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존 탈퇴, 독일의 비극될 것"

[해외시각] "독일은 유로존 최대 수혜자"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진정한 패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제시됐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아빈드 서브라마니언은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가장 두려워하게 될 나라는 독일이며, 유로존 붕괴를 막길 원한다면 독일이 놀라운 제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인지 그리스에 대한 퍼주기 논란과 긴축정책으로 인기를 많이 잃어 최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가 긴축하기 싫으면 유로존을 떠나라"고 강경한 발언을 하면서도 "그리스는 앞으로 계속 EU 회원국으로 머물 것이며 유로존에도 남아있는 것이 더 낫다"는 이중화법을 쓰고 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독일에게 비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그리스에 "긴축 약속을 지키기 실으면 유로존을 떠나라"면서도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P=연합
"그리스, 유로존 탈퇴 후 성공적 경제회복 가능"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 뒤 성공적인 경제회복의 사례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리스에게 디폴트는 파국이 아니라는 전망은 등한시되고 있다. 이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그리스가 유로존을 스스로 탈퇴하거나 또는 유로존에서 쫓겨나면 물론 당장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자본 이탈이 급증하고, 화폐가치가 폭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질 것이다. 유로화로 된 모든 계약은 재조정되느라 혼란에 빠질 것이다. 또한 약속받았던 구제금융도 못받게 되면 그리스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서 정치권의 부담도 커진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환율 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옛날 화폐인 드라크마가 부활하면 1유로 대 50 드라크마 정도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환율이 현실화되면 경제 전체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재구성될 것이다.

이렇게 말할 근거가 있느냐고? 1990년대 금융위기로 디폴트를 겪고 화폐 가치가 평가 절하된 나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보라. 초기에는 모두 심각한 경제 위축을 겪었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1~2년이면 끝나고 성장궤도로 반등했다.

한국은 연평균 6%에 가까운 성장을 9년간 지속했다. 거의 모든 은행들이 도산하며 디폴트까지 겪은 인도네시아는 연평균 5%의 성장률을 한국처럼 지속했다. 아르헨티나는 8%, 러시아는 7%에 가까운 성장세를 지속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해당국은 살 길이 열렸다.

그리스가 처한 특수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리스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리스는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수출에 의한 성장 회복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무슨 철칙이라도 되는 건 아니다. 위기를 겪으면 경제에 대한 대대적인 재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는 그리스처럼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낮은 국가였지만 1991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사이에 수출 비중이 두 배로 늘어났다. 또한 다음 10년 동안 환율이 크게 오르지도 않았는데 수출 비중이 다시 두 배로 또 늘어났다.

게다가 그리스는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앞서 예를 든 나라들보다 훨씬 대폭적인 환율 상승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필연적으로 수출에 대한 새로운 동기를 제공하고 그동안 거래가 적합하지 않았던 상품들도 거래가 가능해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스 성공사례, 유로존 유지 비용 증가시킬 것"

만일 2013년 중반쯤 유로존은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데, 그리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가정하자. 긴축에 시달리는 스페인, 포르투갈, 나아가 이탈리아까지 이들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할 것이다.

이들 나라의 유권자들도 왜 자국의 정부는 그리스의 길을 따르지 않는가 따져 물을 것이고, 유로존 탈퇴를 선호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유로존 탈퇴 이후 그리스의 경제가 좋아진다면, 경제 전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유로존의 국가들을 유로존에 머물게 하기 위한 보상 수준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독일의 정치권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독일은 지금 온갖 불평을 하면서 유로존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여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처럼 유로존을 탈퇴하는 방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이 되면, 독일은 유로존 유지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시험대에 올라서게 된다.

독일, 저금리와 환율 특권 누려와

그 답은 놀라운 것일 수 있다. 독일 국민은 갑자기 유로존 체제가 독일에게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의 엄청난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유럽 자본의 안전자산으로 누리는 저금리, 그리고 경제력이 약한 회원국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저평가된 환율이 그것이다.(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로존은 통화동맹이 아니라, 독일제국에 가깝다고 꼬집기도 한다. 편집자)

이런 특권을 인식하게 된다면 독일은 유로존에 회원국들을 묶어 두기 위해 훨씬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그리스의 비극은 그리스 국민에게 그렇게 나쁜 결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는 반면 유로존과 하나의 통일 유럽을 꿈꾸는 유럽 프로젝트에게는 비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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