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일본 관광, 퇴행하는 K관광

[정희준의 어퍼컷] 10년 넘게 '외국인 관광객 1천만', K관광 참패 원인은?

관광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이름에서부터 문화, 체육, 관광의 위계가 드러난다. 편의상 문체부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 관광이 아예 빠진다. 문체부 장관의 '업무소개'를 보면 "문화·예술·영상·광고·출판·간행물·체육·관광에 관한 사무"로 되어있다. 그 많은 업무 중 뒤에서 1등이다. 대선후보들은 바쁜 유세 기간에도 영화감독, 예술인, 스포츠스타들과 간담회를 갖고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관광 분야 사람들과 사진 찍은 기억은 없다.

관광학 교수들 사이 관광을 문화의 하위분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 업계 사람들은 서비스업과 자영업을 먹여 살리고, 지역경제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게 관광인데 왜 우리를 무시하느냐는 원성이 크다. 일례로 지금의 민선8기 서울시 공약실천계획서의 총 244개 세부사업 중 문화는 24개인데 관광은 단 2개다. 이러한 푸대접 속, 자, 한국 관광은 발전했는가.

14년째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노력한 만큼 성과 나오는 법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시절인 2003년 '관광입국(觀光立國)'을 선언한 이후 꾸준히 정책지원을 했다. 제조업 부진으로 '잃어버린 30년'을 지나는 중에도 관광 덕에 버틸 수 있었다. 2024년 3687만 명이 일본을 방문해 약 8조1395억 엔을 지출했다. 한화로 약 76조 원이다. 이는 일본의 연간 수출 2위 품목인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액을 크게 상회한다. 이제 관광은 자동차와 함께 일본 경제의 버팀목이다. 특히 전국 각지 소도시 관광에 성공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1등 공신이 됐다.

안타깝다. 원래 외래 관광객 수에서 한국이 일본에 앞섰다. 2011년 979만 대 622만, 2013년 1218만 대 1035만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앞섰던 한국이 2015년 1323만 대 1974만 명으로 역전당한다. 이후 일본 관광은 날아갔고 한국 관광은 아직도 1천만 대에 주저앉아 있다. 사실상 퇴보했다. 작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3687만 명, 한국은 1637만 명이다. 반토막도 안 된다. 올해 방한 관광객 목표는 1850만 명. 14년째 '외국인 관광객 1천만' 이다.

글로벌 통계를 보면 세계 1위 관광국은 프랑스(1억 명)고 다음은 스페인(9800만 명), 미국, 중국, 이탈리아 순이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일본은 11위에 올랐다. 한국은 30위권이다. 관광수지 적자폭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K관광의 글로벌 경쟁력이 낮음을 인정해야 한다. 관광을 정책 우선순위 맨 뒤에 내버려둔 당연한 결과다.

서울 독점과 지역 편중, 함께 망하는 길

관광산업은 연간 전세계 관광객 14억 명, 그리고 이들이 지출하는 2800조 원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이다. 제로섬게임이다. 그런데 K관광은 여기에서 낙오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하나는 서울 집중으로 인한 지역 편중, 또다른 하나는 인프라와 콘텐츠 부족이다.

많은 학자들과 언론은 관광산업 발전 저해요인으로 '과도한 서울 집중'을 첫손가락 꼽는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제1도시 도쿄(1980만 명)와 제2도시 오사카(1458만)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서울(1314만)과 부산(293만)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또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점유율이 도쿄권역(중복 방문 포함 47%), 오사카권역(38%), 교토권역(35%), 가나가와권역(28%)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반해 한국은 서울 방문 비율(약 80%)이 여타 지역(부산 16%, 제주 10%)을 압도한다. 서울 독점, 지역 편중이 극심하다. 관광 선진국 중 이런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전 이미 서울 관광업계에서는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어 타 지역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서울관광재단은 이러한 문제의 시정 없이 2026년 목표로 외국인 관광객 2천만 명, 내국인 관광객 7천만 명, 서울시민관광 1천만 명을 잡았다. 연 1억 명을 서울시내 관광에 나서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양적 성장에 집착하는 한국에서 일본 같은 소도시관광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만 남을 것이다.

여행하기 불편한 나라

서울 독점 외 또다른 문제는 교통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불편,' 그리고 '콘텐츠 부족으로 인한 불만'이다. 단언컨대 관광의 절반은 교통이다. 일본은 방일 시 국적기를 이용하면 지방 도시로 무료로 환승할 수 있고 각 공항 간 항공편이 많다. 또 철도가 우리 몸 혈관처럼 뻗어있다. 소도시관광이 원활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인천공항에 '몰빵'하며 지방공항을 천덕꾸러기 취급한다. 항공편 뿐 아니라 (고속)철도망도 서울을 기점으로 방사형인데 마치 욱일기 보는 듯하다. 외국인이 한국인 도움 없이 지방에서 지방으로 옮겨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행이란 돈 쓰러 가는 것인데 지불방식과 환전도 불편하다. 통번역 환경도 취약하고 대중교통 이용도 외국인들에겐 큰 벽이다. 대형식당이 아니면 외국어 메뉴도 보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는 구글맵 사용이 제한적이다. 우리는 외국 나가면 구글링에 크게 의존하는데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구글링이 안 된다. 군사기밀, 보안시설 노출 우려 때문이라는데 사실은 한 포털사의 로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한국사람들이 일본으로 관광 가는 이유?

콘텐츠도 문제다. 과거 경치관광, 단체관광 위주에서 최근 개별자유관광, 도시관광이 대세를 이룬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가진 서울조차 미술관·박물관, 공연·전시, 쇼핑, 음식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낮다. 2023년 '해외 관광객들의 서울 재방문 이유'에서 1등이 '음식이 맛있어서,' 2등이 '쇼핑하기 좋아서'였다. 뒤집어 말하면 다른 인상적인 콘덴츠가 없었다는 뜻이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K팝 매니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용산 하이브 사옥 포토존에서 사진 찍는 정도?

작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가 무려 882만명이다. 전체 방일 외래객 중 24%로 1위다. 한국인이 왜 일본 관광 발전에 이토록 크게 기여할까. 첫째, 일본에 갈 데가 많아서. 둘째, 한국엔 갈 곳이 없어서. 일본엔 주요 관광지인 도쿄, 오사카, 교토, 삿포로, 후쿠오카 외에도 료칸, 온천, 우동 등을 테마로 한 관광지들이 많다. 소도시관광이 발달한 일본은 재방문 의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서울뿐이다. 그래서 업계에서조차 "한국은 서울 한 번 왔다 가면 다시 올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요즘 주식시장이 뜨거운데 한 종목에 '몰빵'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다양해야 하고 분산해야 한다. 그리고 관광이란 편하고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야 한다. 서울 정도면 킬러콘텐츠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당연히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선순위 없이, 동시에 모두를 하려는 듯하다. 골고루 하면 골고루 안 되는 법이다. 시급한 것부터 하나씩, 옆줄 좍좍 긋고 지우며 다음 것으로 가야 한다. 또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잘 해야 한다. K팝 공연 보려고 일본 가는 게 말이 되는가.

▲무더운 날씨에 한복을 입고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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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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