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이 입수한 '출근현황·작업시간' 자료를 보면 고인은 지난 7일에는 오후 8시까지, 9일에는 오후 11시까지, 10일에는 오후 8시까지 일했다. 11일에는 정상 출근 뒤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일을 했지만 12일에도 정상 출근해 일하고 그날 자정까지 일했다. 뿐만 아니라 13일과 14일에는 오후 9시까지 일했다.
15일에도 고인은 출근했지만 피로누적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자동차에서 대기했고, 16일에는 오후 7시까지, 17일에는 오후 6시까지 근무했다. 고인은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휴일을 제외하고 9일 동안 총 40시간의 초과 근무를 한 셈이다.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18일 오전께, 고인은 작업 도중 피로감을 호소하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탈의실에 들어갔고 이후 고인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조선소 입사를 위해 최근 산업보건협회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아무런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건강했다. 고인이 맡은 작업은 페인트 도장으로 조선소 작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힘든 일이다.
"원청인 STX중공업이 나서야 한다"
조선소사내하청노동자연대는 2일 성명서를 내고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청인 STX중공업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문제는 실질적 사용주인 STX가 책임져야 한다"며 "STX는 더 이상 책임회피하지 말고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통해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선소 노동은 일반 제조업과 차원이 다를 만큼 노동 강도가 높다"며 "특히 도장작업을 하는 하청노동자는 페인트 독성에 늘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당장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특히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어 피로가 누적될 경우, 안전장구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바닥나고 이 과정에서 페인트 독성물질이 여과 없이 체내에 흡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벌의 입장에서 하청노동자는 쓰다버리면 그만인 일회용품일지도 모른다"며 "재벌이 마음껏 쥐어짜서 배를 불린다한들 하청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하청노동자에 불과한 그들이지만 이들 또한 어여쁜 딸자식과 의젓한 아들을 둔 가장들이다"라며 "그들의 삶 또한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더 이상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 현장의 각종 위해요소들을 점검하고 시정조치 해야 한다"며 "그리고 일방적인 하도급단가 인하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이 사지로 몰리는 현실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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