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만난 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는 26일까지 청문회 일자가 확정이 안 되면, 27일 이른바 '국민 청문회'로 알려진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 행사의 성격에 대해 "언론이 묻는 국민 청문회"라며 "주관은 기자협회나 방송기자연합회 등에 접촉해서 (이들 언론단체가) 진행을 하도록 하겠다. '셀프 청문회'를 안 하겠다는 취지로, 진행 방식 등은 그쪽(언론단체)에서 주관해서 할 수 있도록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강 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제가 '국민 청문회'와 관련해 당청 간 조율이 필요해서 두 분 수석을 오라고 했다"며 "이런 정도가 제가 청와대 분들에게 밝힌 구상이고, 당청 간 어느 정도 의견이 교환됐다 생각해 27일에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사상 초유의 이런 행사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완료해야하는 법적 시한은 8월 30일까지이고, 국회에서 청문회 전체가 완료돼야 하는 법적 시한이 9월 2일"이라고 강조하며 "(일정이) 확정이 안 되면 부득이하게 국민·언론·국회와의 대화를 통해 조 후보자의 실체적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청문회 날짜가 안 잡히는 상황이 되면 국민·언론·국회와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필요하면 만들어야겠다"며 "(야당이) 청문회를 보이콧하면 실체적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완전히 사라지고 본인에게 덧씌워진 '가짜 뉴스'를 소명할 기회마저 허공에 날리는 격이 된다"고 했었다.
이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에서 조 후보자 청문회를 2~3일 동안 열자고 주장한 데 대해선 "관행이 있지 않느냐. 법무부총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국민 청문회'라는 명칭을 쓰고는 있지만, 이 행사는 국회법·인사청문회법에 근거를 둔 국회 청문회와는 달리 법적 근거는 없다. 당장 야당은 전날 이 원내대표가 '국민 청문회'를 처음 언급한 이후부터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는 민주당과 조 후보자의 뻔뻔한 행태이며 얄팍한 수작"(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때문에 법적인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정식 청문회 절차와는 달리, 명칭은 '청문회'이지만 사실상 조 후보자가 언론에 해명할 기회를 갖는 기자회견 형식의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청문회' 추진 방침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한국당 등 야당이 조 후보자 청문회를 최대한 늦게, 최대한 길게 열려고 하는 데 대해 '여야 협상 과정에서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조 후보자 논란에 사과하며 "조 후보자가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연관지어, 사실상 조 후보자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조 후보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부여해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당은 이 원내대표의 간담회 내용이 알려지자 즉각 나경원 원내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어 강하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무위원 후보자의 도덕성·위법성·자질 등 인사 검증은 인사청문회법상 국회에 부여된 권한이자 의무"라며 "현재 청문회 일정을 여야가 조율 중에 있음에도 여당이 사실상 청문회를 거부하고 장외로 나가겠다며 '국민 청문회'를 운운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감히 '국민'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무례이고, 패스트트랙 폭거부터 습관화된 국회 무력화의 반복"이라며 "얼마나 장관 후보자로서 자신이 없으면 도망가겠다는 것이냐"고 조 후보자도 겨냥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위증, 허위자료 제출 등에 따른 엄격한 법적 책임이 부담스러우니 사실상 짜인 각본대로 하는 '대국민 감성극'이나 펼쳐보겠다는 것"이라고 민주당 주장을 비판하며 "지지층만 잔뜩 불러모아, 그들만의 리그에 지나지 않는, 일방적 변명을 위한 '가짜 청문회'를 열겠다는 여당이다. 가짜 청문회로 가짜 장관을 만들겠다는 여권의 발상이 경이로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