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ㆍ메르켈, '그리스 리스크' 타개책 동상이몽

[분석] 최대쟁점 신재정협약, 이견만 노출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물기 원한다."
"그리스의 성장을 돕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의 새 대통령이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독일로 날아가 1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발표한 핵심 발언이다.

하지만 회담 전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유럽연합(EU) 신재정협약에 대해서는 이견만 노출한 채 끝났다.

올랑드는 대선 때부터 신재정협약이 지나치게 회원국들에게 긴축만 요구해 유럽의 위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재협상을 통해, 성장에도 초점을 맞추도록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연합
취임식 직후 만사 제치고 가진 정상회담

이번 회담에서 신재정협약이 의제로 다뤄지기는 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성장을 위해서도 긴축이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올랑드는 신재정협약에 성장이라는 개념이 언급되는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좁혀지기 어려운 차이를 보였다.

프랑스의 새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 만사를 제치고 독일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치고는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프랑스는 경기침체에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로 지난 6일 대선에서 17년 만에 좌파 정권으로 교체됐다.

올랑드는 경제상황을 반영한 듯 취임식도 그야말로 간소하게 치르고, 거리에 나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몇가지 행사를 치른 뒤 바로 메르켈 총리를 만날 정도로 이번 회담을 최우선 업무로 삼았다.

그만큼 당장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가 심상치 않고, 이에 따른 유로존 전체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유럽과 뉴욕증시 모두 이 때문에 전날 큰 폭의 하락세에 이어 약세장을 이어갔다.

이번 정상회담은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화를 함께 쓰는 유로존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금을 비롯해 가장 많은 부담을 해야 하는 양대 강국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유로존과 관련해 양국이 시급히 뜻을 모아야 할 만큼 상황이 화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스 정치권, 정부 구성도 못하는 지리멸렬

게다가 그리스는 정치권이 분열돼 총선을 치르고도 정부 구성을 못하는 실정이다. 득표율이 분산돼 정당끼리 연대해야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입장이 서로 달라 연정구성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대통령이 중재한 제정파간 최종 협상도 실패로 끝났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한달 만에 다시 총선을 치르게 됐다. 지난 6일 총선에서 원내 2당으로 급부상했고, 다음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될 것이 유력하다는 급진좌파연합은 현재 지지율1위라지만 20% 정도라는 점에서, 총선을 다시 치른다고 해도 정부 구성이 될 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급진좌파연합은 구제금융에 따르는 긴축안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해 '그리스 리스크'를 촉발시킨 정당이다.

사실 그리스는 정부가 구성이 돼도 긴축안을 이행할 여건도 안된다. 국민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등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쪽에서는 그리스가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구제금융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그리스가 국가부도를 맞고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는 상황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한마디로 어려운 난제에 봉착한 것이다.

유럽 위기 극복 쌍두마차, 출발부터 삐걱

이를 상징하듯 올랑드 대통령이 독일 정상과 만나러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취임식 날씨가 유럽의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악천후여서 올랑드는 취임식 후 시민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거리에 나설 때 비를 흠뻑 맞아야 했다.

또한 올랑드는 독일로 떠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탔다가, 전용기가 번개를 맞아 다시 파리 근교 공군기지로 회항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결국 비행기도 교체해서 다시 떠나느라 독일 방문이 1시간 반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이번 회담 후 유럽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쌍두마차가 삐걱거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 대선 때 신재정협약에 대한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운 올랑드가 아니라, 함께 신재정협약을 만든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정도로 사실 올랑드 대통령과 불편한 사이다.

결국 양측이 서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화합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 이견을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공감대만 언급했을 뿐, 실제적인 조치에 대해서 입장 차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양국 정상은 추후 논의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23일 열리는 비공식 EU 특별정상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협의를 갖기로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