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책, '의료 영리화'로 보는 이유는…

[인포그래픽] 미국에도 '비영리 병원의 영리 자회사' 모델 있다

영리 병원과 비영리 병원의 차이는 외부에서 자본이 투자되고 배당되는지 여부에서 갈린다.

현행 의료법은 병원 부대사업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병원 개설 자격을 의료인과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비영리 병원은 의료 사업을 통해 거둔 수익을 외부에 유출할 수 없고, 다시 의료 사업 등 고유 목적 사업에 재투자해야 한다. 비영리병원에서는 돈이 병원 내부에서만 돌기에 영리 병원보다 이윤 창출 동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 비영리 병원 운영 방식. ⓒ프레시안

영리 병원은 투자자들이 병원이 발행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고, 병원이 낸 이윤을 배당받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의료법이 아니라 ‘경제 자유 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경제 자유 구역 등에 설립할 수 있다. 애초에 정부는 외국인 전용으로 영리 병원을 짓겠다고 했으나, 지금은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도 영리 병원에 투자하고 국내 환자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영리 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직 한국에 영리 병원은 개설되지 않았다. 중국 자본인 '차이나스템셀헬스그룹'이 제주도에 영리 병원(싼얼 병원) 승인을 신청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불법 줄기세포 시술 우려', '성형시술 안전성' 등 문제를 발견하고 지난해 8월 설립 승인을 보류한 바 있다.

▲ 영리 병원 운영 방식. ⓒ프레시안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는 병원을 현행처럼 비영리법인으로 유지하되, 병원이 영리 자회사에 돈을 투자하고 영리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내용이 담겼다. 영리 자회사는 ‘상법상 회사’로 규정함으로써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병원은 의료 사업에 집중하도록 하고, 영리 자회사가 부대사업으로 각종 수익 사업을 벌여서 돈을 번 뒤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영리 자회사에는 병원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다.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지난해 12월 13일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영리 자회사 투자자로 “의료기기업자, 병원 건축업자, 자산 운용사, 벤처 캐피탈(위험성은 크나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에 투자하는 자금), 환자 유치업자(관광사)” 등을 예로 들었다. 따라서 정부 방안대로라면, 이론적으로는 거대 투기 자본이나 대기업이 영리 자회사에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 비영리 병원의 영리 자회사 병원 운영 방식. ⓒ프레시안

실제로 미국에는 이번 정부 방안과 비슷한 ‘비영리 병원의 영리 자회사 모델’이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치과의료 위기와 탐욕의 네트워크 치과’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철신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가 쓴 발제문을 보면, 현재 미국에는 투기 자본인 사모펀드가 소유하는 25개 치과 영리 자회사(치과 경영 서비스 회사)가 있다.

김철신 정책이사는 “2007년~2010년 미국 치과 매출은 4.9%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이들 치과 영리 자회사는 매출이 무려 63%나 올랐다”며 “영리 자회사들의 전략은 인수합병을 통한 치과 체인 지점 확대와 수익 창출이었고, (모회사인 치과 체인) 의료기관들은 사모 펀드 등 투기 자본의 수익 창출에 매달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형태의 '병원 경영 지원회사(MSO)'를 허용하고, 병원 부대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盧정부가 '의료 영리화'? MB·박근혜 정부는…, '영리 병원 전단계' 사무장 병원, 어떻게 돈을 버나?)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의료 영리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당시 보건복지부는 “자법인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의료법인의 고유 목적 사업에 사용한다면 (의료법이 규정한) 영리 추구 금지 목적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회사가 ‘주식회사’인 한,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간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병원이 수익 대부분을 재투자받아도, 투자자들이 자회사에서 이윤을 회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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