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다친 장애인…"부실행정의 현실"

[언론네트워크] 무대 오르다 휠체어 뒤로 넘어져 부상···가파른 경사로 때문

34주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대구 기념행사에서 장애인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뇌병변장애인 1급 김 모(38)씨는 20일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기념행사에서, 휠체어를 타고 간이무대에 설치된 임시 경사로를 오르던 중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김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이날 퇴원했다.

김 씨가 넘어진 이 경사로는 대구시가 이날 행사 직전에 설치한 것으로, 당초 대구시는 지난 4일 무대를 만들면서 장애인들이 무대로 오를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아 이날 항의를 받은 뒤에야 급하게 만들었다. 장애인단체들은 "가파른 경사로 때문에 사고가 났다"며 대구시의 "부실한 행정"을 비판했다.

▲ 임시 경사로에서 넘어져 부축을 받는 뇌병변장애인 김모씨 ⓒ평화뉴스(김영화)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도 대구시의 부실행정 때문에 장애인들은 차별받고 있다"며 "참혹한 현실이다. 오늘 발생한 불상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지역 38개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20일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야외광장에서 '2014년 420 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시민 1백여 명이 참석했으며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이들은 기념행사 무대 옆에 사고로 숨진 고(故)김주영씨, 故박지우씨, 故박지훈씨, 故송국현씨 등 전국의 중증장애인 9명의 영정사진을 걸어놓은 분향소를 설치하고 이들에 대한 추모제도 지냈다. 또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으로 구성된 공연단 '몸뚱아리'와 퍼포머 성광옥 씨는 추모공연을 했고, 발달장애인 8명으로 구성된 합창팀은 '자립의 꿈'을 주제로 '사랑으로'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또 △장애인 탈시설화 대책 △24시간 활동지원제도 △저소득 장애인 주거정책 실시 △장애수당 현실화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권리보장 △장애인차별금지 대책 마련 △이동권 권리보장 △장애인 전담지원과 설치-인력확충 등 11대 주제 40개 요구안을 대구시와 6.4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들에게 촉구했다. 매년 4월 20일 진행된 거리행진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이유로 취소됐다.

박명애 대구투쟁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은 더 많은 자유와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원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행정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오늘도 대구시의 부실한 행정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가 부상을 입었다. 가슴이 아프다. 더 이상 부실한 정책 때문에 장애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길 원하지 않는다. 지방선거 후보들은 우리의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대구시가 2.28공원 무대에 설치한 가파른 임시 경사로 ⓒ평화뉴스(김영화)

강석구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장애인들의 암담한 현실은 부실한 사회적 제도가 원인"이라며 "많은 장애인 부모와 자녀들은 비통한 삶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더 이상 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변명으로 이런 슬픔을 외면해선 안 된다.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제발 폐지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노금호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는 "무기력한 국가와 지자체. 그 속에 많은 장애인들은 재난과 같은 나날을 지내고 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는 억울하고 가난한 장애인들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반드시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공약을 내세워야 하고 이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지난 7일 대구시청 앞에서 '2014년 대구광역시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이를 여야 대구시장 후보 7명에게 전달 "공약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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