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2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장관 표창 등을 받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공적(功績)조서를 분석한 결과 사이버사령부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여론조작 활동을 벌였으며, 활동의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계량화해 성과를 평가하고, 국정원·경찰 등 유관기관과 체계적인 공조활동을 벌였음을 확인했다"면서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 여론조작 활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진 의원이 공개한 공적조서 내용을 보면, 사이버사령부 소속 일반직 군무원 정 아무개 씨는 "군 비난 여론에 적기(適期) 대응해 대군 신뢰 및 친군화를 도모하는데 기여함"을 이유로 2011년 3월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국방부 장관은 2010년 12월부터 계속 김관진 장관이 맡아 오고 있다.
국방부 인사기획관실은 정 씨에 대한 장관 표창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 "국가·국방정책 및 국가 보위를 위한 공세적 사이버 심리전 홍보활동을 시행해 2010년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북한의 천안함 폭침, G20 정상회의, 연평도 포격도발 등 국가·국방 위기 상황에 대한 비난 여론에 적기 대응해 비난 여론 차단에 기여했다"고 조서에 명기했다.
특히 '2010년도 목표 초과 달성'에 대해 진 의원은 국방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계획 2000만 회에 성과 2300만 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 씨가 '정부 비난 여론에 대응'한 횟수도 1864회로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고 밝혔다.
"현역 장교가 G20 홍보글 작성해 홍보, 대통령 비방글 확산 저지"
역시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은 사이버사령부 소속 김 아무개 대위의 공적 조서에도 "김정일 사망 관련 반정부 및 반군 성향 악성 게시물을 수집·분석해 보고했으며 '사이트 일일 사이버동향보고서'를 작성해 실시간 사이버 동향에 대한 적시적 자료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 아무개 중사도 ""G20 정상회의 간 24시간 대응체계를 유지하여 적극적 활동으로 국방정책 홍보와 대군 신뢰 증진에 기여"를 이유로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진 의원에 따르면, 한 장교를 대상으로 한 국방부 공적조서에는 "G20 정상회의 유치노력과 정상회의 개최로 얻게 될 경제적 이익과 정신적 이익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글을 집필해 국내외에 홍보토록 했으며, 정상회의 기간 중에도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며 인터넷 공간에서 정부 및 대통령 비방글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이라는 내용까지 적혀 있다.
201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이 사망 사흘 만에 공식 발표를 하기까지 전혀 관련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2010년 G20 정상회의 때에는 각국 정상에 대한 경호를 이유로 과도한 교통 통제를 했다는 불만 여론이 대두되는가 하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풍자한 '쥐 벽서'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같은 국내의 정부 비판 여론에 대해 군이 나서 감시하고 '대응'을 했으며, 그런 활동을 이유로 버젓이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진 의원은 "군의 활동과 무관한 정부시책을 홍보하는 등 대국민 심리전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과 공조해 이같은 활동을 벌여 온 정황도 나타났다. 역시 사이버사령부 소속으로 장관 표창을 받은 박 아무개 서기관의 공적조서를 보면, 사이버사령부는 박 서기관에 대한 표창을 건의하며 그 이유로 "국정원, 경찰청, 정보사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공유 활성화를 통해 정보누락 위험성을 제거하고 민관군 합동대응을 주도적으로 선도했다"는 내용과 함께 "국내외 심리전 상황과 상부지침을 바탕으로 대적심리전 방향을 설정한 뒤 유관부서 및 기관에 전파"했다는 내용을 들었다.
진 의원은 "국방부와 사이버사령부가 그동안 강력하게 부인하던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 대상이 우리 국민이었음이 밝혀졌다"며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이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에 대해서만 심리전을 한다'고 했던 증언은 명백한 위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 의원은 "국방부는 사건수사에서 손을 떼고 사이버사령관 등 관련 책임자의 보직을 해임하고 즉각 증거 보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했다.
점차 커지는 '이명박 정부의 조직적 대선개입' 의혹, 어디까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전날 <경향신문>은 해외 교민과 유학생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정치 관련 게시물 상당수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사용한 아이피(IP) 주소에서 올려졌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신문은 일본 규슈(九州)대학 한국인 유학생회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한인 동포 커뮤니티 '인도웹', 캐나다 동부 동포 커뮤니티 '한카닷컴' 등에 북풍(北風)을 조장하거나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칭송하는 글이 올라왔는데, 해당 IP 주소는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오늘의 유머'(오유)에 정치글을 올릴 때 이용한 주소라고 전했다.
이처럼 당초 '국정원 직원의 댓글'에서부터 시작된 대선 개입 사건은 국정원을 넘어 군과 정부 내 다른 기관에 대한 의혹으로 번져 가고 있다. 앞서 국가보훈처가 정치적 편향성을 띤 교재를 사용한 '안보 교육'을 했다는 지적(☞관련기사 보기)에 이어, 이번에는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까지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이날 행안부가 지난해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극단적 보수 편향의 교육 자료를 총리실 등 중앙부처와 지자체 및 시도교육청 등에 대량 배포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교육을 했다"며 "교육을 받은 공무원 수는 76만8600여 명"이라고 밝혔다.
백 의원은 교육에 사용된 95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의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 부분에 "4.19 혁명으로 등장한 민주당 정부는 민주화 혼란기를 수습하지 못해 국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런 가운데 '절망과 기아에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는 공약을 앞세운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다", "정부는 새마을 운동을 통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양했던 것이다. 새마을 운동은 오랫동안 잠자던 농촌을 깨어나게 했으며 생활환경 개선, 소득 증대, 의식 개혁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등의 내용이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된 이후, 행안부가 박근혜 후보 맞춤형 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도 "안전행정부,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안보교육'관련 일반자료 및 DVD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DVD의 내용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종북·친북세력을 비난하며, 마치 이들이 정부, 국회 등 사회 곳곳에서 '민주화'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규정한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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