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주요언론 "김정일 사망, 신중한 접근 필요"

NYT "오바마, 북한에 개입해야"…WP "누구도 붕괴는 원치않아"

지난 19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속보로 타전한 해외 언론은 사설과 관련 칼럼을 싣는 등 관심 있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미 3대 일간지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와 영국의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도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사설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스>는 20일자 사설에서 김정일의 사망은 '변화를 위한 기회'라며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신문은 최근 몇 년 간의 공백을 넘어 미국의 대북지원과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논의되고 있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개입(engaging)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엄격한 제재는 계속하더라도 (북한에)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에 대해 "(이는) 위험한 순간이며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 사이의 긴밀하고 사려깊은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경고하면서도 "확실치 않지만 김정일의 사망은 그의 후계자에게 노선을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신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보장을 재확인한 것은 옳은 일"이라며 한미 정상 간의 전화 통화 협의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 간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과도 외교적 접촉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일 사망을 특별방송으로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TV> 방송화면.

보수 성향의 <워싱턴포스트> 사설은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등 김정일 위원장의 비민주적 독재와 그로 인한 북한 주민의 고통을 지적하고 김 위원장을 히틀러와 스탈린에 비기며 맹비난하면서도 "그럼에도 누구도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번영하는 자본주의‧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가난한 북한과의 급작스런 통일이 가져올 재정적 부담을 두려워하고 있고, 북한 정권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강력하고 친서방적이며 핵무장한 (통일)한국이 압록강을 넘어 영향력을 확장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김정일 정권의 생존은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의 자기 이해에 기반한 계산 덕분"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 내에 한국과 일본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다른 나라들은 북한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다른 나라들은 북한이 공격받지 않을 것임을 재보증하고 그들(북한)에게도 도발적 행동에 관여하지 말라고 경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 <가디언>도 사설에서 많은 것이 불확실해졌다면서 특히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 관계국들이 다음해 선거를 앞둔 가운데 김정일 사망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문은 "한국의 선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북한에 대한 강경책이 성과를 낳을 것이라는 일반적 상식(accepted wisdom)과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강하게 나감으로써 보여준 것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라며 "연평도 사건 불과 2달 후 43%의 한국인은 정부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이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는 (오히려) 한국의 여론 지형을 바꿔놓았다"면서 "이는 해상 평화 구역을 설치하거나 정전협정을 개정하고 사격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의 발상에 유리한 조건(mileage)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편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김정은이 더 강경하고 무자비한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것은 역설"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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