명이고 2010년 흡연율이 30퍼센트인 프랑스는 간접흡연 때문에 해마다 3000~5000명이 숨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루 평균 13명이 간접흡연 때문에 숨지는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해보면 흡연율은 서로 비슷하고 인구는 우리가 약간 적으므로 대략 연간 2400~4000명, 하루 평균 10명가량이 간접흡연으로 숨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간접흡연은 직접흡연과 함께 세계보건기구에 딸린 국제암연구소(IARC)가 공식 인정한 1군 발암 물질, 즉 인간을 대상으로 암을 일으킨다는 것이 확실한 발암 물질이다.

간접흡연이 폐암과 관상동맥 질환, 심혈관계 질환과 호흡기 질환, 폐 기능 저하, 유아 돌연사 증후군 따위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입증됐다. 또 천식과 백혈병, 뇌암, 유방암, 부비강암, 만성 폐쇄성폐 질환 따위도 간접흡연과 관련이 깊다는 연구 보고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국장(Surgeon General)은 2006년 보고서에서 흡연이 허용된 공간에서 일하거나 거주할 경우 비흡연자의 심장병 위험은 25~30퍼센트, 폐암의 위험은 20~30퍼센트 각각 더 높아진다고 추산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간접흡연에는 안전한 노출 농도가 없다(There is no safe level of exposure to second-hand tobacco smoke)"고 밝혔다. 잠시 간접흡연을 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간접흡연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이는 결국 담배 연기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이제 막 시작된 2011년 송년 모임에 나가보면 여전히 실내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몰염치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잠시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아서 발암 물질을 주위 사람들에게 내뿜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피우면 번갈아가며 질세라 따라 피우곤 한다. 특히 술을 한두 잔 걸치면 더욱 자제할 줄을 모른다. 송년 모임에서 친구나 동료에게 야박한 이야기를 하기 싫어 그냥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모두가 건강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덕담을 나누지만 한편으로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담배 연기 없는 환경(tobacco smoke-free environment)을 만드는 것은 국가야 해야 할 기본 책무이다. 사무 공간, 작업장, 공원이나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것이나 거리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것이 바로 담배 연기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지금까지 이를 손 놓고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헌법에 규정된 건강권을 내팽개친 책임 방기였다. 이제 겨우 서울시와 부산시 등에서 극히 일부 공간에서 흡연 규제를 시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정부가 좀 더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펴도 무방하다. 흡연율이 남성에서도 50퍼센트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흡연자 절대 수는 비흡연자보다 적다. 소수가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현실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나 이제는 사회 분위기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런 환경을 놓치지 않고 강력한 작업장 금연·거리 금연 정책을 펴야 할 때이다.

서울이나 부산 이외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더 강력한 금연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또 서울이나 부산의 경우는 물론 모든 지빙자치단체들이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 대한 단속과 벌금 부과를 강력하게 벌여야 하며 벌금 액수도 더 높여 '재수 없이 걸리면 벌금 물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신임 박원순 서울 시장은 새로운 시정으로 복지와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간접흡연 정책과 행정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금연 공원에 흡연 구역을 별도로 만들겠다는 과거 오세훈 시장 시절의 정책을 거부한 것은 매우 현명한 판단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음주 운전은 그야말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흡연, 특히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담배를 마구 피워대는 행위 또한 음주 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음주 운전이 즉각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면 흡연은 서서히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인 것이다.

요즘은 송년 모임을 비롯해 술자리에서 차를 몰고 갈 예정이라고 하면 대부분 술을 권하지 않거나 술을 마시지 않도록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그런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피우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죽이는 행위라고 모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끊게 되면 흡연 중독자에게도 좋은 것이 아닌가.

서울시 등이 과거보다 이번에 더 강력한 간접흡연 피해 예방 정책을 펴면서 흡연자 집단의 반발이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들은 "혐연권도 있지만 흡연권도 있지 않은가"라며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흡연권이란 권리는 없다. 흡연권은 곧 살인권이기 때문이다. 흡연 행위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까지도 죽이는 행위이다. 흡연권을 인정해달라는 주장은 내가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흡연자들에게 대놓고 "당신은 살인자요"라고 말한다면 말다툼을 넘어서 폭력까지 휘두르는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확하게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10명 넘게 죽어가는 간접흡연 사망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흡연자들이 피운 담배 연기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오로지 흡연자들이다. 따라서 국가든, 지자체든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단 한 명의 간접흡연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언젠가는 간접흡연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 날이 올 것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당장 해야 할 일은 담뱃값을 1만 원 정도로 대폭 올리고 모든 거리와 자동차 안, 모든 실내 공간, 휴게소, 버스·택시 정류장, 공원, 경기장, 실내·야외 공연장 등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어겼을 때는 지금처럼 10만 원이 아닌 100만 원이나 1000만 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것이다.

▲ 어린이의 간접흡연 피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타이의 금연 포스터. ⓒwikipedia.org
이런 엄청난 액수의 벌금은 말이 안 된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후진국인 국가에서도 이런 정책을 펴고 있다. 금연 국가인 부탄은 제쳐두고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관광하는 곳인 인도네시아 발리를 예로 들어보자.

