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이포보 '사고 위험' 알면서도 훈련 강행

건설업체 통보 받고도 예하부대 안 알려

지난 17일 경기도 여주군 이포대교 인근에서 발생한 군용 보트 전복 사고에 앞서, 인근에서 작업 중인 이포보 건설업체가 급류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군에 사전 통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예하 부대엔 알리지 않은 채 훈련을 강행했다.

당장 이포보 공사 현장에 설치된 임시 교량에는 '이포대교 하류에 와류가 발생해 선박 접근 및 운행을 금지합니다', '선박 접근 금지'라고 쓰인 가로 10m, 세로 1.5m 크기의 현수막이 지난달부터 걸려있었으나, 훈련은 예정대로 강행됐다.

18일 오후 이 사고를 조사 중인 군 합동조사반은 유족 대표 9명이 참관한 가운데 남한강 사고 지점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현장 조사는 외부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채 비공개로 3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현장 조사에서 유족들은 건설업체가 사전에 공사 현장의 위험성을 통보했지만, 해당 부대가 이를 예하 부대에 전달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은 당초 4대의 단정(소형 선박)을 정찰에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사고 당시 1대의 단정이 홀로 작전을 수행했고, 이로 인해 구조 작업이 늦어져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숨진 강인구 대위의 형 형구(유가족 대표) 씨는 현장 조사를 마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존 장병 2명과 함께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조사한 결과, 전복 사고는 이포보 건설로 인한 물의 낙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보 공사로 인한 급류 및 낙차가 이번 사고를 불렀다는 일각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또 "건설업체가 사전에 구두로 공사 현장의 위험성을 군에 알렸지만, 정작 훈련하는 하위 부대에는 전달이 안됐다"며 "현장의 위험성을 인지한 지휘관이 전혀 없었다"고 말해, 군이 무리하게 훈련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확산될 전망이다.

지역 주민들 "급류에 소용돌이까지…이포보 공사 이후 위험성 커져"

이 지역 주민들 역시 이포보 건설로 강의 대부분을 막아놓은 데다 준설로 강바닥까지 깊게 파면서 공사 이후 물의 흐름이 몇 배 이상 빨라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애초 강폭이 800여m에 달했던 남한강 이포대교 구간은 보 공사로 강 대부분을 막아 현재 물이 흐르는 강폭이 100m 정도만 남은 상태다.

전체적으로 물이 흐르는 면적이 줄어든 데다, 수심까지 깊어져 물살이 거세진 것은 물론 이포대교에서 이포보 방향으로 심한 와류(소용돌이)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 역시 19일 평화방송(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7월 이포보에서 환경단체가 농성을 할 때도 건설업체 측의 고무보트가 농성장에 접근하자마자 바로 와류와 물살 때문에 뒤집힌 적이 있다"며 "그 사실을 건설업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군에 피력하지 못한 것, 군 역시 건설업체가 통보한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4대강 공사로 전국의 강이 익사 사고가 날 수 있을만큼 위험해졌다"며 "무엇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조사에 참여한 유가족들은 이후 경기도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이동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군은 19일 오후 유가족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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