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보트 전복…"4대강 공사 이후 물살 세졌다" 논란

주민·환경단체 "보 공사로 물살 빨라지고 소용돌이까지 일어"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남한강 이포대교 인근에서 훈련을 하던 군 보트가 뒤집혀 총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 같은 사고가 "무리한 준설과 보 공사로 강의 유속이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남한강 이포대교 인근으로, 시신은 이포보 공사 현장에서 30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군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께 이포대교 인근에서 도하(渡河) 훈련을 하던 육군 5군단 예하 공병부대 소속 15인승 단정(소형 선박)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뒤집혔다.

17일 오후 남한강 이포대교 인근에서 훈련 중 전복된 군 보트에 탑승하고 있던 군인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장병 8명 중 중대장 강인구(28) 대위와 박현수(21) 상병, 이상훈(20) 일병 등 총 3명이 숨지고, 분대장 신종헌(22) 하사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공병대의 배가 전복되자 인근 이포보에서 작업을 하던 삼일토건 인부들이 물살에 떠내려오던 장병들을 구조해 응급조처를 한 뒤 여주군 고려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강 대위 등 3명은 후송된 병원에서 결국 사망했으며, 신 하사는 큰 의료시설이 있는 원주기독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군은 "나머지 탑승자 4명은 의식이 있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포보 공사로 강폭 줄고 유속 빨라져…"4대강 사업이 낳은 인재"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사이에선 이번 사고가 "4대강 사업으로 빨라진 유속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이포대교 일대 남한강 폭은 800여m 정도인데, 이 가운데 현재 물이 흐르는 곳은 100m로 이포보 공사로 인해 강폭의 대부분을 막아놓은 상태다. 전체적으로 물이 흐르는 면적이 줄어든 데다 준설로 수심까지 깊어져, 물살이 거세진 것은 물론 이포대교에서 이포보 방향으로 심한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포보는 지난 7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난 지점은 해마다 군사 훈련을 하던 곳"이라며 "군이 바닥 지형이나 물살의 흐름을 잘 알고 있는데도 이런 참변이 일어난 것은 준설과 보 공사로 강바닥 지형이 바뀌고 물살이 거세졌기 때문"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환경운동연합 역시 18일 논평을 내고 "이포보 인근에서 벌어진 참변은 4대강 사업이 불러온 인재"라며 "보 공사를 시작하면서 통수단면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무리한 준설을 강행해 서해의 갯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급류와 소용돌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800m의 강폭이 100m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의 '4대강 속도전' 때문"이라며 "과도한 준설로 유속이 빨라졌고, 좁은 물길로 물이 집중된 상황에서 군이 무리하게 도하 훈련을 준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 희생과 생명,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어야 4대강 사업을 포기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국방부는 무리한 훈련을 강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정부 역시 4대강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10일 해군 고속정 침몰(1명 사망, 2명 실종)과 12일 공군 RF-4C 정찰기 추락(2명 사망) 사고에 이어 일주일 사이 발생한 세 번째 군 관련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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