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금융동맹'으로 가는 진통인가?

[진단] EU집행위원장 "금융동맹으로 못가면 유럽 분열될 것"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이 결정된 이후 스페인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유로존 위기가 더 이상 '구제금융 방어망'으로 해결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 위기를 유럽 통합의 일대 전환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유로존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완전히 나뉘어져 있다. 노력을 해도 유로존 해체를 막을 길이 없다는 쪽과, 위기가 기회이며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 유로존 위기는 유로존의 모순을 해결할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쪽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낙관론자들은 유로존 위기가 유럽통합주의자들이 꿈꿔온 진정한 유럽통합, 즉 유럽연합이 '유럽합중국'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기 위한 진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금융동맹(banking union)'을 이러한 '큰 걸음'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이 금융동맹을 현재 유로존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며 구체적인 행동 개시에 들어갔다. ⓒAP=연합
스페인 사태로 금융동맹 체제에 공감 형성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금융동맹' 구상을 언급하더니, 지난 11일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구체적인 방안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어 12일에는 빅토로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가 "ECB가 금융동맹 체제의 감독임무도 맡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인에 대한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이 부실은행으로 초래된 것이라는 점에서, 유럽연합 당국자들이 이제는 유럽 전체에 시스템 리스크를 일으키는 은행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를 넘어 ECB처럼 통합된 금융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바호주 위원장은 현재의 유로존위기를 넘어서려면 금융동맹 체제를 출범시키는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바호주 위원장은 "이번 위기의 교훈은 통합을 강화하지 않으면 유럽이 분열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동맹 체제를 내년 중에 조기 출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단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금융동맹의 방식은 마치 저축은행에 대해 일정한 보증을 해주듯, 유로존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해 유로존내 은행들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만일 이런 방안이 성사되면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동맹은 필연적으로 주권을 넘어서는 공동의 금융감독체제가 요구되고, 이것은 결국 정치적인 통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IMF 총재 "유로존 구할 대책, 3개월 내에 마련해야"

문제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금융동맹을 촉구하는 바호주 유럽연합집행위원장의 발언을 지원하듯, 시간이 얼마 없다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 지도자가 유로존을 구할 추가 대책들을 향후 3개월이 넘기 전에 내놓아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원래 '3개월 시한'이라는 언급은 '헤지펀드의 전설'이라는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한 것이다. 소로스는 "유로존을 구할 시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라가르드 총재는 이에 동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비슷한 취지로 말한 것이다.

금융동맹을 추진하려 해도 회원국들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오는 28-29일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주목된다. 유럽연합집행위가 이번 정상회의에 '금융동맹' 구상 초안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는 국민 세금이 아니라 은행들로부터 거둔 분담금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상황 엄중, 연말이면 개혁안 구체적 모습 드러날 것"

바호주 위원장은 은행 분담금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방식은 기존 협약을 개정하거나 새 협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라며, 유럽지도자들이 정치적 합의만 하면, 내년에라도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호주 위원장의 입장과 달리,독일 등 일부 회원국들은 금융동맹이 결국 주권과 연결된 민감한 문제라는 점에서 유럽연합 조약 개정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반대하거나, 재정통제부터 가능한 상태여야 금융동맹도 가능하다면서, 금융동맹은 그 이후에나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이달말 EU정상회의에서 금융동맹과 관련해 확실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의 금융감독체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으며, 올해 연말에는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기 때문에 유로존 보존과 유럽의 통합이 촉진되길 원하는 지도자라면 구제금융을 넘어선 대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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