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연일 비난

[오늘의 조중동] 주현우 씨 "문제 의식은 '자기 정치를 하자'는 것"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공명에 <조선일보>가 응답했다.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에 담긴 주장이 논리가 부실한 감성 호소에 불과하다는 것. 이는 <조선>조차 '안녕하지 못한 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주현우 씨(경영학과, 27)가 지난 10일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학내에 게시한 이후, <조선>이 12일부터 3일간 쏟아낸 관련 기사는 모두 9개이다.

신문은 대자보에 담긴 정치·사회적 현안이 '사실(팩트)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거듭된 '자기복제' 기사를 통해 대자보의 부당함을 세뇌시키고 있다. 대학가 대자보에 '1등 신문' 스스로가 온라인판 대자보로 맞서는 셈이다. 결국 보수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한 회원은 대자보를 훼손하고, 인증샷을 찍어 사이트에 올렸다.

특히 <조선>은 대자보에 언급된 파업 참가 철도 노조원의 직위해제, 국가기관 선거개입 사건 및 장하나 민주당 의원의 제명안,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한 농민, 한진중공업 노조에 부과된 수십억 과징금 등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신문은 2013년 현재를 "하 수상한 시절"로 규정하고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는 안부 인사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조선>은 12일 자 온라인 기사 '고대 대자보? "비약만 있고 팩트는 부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문은 철도 노조의 "민영화 반대는 구실일 뿐이고 파업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며, 파업의 주된 요인은 임금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철도 민영화 반대 집회'가 열린 14일 저녁 <조선>은 온라인 기사 "안녕들하십니까 시위대, 실체없는 '철도민영화' 반대하며 거리로…대학은 '감성의 전당'?"에서 "이 글의 주된 타깃은 '철도민영화'"라고 다시 못 박으며, "필자는 철도파업에 참가했다가 직위해제된 이들을 "일자리를 잃었다"고 마치 '해고'된 것처럼 표현, 동정심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철도를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이 없"는데 "철도노조가 일으킨 파업의 이유를 '민영화 반대'로 단순화하며 정당성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조선>은 또 대자보를 쓴 주현우 씨의 정치 성향을 부각해 대자보를 '선동문'이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같은 날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진보신당 당원의 일방적 선동문이 '뜬'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필자가 과거 진보신당 일인시위에 동참했던 당원"이라며, <오마이뉴스>·<경향신문> 등의 언론과 다음·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들이 관련 기사를 확대 재생산했다고 비판했다. 또 네티즌 의견이라며, "고려대 대자보, 일부 네티즌이 인터넷을 어떻게 휘두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주 씨와 그의 글에 <조선>이 '종북' 딱지를 붙이는 등의 직접적 비판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주 씨의 의견에 동참하는 이들이 '대선 불복' 세력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주 씨는 언론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며, 일부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이 배후라고 지목한 데 대해 '관리자 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주 씨는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언론의 지적은 불이 나 실신한 사람이 여럿인 상황에서 관리자가 쭉 훑어보더니 처음 '불이야!'라고 외친 사람에게 '넌 평상시에도 하라는 대로 안 하는 불량한 녀석이다!'라며 혼을 내는 관리자의 태도라고 말했다. '이미 타는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말에 호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불신이 이미 발화점을 넘었다는 지적인 셈이다.

주 씨는 이어 '감성 팔이'라는 몇몇 언론의 비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상투적인 비난 논리 때문에 물러날 생각은 없다"며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사람들에게 색깔을 씌우고 때리는 비겁한 짓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 씨는 "나한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특정한 사람을 띄우는 방식은 '안녕들하십니까'의 목적과 어긋난다. 이 기획의 목적은 '스스로 자기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자보 '안녕하십니까'의 목적은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자기 성찰일 뿐, 어떤 목적을 염두에 둔 특정 세력 규합에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 씨는 현재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마른 섶에 불이 붙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 발 더 나가 "대자보를 영문이나 불어 등 외국어로 번역"할 계획이라고 했다. 소셜커뮤니티사이트인 '페이스북'을 활용해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확신했다. 16일 현재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21만 건을 넘었다.

주 씨는 이를 계기로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의정치가 아니고 내가 주인이 되는 정치"라는 것. 그는 "이 점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안녕들 하십니까'의 문제의식은 '자발성'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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