국제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 주 정부는 최근 호텔과 공항, 관공서, 관광 시설 등을 모두 금연 구역으로 정하는 강력한 금연 조례를 제정했다. 주 의회가 이런 금연 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모든 사람의 건강을 위해 2009년 제정된 건강법 시행을 위한 것이다. 금연 조례는 관광 센터와 호텔, 의료 기관, 학교, 놀이 시설, 종교 시설, 관공서, 현대·전통 시장, 공항, 대중교통 시설 등을 모두 금연 구역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 담배를 팔고 광고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 금연 조례를 위반하면 최고 6개월 징역형이나 5000만 루피아, 우리 돈으로 약 63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흡연자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담배의 유해성을 널리 알리고 교육하는 것과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들은 처음에는 담배의 폐해를 알리는 방식, 예를 들어 담뱃갑에 위험 경고문을 게재하는 등의 방식과 교육 등을 통해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많은 나라들이 담뱃값을 올리거나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줄임으로써 흡연 자체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이는 간접흡연 피해도 줄이고 흡연자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담뱃값 인상 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5000원, 1만 원으로 계속 꾸준히 올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가끔 택시를 타면 "찔끔찔끔 올리지 말고 1만 원으로 대폭 올리면 당장 담배를 끊겠다"고 말하는 운전기사들을 볼 수 있다. 담뱃값은 물가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결코 못된다. 오로지 국민 건강과 생명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금연 구역 확대와 실질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금연 구역, 예를 들자면 식당에서 담배를 마구 피워댄다.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은 이를 모른 척한다. 어떤 곳은 아예 재떨이를 가져다준다. 담배 피우는 손님에게 못 피우게 하면 기분 나빠 다음번에는 오지 않을까봐 염려가 돼 아마 제지를 하지 못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강력한 단속을 하고 식당 주인에게 더 엄한 벌금을 물린다면, 그리고 모든 식당에 대해 그렇게 한다면 기분 나빠 그 식당에 오지 않는 일은 없게 된다. 다른 식당에 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연 구역 식당에서 손님이 담배를 피우면 10만 원이 아니라 50만 원, 100만 원으로 올려 간접흡연 피해를 막아야 한다.

금연 구역 확대와 함께 벌금도 대폭 올려야 한다. 부산시처럼 2만 원의 벌금을 물리게 되면 사람들은 혹 피우다 걸리면 2만 원 물고 말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적어도 서울시 수준으로 올리거나 아니면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펴는 국가들의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공공장소 외에도 실제로 많은 근로자들이 하루 여덟 시간 이상 일하는 작업장에서도 금연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석면 사업장 등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법정 금연 구역으로 설정돼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흡연을 막지 않고 있다. 몇몇 선진국에서 모든 사업장에 대해서 금연을 강제하는 것과는 크게 뒤처져 있다고 하겠다.

최근 일부 기업, 포스코나 대한항공 등 금연에 앞장서는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장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2월 1일에는 엘지전자가 자발적으로 창원 사업장 전 지역을 금연 사업장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엘지전자의 경우도 어느 날 하루아침에 이것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전 구역 금연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2000년대 초·중반부터 사내 흡연장을 단계적 폐쇄한 뒤 사원 휴게소로 전환하고 금연 희망자들이 20~30만 원의 기탁금을 걸고 금연에 성공하면 기탁금의 2배를 상금으로 돌려받는 금연 펀드 제도를 실시해왔으며 금연 서약식을 열어 금연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게 하는 등 그동안 다양한 금연 활동을 실시해온 결과이다.

정부는 앞으로 민간 차원에서 이러한 기업들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하며 이른 시일 안에 법에 따른 강제 사항으로 만들어 앞으로 흡연자들이 직장과 거리, 공공장소 모두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 일본 도쿄 신주쿠 도심 길거리에서 흡연을 금지한 노상 흡연 금지 표지. 영어,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로 '길거리에서 흡연 금지'라고 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나는 2009년 가을 국제 석면 전시회를 둘러보러 일본에 간 적이 있다. 전시회 참관 다음날이 마침 주말이어서 잠시 짬을 내 일행과 함께 도쿄 시내를 구경나갔다. 그날 우리가 간 지역은 차 없는 거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눈길을 끈 것은 거리를 지나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이었다. 얼마를 가니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재떨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일행 중 담배 중독 환자 몇몇도 이 대열에 끼여 일본 담배 중독 환자와 함께 '동병상련'을 했다.

알고 보니 이 거리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돼 있었고 재떨이가 비치된 곳 앞에서만 담배를 피우도록 했다. 약 500미터 쯤 더 가니 여기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한 재떨이가 보였다. 길을 가다말고 잠시 멈추고서는 옹기종기 담배 연기를 뿜어대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제 갈 길을 간다.

담배 중독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이들을 볼 때마다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길거리 흡연을 아예 금지하면 담배 중독 환자가 확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이 광경을 보면서 떠올랐다.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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