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發 쇼크'…유로존 9개국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분석] "유로존 구제금융 기반 자체 허물어지는 사태"

주말을 넘긴 세계 주요 증시 개장을 두렵게 만드는 발표가 서양에서 불길한 날로 알려진 '13일 금요일 밤'에 나왔다. 뉴욕증시 마감 직후 '악명 높은' 국제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트리플 A(AAA)'에서 한 단계 내린 AA+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S&P는 프랑스 이외에 8개 유로존 회원국들에 대해서도 무더기 강등 조치를 내렸다.
▲ S&P가 프랑스 등 유로존 9개국에 대해 일제히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내렸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붕괴를 좌우할 나라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AP=연합
이제 부실채권으로 구제금융해야 할 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강등 사태'는 5개월 전인 지난 8월 5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말 이후 세계 주요 증시에 패닉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예고된 악재'라는 식으로 충격을 애써 감추려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에 보듯, '강등이 현실화'된 의미는 적지 않다.

특히 '프랑스발 쇼크'가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그리스 등 유로존의 연쇄 디폴트를 막기 위한 구제금융 기금 자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거의 대부분을 제공하며 EFSF의 채권을 '트리플 A' 등급으로 떠받치는 양대 축이다.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사실상 EFSF같은 방식의 구제금융 기반 자체가 허물어질 위기를 부르는 것이다.

"유로존 부채위기, S&P의 복수로 다시 불거져"

이때문에 유럽연합 차원에서 S&P가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악역을 맡고 있으며,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S&P의 발표가 나오자 "유로존 부채위기가 S&P의 보복으로 다시 불거지게 됐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유럽연합(EU)은 '통제 불가능한' S&P를 겨냥해 강력한 제재안을 추진해 왔다. EU에서는 S&P 같은 독점적인 국제신용평가업체 몇몇이 유로존 위기 극복을 위해 애쓰는 노력에 매번 찬물을 끼얹고, 그것도 일관성 있는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S&P는 등급 조정 배경과 관련해 "지난달 9일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위기해소를 할 만큼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면서 유럽연합 차원의 노력 자체가 미흡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S&P가 언급한 정상회의는 유로존을 구할 마지막 기회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사실상 실천이 불가능한 '휴지조각 재정개혁 협약'을 도출하는 데 그쳤다.

S&P "유럽의 대책,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처방일 뿐"

S&P는 유로존 각 국의 재정긴축 정책에 대해서도 "유로존 위기는 근본적으로 유로존 내의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쟁력 불균형에 기인한다"면서 "긴축정책만으로 재정개혁을 이루려 한다면 자멸만 초래할 뿐"이라고 그동안 나온 대책들마저 '잘못된 진단에 따른 잘못된 처방'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유럽연합은 S&P의 이런 냉혹한 평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P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에 대해서 3대 국제신용평가업체 중 '유일하게' 강등시켜버린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S&P는 지난달 6일 유로존 17개 회원국 중 거의 대부분을 이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통상 '부정적 관찰대상'에 오르게 되면 '90일 이내에 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50%'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 S&P의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올린 뒤 실제 강등 조치에 한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있다.

S&P의 이번 무더기 강등 조치로 유로존에서 '트리플 A' 국가는 6개에서 4개로 줄었다. 프랑스와 함께 오스트리아도 AA+로 떨어지면서 'AAA'등급을 유지하는 국가는 독일과,네덜란드,룩셈부르그와 핀란드 등 4개국으로 줄어들었다.

"3월내 그리스 디폴트 선언 가능성 더욱 높아져"

또한 '유로존 중심국'에 속하면서 유로존 붕괴 위기를 고조시킨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해서도 각각 두 단계씩 강등시켰다. 이탈리아는 A에서 BBB+로, 스페인은 AA-에서 A로 떨어진 것이다.

포르투갈과 사이프러스는 아예 투기등급으로 전락했다. 각각 BBB-에서 BB, BBB에서 BB+의 '투기등급'이 된 것이다.또한 말타는 A에서 A-로, 슬로바키아는 A+에서 A, 슬로베니아는 AA-에서 A+로 한단계씩 하향조정했다.

또한 S&P는 등급전망도 등급전망이 무의미해진 그리스를 뺀 16개국 중 독일과 슬로바키아(이상 안정적)를 제외하고 14개국에 대해 모두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나 내년에 강등될 가능성이 3분의 1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유로존 17개국 중 그리스의 등급은 '사실상 디폴트'인 CC 등급이며, 이번 강등 사태로 그리스가 3월내에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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