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김정은 인정해야…YS 실수 반복해선 안 돼"

그레그 前 주한 미대사 "베이징 접촉 성과 이어가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후계자로 떠오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공인하는 것이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관계 각국에 적합한 전략이라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제언했다.

1989~93년 서울에 주재했던 그레그 전 대사는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에 실린 분석을 통해 미국 및 서방 각국 정부들에게 이같이 조언하며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김영삼 정부가 했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레그 전 대사의 글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지난 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전 모습과 그의 후계자 김정은. ⓒ뉴시스

"김정일의 죽음, 미국에 도움이 될까?"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은 그의 건강을 고려했을 때 어느 누구에게도 매우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그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인 2012년까지 1년이라도 더 살기를 강력히 바랐을 것이다.

이제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갔다. 김정일의 막내아들인 김정은은 혈통상의 후계자이자 완벽히 준비된 후계자라고 세상에 소개됐다.

많은 곳에서, 특히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잘 조율된 반응을 내놓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일 것이 분명하다.

그건 그렇게 해야 한다. 나는 북한 정부의 승계 과정이 마무리되도록 (국제사회가) 허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미국이 가능한 한 우호적인 태도로 김정은을 후계자로 받아들이기를 희망한다.

북한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첫 반응에 무게를 두고 면밀하게 받아들일 것이며, 그 첫 반응은 이 나라들과 북한의 미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김영삼 당시 한국 대통령의 매우 무례한 반응은 그의 남은 임기 내내 남북관계를 망치게 했다.

반면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의 더 예의바른 언급은 같은 해 북미 제네바 합의의 서명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며칠 전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재개하는 방식을 논의한 북미 당국자들의 베이징 접촉이 이뤄진 것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진전이었으며 우리는 그 위에 성과를 쌓아야 한다.

김정은은 부분적으로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적이 있고, 영어도 좀 할 줄 알고, 그의 할아버지나 아버지보다는 서방에 대해 훨씬 많이 안다. 이 역시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치는 매우 떠들썩하고, 내년 미국 대선 후 한국도 대선을 치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이명박 현 대통령보다 북한에 대해 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적으로 말해, 김정일의 죽음은 자연적인 것이며 북한은 깊은 슬픔에 빠지겠지만, 그의 죽음이 북한과 외부 세계의 관계에 있어서는 결국 새롭고 희망적인 새 장을 열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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