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 넘은 윤석열 검찰, 검찰 과거사委까지 수사 대상

검찰과거사위 성명 "윤석열 총장, '정치 수사' 그만 두라"

검찰 수사가 금도를 넘고 있다. 검찰이, 조직 내부의 '하명 수사',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수행한 검찰 과거사위 외부 조사단원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고 나섰다. <한겨레> 보도에 관해 윤석열 총장이 고소한 건을 빌미로, 과거사위 조사 과정을 검찰이 들여다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외부위원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김학의사건팀 외부단원이 공동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냈다. 윤 총장이 검찰권을 남용한다는 이유다.

특히 성명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김학의팀 조사단원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검찰이 검찰개혁 움직임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조국 사태'의 여진이 공수처 논의와 검찰권 통제 논란으로 지속되는 와중에 '개혁 대상자'가 '개혁 주체'에 대한 수사에 나선 비상식적 상황이어서 사안의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부위원과 외부단원들은 검찰의 과거사조사단 수사를 '정치적 수사'로 단정했다. 이날 과거사위 외부위원과 김학의팀 외부단원의 공동 성명서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에 걸쳐 조사단 김학의사건팀 내외부 조사단원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 김학의사건팀 조사단원 중 3명 이상의 조사단원이 참고인 조사 요청을 받았거나, 실제 조사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윤 총장 관련 보도 결과였다고 성명서는 지적했다. 윤 총장이 <한겨레>와 관련 기사를 쓴 기자, '보도에 관여한 사람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지난 11일 고소한 후 닷새 만에 이뤄진 조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겨레>는 '김학의 사건' 재수사 과정을 아는 3명 이상의 핵심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지난해 말부터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로부터 확보한 자료 중 윤중천 씨의 전화번호부와 갖고 있던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확인했고 △조사단이 윤중천 씨를 불러 과거 윤 총장과 친분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조사단이 윤중천 씨 원주 별장에서 윤 총장을 수 차례 접대했다는 진술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 후 윤 총장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서부지검은 해당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성명서는 "사실상 고소의 형식을 빌린 실질적인 총장의 '하명수사'"라며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윤 총장 개인 고소사건을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수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이어 "<한겨레> 보도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는 1차 수사기록에 포함된 윤중천 씨 전화번호부와 명함, 다이어리 등과 조사단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김학의 사건 최종보고서를 통해 객관적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며 "윤 총장 관련 부분이 사실인지 여부나 면담보고서 작성 경위를 조사하는 건 윤 총장 고소사건에서 수사 대상과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성명서는 특히 서부지검의 전격적인 조사단원 수사에 관해서는 "윤 총장 명예훼손 사건 본질에서 벗어난 조사단의 조사 활동에 대한 수사"라며 "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즉, 성명서는 검찰이 윤 총장 지시를 받아 사실상 검찰 과거사를 조사하는 조사단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 권력 남용이라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성명서는 "역대 정부 들어 처음 출범한 조사단 활동과 결과물에 대해 검찰이 수사한다면 검찰과거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피해회복이라고 하는 검찰개혁의 취지를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이어 서부지검이 윤 총장, 즉 고소인 조사를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고소, 고발 사건의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 조사가 먼저 이뤄지는데, 이 같은 절차를 검찰이 밟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명서는 "검찰이 고소인 조사도 없이 조사단 활동과 결과물 수사를 먼저 했다면 검찰과거사 조사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한 것이라며 "매우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며 정치적인 수사"라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윤 총장을 두고도 권력남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이 언론사를 고소한 것 자체가 언론 자유 침해 시도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성명서는 지적했다.

성명서는 특히 '수사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윤 총장의 입장도 사실상 현실과 다르다고 규정했다. 지난 14일 이번 수사와 관련해 대검이 '조사단 관계자가 조사보고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를 배포한 것을 두고 성명서는 "검찰총장 개인 명예훼손 사건에 검찰이 수사권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모두를 남용한 것"이라며 "검찰과거사 진상조사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난 검찰권 남용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검찰이 검찰과거사 조사결과를 수사하는 이례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윤 총장 고소 건을 경찰로 이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과거사 조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특히 윤 총장을 두고 "국민의 뜻에 따라 검찰개혁에 동참하고,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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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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