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안 환노위 통과…파견법은 여당안보다도 후퇴

단병호 "언제까지 집권당인지 내 눈에 흙 들어갈 때까지 보자"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27일 저녁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노동당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소속 환노위원들은 전체회의 개의 20분만에 일사천리로 비정규직 관련 3법을 처리했다.

***우리-한나라 타협, 일부 법안은 여당 원안보다 후퇴**

오후 8시 38분 환노위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한 이경재 위원장은 곧바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제 보호에 관한 법률안(기간제법),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파견근로법), 노동위원회법 개정안 등 논란이 됐던 비정규직 관련 3법을 일괄 상정해 57분께 처리 완료했다.

환노위를 통과한 기간제법은 임시계약직 노동자의 '기간제한' 문제와 관련해 2년의 기간을 두고 고용에 아무런 제한을 둘 수 없고 2년을 초과할 경우 무기계약으로 간주토록 했다. '사유제한'을 주장한 민주노동당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파견근로법은 사용기간을 정부안의 3년에서 2년으로 양보하는 대신 '고용의무'토록 한 한나라당의 주장이 수용됐다. 당초 우리당은 사용기간을 현행과 같이 2년으로 하고 기간 초과시 '고용의제'를 부여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외에 비정규직 관련법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2007년 1월부터, 100~300인 사업장은 2008년 1월부터, 100인 이하 사업장은 2009년 1월부터 각각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단시간 근로자에 대해서도 법정근로시간(주당 40시간) 이내라도 초과근로시간이 1주일에 12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이경재 "비정규 고통 덜어주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

한편 이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자마자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달려들어 제지했지만 "의원님을 저쪽으로 모시라"는 이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단 의원은 국회 경위에 의해 끌려 나갔다.

파견근로법 수정안에 대한 배일도 의원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단 의원은 "안 돼", "배일도 의원 당신이 그럴 수 있느냐"며 저항했으나 불가항력이었다. 환노위 회의장 밖에서도 출입을 봉쇄당한 민노당 당직자들은 "비정규직 철폐", "노무현 정권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법안 통과 후 이경재 위원장은 "여야를 초월해서 고통받고 있는 수백만 비정규직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며 "절대다수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법안 처리를 원하는 만큼, 출산의 고통은 컸지만 우리 사회는 비정규 보호를 위한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딛었다"고 자평했다.

배일도 의원도 "이 법은 비정규직 발생을 억제하는 법이 아니고 비정규직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나온 법"이라며 "비정규직 제한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으면 또 논의를 더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사위, 본회의 처리 막겠다"**

반면 허탈한 표정의 민노당 의원들은 한나라당과 우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천영세 의원은 "야4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법안처리 연기에 합의했던 한나라당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경위들을 불러 의원을 끌어내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단병호 의원은 "이 법을 막아내지 못해 1500만 노동자들 앞에 정말 죄송하다"고 운을 뗀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단 의원은 "이제 84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급이 조금 오를지 몰라도 2년마다 직장을 잃고 6개월, 1년씩 실업자로 지내고 일자리를 찾아다닐 것이고 영원히 비정규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언제 까지 집권당, 다수당 노릇을 할지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겠다"면서 "우리당 의원들은 옛날에 노동운동을 했네, 노동자들을 진정으로 위하네 하는 가면을 벗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 눈물까지 쏟았다.

단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과 우리당 의원들이 황급히 떠난 자리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 민노당 당직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은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수단과 방법을 다해 법안을 저지 하겠다"고 말했다.

〈박스 시작〉

***용어 해설**

○…고용의제 : 노동자와 사용자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요건(기간제 근로의 기간 초과)에 해당되면 그 순간부터 법률적 힘에 의해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 강제성을 띤다. 정규직 고용을 뜻하지만, 사용자가 비정규직 기간제 등으로 다시 고용할 가능성도 있다.

○… 고용의무 : 불법파견 판정 시 혹은 합법파견 기간 만료 후부터 원청 사용자는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동적으로 정규직 고용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외에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고 기간제로 고용할 수도 있다. 고용의제에 비해 사업주에 유리하고 노동자에 불리한 조건이다.

○… 사유제한 : 민노당에서 끝까지 기간제법에 사유제한 도입을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특정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비정규직 고용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통과하는 경우에만 임시직, 단시간 근로, 파견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허락한다는 것이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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