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 마이너스 금리, 금융 붕괴 전조"

"이탈리아 최대은행도 신주 발행 못할 정도"

지난 9일 독일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고, 발행 목표 물량의 두 배 가까이 자금이 몰렸다. 그동안 유로존 위기 속에 독일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됐지만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것은 처음이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6개월 만기 국채 39억 유로어치가 마이너스 0.01%의 금리에 발행했으며, 이 국채를 사려는 자금이 70억 유로에 육박했다.

▲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신주 발행에도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고, 독일 국채의 마이너스 금리 발행도 이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AP=연합
"독일, 마이너스 금리로 돈 빌린다고 좋아할 때 아냐"

이에 대해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최고경영자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칼럼을 통해 "독일은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국채를 샀다는 것은 만기가 돌아왔을 때 받을 돈보다 웃돈을 주고 채권을 샀다는 뜻이다. 이것은 유동성 자금이 은행도 믿을 수 없어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금융 붕괴'의 전조이며, 심각한 자금 경색으로 경제 자체가 쪼그라드는 디플레이션의 전조라는 경고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는 지난 4일 75억 유로 규모의 신주 가격을 기존 주식의 시가보다 43%나 할인된 가격에 발행한다고 밝혔는데, 오히려 투자자들이 유니크레디트의 앞날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 은행의 주가가 폭락하며 시가 총액이 1주일 사이에 40% 증발했다.

게다가 이탈리아 2위 은행 메디오방카도 이 유상증자의 주관사로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와 함께 끼어들었다가 유상증자가 실패할 경우 신주 일부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부각되며 덩달아 주가가 폭락했다.

"유니크레디트 사태, 유럽 은행권에 매우 불길한 징조"

<뉴욕타임스>는 "유럽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오는 6월까지 1450억 유로를 확충해야 하는데, 유니크레디트의 상황은 유럽 은행권에는 매우 불길한 징조"라고 전했다.

유럽은행들에게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지난해 10월 유럽 은행들에게 기본자기자본비율을 9%로 올리라고 지시했고, 유니크레디트는 이 때문에 100억 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될 정도로 자금이 몰린 것도 유니크레디트 사태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은행조차 기피할 정도로 독일 국채 등 일부 안전자산에만 자금이 몰리면, 은행들은 신주 발행이 아니라 사업부 매각과 대출 축소 등 자금 경색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점이다.

이미 유로존은 정부 차원에서 긴축으로 가고 있어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10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유로존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 가량 재정긴축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경제성장률은 0.42% 포인트 낮아진다. 이에 따라 1% 미만으로 예상됐던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자칫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 디폴트, 최대 6주 남았다"

'유로존 붕괴'설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구제금융이 불가능한' 이탈리아가 가장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연말 유럽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 지원책이 발표되면 잠시 '마의 7%'대 아래로 떨어졌던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또다시 7%를 돌파했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이탈리아가 현재 유로 위기국 가운데 가장 걱정된다"면서 이달 말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피치로부터 최고등급(AAA)에서 4단계 아래인 A+ 등급을 받고 있다.

'유로존의 뇌관'으로 불리는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민간 채권단의 채무탕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절반을 깎아주는 것도 모자라서 독일은 75%는 깎아줘야 그리스가 살아날 수 있다고 나서면서 채무탕감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리스의 디폴트 시한, 최대 6주 남았다"고 경고했다.

유니크레디트는 지난 4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신주 발행 안내서에서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니크레디트는 "유로존 위기가 악화돼 한 군데 이상의 유로존 국가들이 자체 통화를 도입하거나 유로를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경고하면서 스스로 주가 폭락을 자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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