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귀국 직전 이남기 수석 호텔방에 은신"

청와대가 성범죄 행위자에 피난처 제공?…靑 "시간상 말이 안 돼" 일축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이른바 '귀국 종용' 의혹과 관련, 이남기 홍보수석이 윤 전 대변인을 자신의 호텔 방에 있도록 한 것이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13일 <뉴스1>은 당시 현장에 있던 복수 관계자들을 인용해 "윤 전 대변인은 현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귀국 직전까지 이 수석의 호텔방에 피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8일 오전 당시 윤 전 대변인의 숙소는 워싱턴 D.C.의 페어팩스호텔이었고, 이 수석의 숙소는 월라드호텔이었다.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 모두 인정하는 사실관계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두 사람이 박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 인근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만난 시간은 5분 정도다. 그러나 대화 내용에서는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린다.

앞서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수석이 자신에게 '귀국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었다.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이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해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수석은 '1시30분 비행기를 예약해 놨다. 윌라드 호텔에 가서 짐을 찾아 떠나라'고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반면 이 수석은 '귀국하라거나 비행기표를 예약해 뒀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전광삼 대변인실 선임행정관과 상의하라'고 했다고 하고 있다. 전 선임행정관은 윤창중-이남기 만남 이후의 상황에 대해 '10시30분 이후 윤 전 대변인에게 전화가 왔고, 경찰 신고 사실을 알려주며 한국에서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자 본인이 귀국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통신은 이 대화가 이뤄진 직후의 상황에 대해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간 후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을 이 수석이 묵었던 호텔방에 가 있도록 했다"며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덜레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이곳에 머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현지 경찰은 윤 전 대변인이 경제인 조찬 간담회에 참석 중이던 8일 8시경 페어팩스 호텔을 찾아 피해 여성의 진술을 받았고, 윤 전 대변인은 간담회가 끝나고 이 호텔로 이동하던 중 이 수석의 호출을 받고 영빈관 앞으로 갔다. 이후 경찰이 방문한 적이 있는 페어팩스 호텔에는 돌아가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수석은 지난 11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자신이 윤 전 대변인에게 "미 의회 일정은 연설이니까, 당신은 당신 일을 처리하라. 행정관과 얘기를 좀 하라"면서 "의회에 안 들어가면 어디 가 있을 데가 없으니 내 숙소에 가 있으라고 했다"고 했다고 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 까닭에 대해서는 "영빈관과 제 호텔은 5~10분 걸어서 가는 거리여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윌라드호텔과 페어팩스호텔은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불과해, 굳이 윤 전 대변인의 숙소를 놔두고 자신의 숙소로 가 있으라고 한 까닭이 뭐냐는 의문이 통신의 확인 보도를 계기로 다시 제기된 것이다.

단, 윤 전 대변인이 공항에서 항공권을 결제한 시각은 9시54분으로 알려져 있다. 9시30분경부터 이 수석과 만난 이후 윤 전 대변인이 윌라드 호텔 방으로 갔다 해도 여권을 받아 바로 나온 정도라면 모를까, 실제로 머무를 시간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워싱턴 시내에서 공항까지는 차량으로 30분 정도 거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신의 보도와 관련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면서 "'숨어 있었다'고 표현하려면 적어도 1시간은 호텔 방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가까운 곳에 윤 전 대변인 본인의 숙소도 있는데 왜 이 수석은 자신의 방으로 가 있으라고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며 답을 하지 못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행사 시간이 급해 (윤 전 대변인에게) '당신 방은 차로 10분이나 걸리니 내 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 11시면 행사 끝나고 나온다'고 했는데, 나와 보니 이미 윤 전 대변인은 가 버리고 없더라"고 해명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수석이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면서 "시간이 없는데 행사가 끝나고 바로 얘기를 하려면 차로 10분 걸리는 본인 숙소에 가 있는 것보다 이 수석 방에 가 있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지시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