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 2명 연행…87·78세 주민, 공무집행방해 혐의

"임의동행 조사, 반인권적"…조사 끝내고 귀가 조치

경상남도 밀양 765킬로볼트(kv)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마을 주민 2명이 경찰에게 분뇨를 투척해 10일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이날 오전 상동면 도곡마을에서 109번 공사현장으로 진입하려던 경찰력과 마을 주민 김 모(남·67)씨 간 충돌이 일었다.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새벽 5시께 김 씨가 우사(牛舍)로 일하러 가던 도중 경찰을 보고 작대기로 땅을 치며 화를 내자, 경찰은 뒤에서 목을 조르고 팔을 꺾은 채 김 씨를 2분간 결박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이어 새벽 7시께 같은 곳에서 또 충돌이 발생하자 화가 난 다른 주민이 분뇨를 뿌리고 가스통을 가져다 놨다"며 "그러자 경찰이 '연행하겠다, 구속하겠다'는 등 위협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오전 11시30분께, 경찰이 찍어놓은 영상 등을 바탕으로 도곡마을 주민 조 모(여·87)씨와 이 모(여·78)씨가 분뇨를 뿌린 사람으로 지목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109번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밀양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이 주민의 목을 조르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사현장으로 들어가려는데 바리케이드가 있어서 바리케이드를 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민들에게 말했다"며 "그랬더니 주민들이 갑자기 분뇨를 투척해 나를 포함한 8명 정도가 분뇨를 뒤집어썼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박진 인권침해감시단 활동가는 "바리케이드라고 해봐야 공사 현장에서 쓰다 남은 노란 바를 어설프게 세워놓고 주민들이 그 앞에 앉아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만 앉아있는데 경찰들이 분뇨를 뿌릴 당시 찍은 사진과 어르신들의 얼굴을 대조하고서 할머니 두 분을 데려갔다"며 "임의동행이라 거절해도 되지만 할머니들은 거절해도 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냥 끌려갔다"고 우려했다.

대책위 역시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87세, 78세 할머니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데리고 가서 조사한 것은 대단히 반인권적인 처사"라며 "사실상 체포에 준하는 방식으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게 한 점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재 해당 주민들은 조사를 끝내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현장에 전국에서 온정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의 말에 따르면 지난 1일 공사가 재개된 이후 총 2626만6663원의 후원금이 접수됐다. (대책위 후원계좌 ☞ 농협 815-01-227123, 예금주 : 이계삼)

또 3일 단장면 단장리 송전탑 공사자재 야적장에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4명의 환경운동가와 인권활동가의 구속을 막으려는 탄원서가 총 5677개 모였다. 농성장에서 노숙하는 주민을 위한 핫팩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SNS상에 전해지자 일주일 만에 8000여 개의 핫팩이 대책위 상황실로 배송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매일 1명의 변호사를 순번제로 현장에 상주시켜 반대 주민들에게 법률 지원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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