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쥬라기공원’시리즈 제작사인 미국 유니버설 영화사, 그리고 '대부' 시리즈 제작사인 파라마운트가 한국비디오와 DVD 시장에 직접 배급을 하기로 하고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유니버설이 설립한 유니버설 픽처스 코리아는 오는 15일에 업무를 시작해 12월부터는 직접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며, 파라마운트도 그간 비디오 직배를 독점해 왔던 CIC를 파라마운트 홈엔터테이먼트 코리아사로 전환해 이미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간 미국 영화의 극장 직배시스템은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등 메이저 제작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UIP영화사를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비디오 배급은 UIP의 자회사격인 영국계 에이전트 CIC가 독점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 비디오와 DVD 배급은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이 직접 관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시장진출은 비디오업계가 사양으로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DVD시장의 성장을 내다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비디오업계는 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90년대 초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해 한때 약 1만개의 비디오 대여업체가 난립했으나 현재 약 4천여개로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DVD는 내년 월드컵이 새로운 시장성장의 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가 높고 녹음기술의 발전 등 구입시에 소비자를 망설이게 하던 기술적 문제도 해결이 된 상태라 미국업체들이 활발한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4년의 직배파동을 겪으며 시작된 미국영화의 한국진출은 ‘사랑과 영혼’, ‘보디가드’등 흥행작을 거치면서 국내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이후 비디오 시장에서도 대우등 대기업과 손잡고 판매망을 장악했다.
비디오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 놓으며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공급과 질 높은 제품으로 복사판비디오(속칭 ‘삐짜’)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등 장점도 있었으나 흥행작 일변도의 배급과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소매상들과 몇 차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한 이같이 이들 미국 제작사들의 직배시스템이 확대될 경우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의 배급 뿐 아니라 한국영화 배급시장까지도 장악하게 될 우려가 크다.
최근 직배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DVD유통업체인 아이씨네박스의 김연진과장은 “다양한 고전영화와 흥행작품으로 DVD시장을 지배할 경우 한국영화는 제작만을 전담하고 배급과 유통 등은 미국 직배사들의 수익사업으로 전락 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씨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제작된 몇몇 한국영화는 극장상영에서 DVD유통까지 전 과정을 미국직배사가 대행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DVD리뷰지의 한정환기자는 “DVD는 사운드 등 디지털시스템 자체가 미국메이저 영화사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국내 영화업체가 DVD와 같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대비 없이 외국에 판권을 팔 때 전권(ALL RIGHT)을 판매하기 때문에 ‘춘향전’, ‘8월의 크리스마스’, ‘거짓말’등의 DVD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먼저 출시되고 역수입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배급시장이 장악되면 영화제작 역시 배급사에 종속되게 된다. 따라서 최근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영화를 장기적으로 지켜가기 위해서는 양질의 영화제작 뿐아니라 배급시장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미국 메이저 제작사의 안방시장 직배 공략에 대한 영화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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