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서 통일로"…6.15 민족통일대축전 개막

<민족통일대축전> 폭우 속에도 광주 시민들 뜨거운 열기

전날 밤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첫 승리의 감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의 빛고을 광주는 14일 아침부터 하루 종일 쏟아진 굵은 비 속에서도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6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의 열기로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1만5000여 광주시민 열기 속에 민족통일대축전 개막

이날 저녁 8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의 민관대표단, 해외 대표단과 1만5000여 명의 광주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막이 올랐다. 당초 예정보다 1시간 이상 행사 시작이 지연됐지만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북측 대표단을 선두로 해외 대표단과 남측 대표단이 어린이 150여 명을 앞세워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각 대표단을 맞았다.
▲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북측 대표단. ⓒ 프레시안

▲ 대표단의 앞에는 한반도기를 든 어린이 150여 명과 기수단이 먼저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 프레시안

백낙청 상임대회장은 개막사에서 "분단체제의 상처와 아픔을 역사적으로 상징하는 오월 광주에서 이런 민족공동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며 "더구나 6.15 공동선언의 남측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 자리에 모시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백 대회장은 김 전 대통령이 쏟아지는 비로 인해 건강상 이유로 주석단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며 "일이 잘 되라는 의미에서 내리는 비이지만 김 전 대통령께서도 감기 조심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이기도 한 백낙청 대회장은 이어 "올해의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6.15 정신이 다시 여러 모로 위협받는 정세 속에서 열리고 있다"며 "그럴수록 우리는 어떤 외세의 간섭이나 안팎의 도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6.15 공동선언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회장은 이미 20년 전에 '오월에서 통일로'라는 표어가 나온 곳이 바로 광주라고 소개하면서 "시민참여의 통일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오월 광주의 현대적 계승"이라고 말했다.

DJ "방북해 김 위원장과 흉금 터놓고 얘기하려 한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했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김 전 대통령은 무대 위 주석단 자리가 아닌 관중석 가운데 로얄 박스에서 연설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광주 시민들은 남북단일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늘 이 민족통일대축전의 광경을 보고 망월동 국립묘지에 있는 영령들은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5.18 광주정신은 민주, 평화, 통일의 정신"이라고 강조하며 광주 시민들이 통일의 길의 선두에 서줄 것을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타의에 의한 분단을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평화적으로 공조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협력하다가 때가 되면 평화적으로 통일하자"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은 "지난 2000년과 달리 개인적인 방문"이라며 "김정일 위원장과 우리 민족의 운명에 대해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민족의 평화와 통일과 번영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6.15 공동선언 이후 6년이 흐르는 동안 "힘들고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6.15 공동선언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석 장관은 분단의 질곡에서 벗어나 대결과 불신의 사슬을 끊기 위해 "남북관계를 좀 더 통크게 열어 나가야 한다"며 그를 위해 전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전면화, 가속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의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장은 축사에서 "망월동에 묻힌 5.18 용사들과 통일애국성전에 한 몸 바친 유명 무명의 열사들, 분열의 한을 풀지 못한 채 떠나간 수많은 동포 형제들이 이 시각에도 우리의 걸음 걸음을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민족끼리'의 기치를 휘날리며 자주적 평화통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곽동의 해외대표단 단장의 축하 연설까지 마친 뒤 주석단은 무대를 떠나 퇴장했으며 개막식의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더 가까이서 북측 공연 보고싶다"…시민들 무대 앞으로 모여들기도

밤 9시 30분 경 시작된 축하 공연의 첫 무대는 북측의 평양통일음악단이 맡았다. 이들은 민족통일대축전과 6.15 공동선언을 소재로 한 노래 '통일축전가', '통일 6.15' 등을 선보였다. 또 '아리랑 랑랑'과 같은 민요풍의 노래로 광주 시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기도 했다.

평양통일음악단의 공연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관중석에 앉아 있던 시민들이 하나둘 씩 무대가 있는 운동장으로 내려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무대 앞을 가득 메우고 앉아 공연을 지켜보았다.
▲ 북측의 축하 공연이 시작되자 관중석에 있던 광주 시민들은 무대 앞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 프레시안

한 시민은 "더 가까이서 북측 사람들을 보고 싶어 내려왔다"며 "이곳 광주에서 민족통일대축전이 열리게 돼 이렇게 북측 사람들의 노래도 듣게 되니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 광주 시민들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북측 대표단의 공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 프레시안

무대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이 행사 진행에 애를 먹었지만 무대 앞을 메운 시민들 앞에서 평양통일음악단 단원들은 손을 흔들며 더욱 시민들을 흥겹게 해줬다. 이들은 공연을 마치며 "폭우가 쏟아지는 불리한 날씨였지만 우리 공연에 진심으로 마음을 맞춰줘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진행된 해외측 축하공연에는 금강산가극단이 나와 '가고파' 등의 노래와 무용을 선보였으며 남측에서는 인순이와 윤도현 밴드가 나와 열광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인순이는 북측 대표단이 부르기도 했던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러 광주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으며 밤 늦은 11시 30분 경 모든 출연자들이 다같이 '우리의 소원', '우리는 하나'를 부르며 개막식은 막을 내렸다.

개막식과 축하공연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환영연회도 예정보다 두 시간을 넘겨 자정이 넘어서야 시작될 수 있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회에서 박경철 북측위원회 부위원장과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지관 남측위원회 명예대표 등이 환영 연설을 했다.

14일 시작된 민족통일대축전은 17일까지 나흘 동안 민족통일대회, 부문상봉모임, 폐막식 등을 가지며 광주 곳곳에서 진행된다.
▲ 14일 공식 막을 올린 민족통일대축전은 17일까지 광주 곳곳에서 진행된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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