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특검 등 현안 여야 합의 존중할 것"

국회로 공 넘기기…정국 돌파구 난망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첫 시정연설을 갖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한편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은 건 지난 9월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 이후 두 달 만이자 취임 이후 세 번째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선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돼가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정치권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때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정부의 의지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면서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해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정치개입의 의혹을 추호도 받는 일이 없도록 공직기강을 엄정하게 세워가겠다"고 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등에 대한 사과 및 특검 도입 요구에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다만 "정부는 여야 어느 한쪽의 의견이나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움직일 수는 없다"며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특검 등에 대해 여야 합의를 전제로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지만, 여야 합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국회로 공을 넘겼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정보원 개혁과 관련해선 '자체 개혁'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기관 개혁방안도 국회에 곧 제출할 예정인 만큼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의료, 교육, 금융, 관광 분야 규제 과감히 풀 것"

박 대통령은 30분 동안 진행된 시정연설의 대부분을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며 여야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등 4개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현 경제상황과 관련 "경기회복의 움직임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은 경기회복세를 확실하게 살려나기 위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제조업, 입지, 환경 분야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규제완화를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해 투자 활성화의 폭을 넓혀가려고 한다"며 "특히 의료, 교육, 금융, 관광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한 "앞으로 창조경제의 핵심인 업종간 융복합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문화와 보건, 의료, 환경, 해양, 농식품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거듭 규제 완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한 △외국인투자촉진 법안 △관광분야 투자활성화 법안 △중소기업 창업지원 법안 △소득세 법안 및 주택법안 등 국회 계류 중인 법안들을 열거하며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국회와 정부,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창조경제의 핵심인 업종간 융복합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문화와 보건, 의료, 환경, 해양, 농식품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관련 사업 예산으로 금년보다 12% 증가한 6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논란을 빚은 기초연금 공약 축소와 관련해선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불가피하게 해결하지 못한 부분들은 경제를 활성화시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의 생활 안정과 국민들의 노후 안정을 위해 내년 7월 기초연금제도 도입을 목표로 예산 5조2000억 원을 반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의 토대이자 경제활성화를 위한 시장경제의 기초질서"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의 협력으로 하도급 업체, 가맹점주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입법화됐다. 앞으로 정부는 경제전반에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대화와 협력으로 나오길 바란다"며 "그러면 제가 제안한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서 부산을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평화통일의 길도 열어갈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공단정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통행, 통신, 통관의 3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공단의 실질적인 정상화, 나아가 개성공단의 국제화도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은 아직은 어렵고 멀게 보이지만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이라며 "저는 반드시 임기 중에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한편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 여러분들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가진 건 이날을 포함해 총 4번이다.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8년,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각 2003년과 2008년 시정연설을 했다. 이 외엔 대부분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연설을 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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